퇴직연금에 걸린 ‘70% 룰’ 족쇄 언제쯤 풀리나 [Deep Spot]...
역대급 증시…‘퇴직연금 70%룰 완화’ 논의 점화위험자산 70% 채운뒤 채권혼합ETF 투자 활발가입자 ‘우회투자’ 확산에 “70%룰 실효성 떨어져”“연금저축은 되는데 왜 IRP만?” 규제차별 지적 안전장치냐 투자자율이냐…깊어지는 정부 고민 “특정종목 쏠림 ETF 증가…자산배분 장치 필요”[챗GPT를 이용해 제작함]#. ‘[알림] 퇴직연금 위험자산 투자한도 초과 안내’직장인 김모(40대) 씨는 최근 반도체 상장지수펀드(ETF)를 틈틈이 매수하다가 뜻밖의 안내 메시지를 받았다. 퇴직연금 계좌 내 위험자산 투자 비중이 허용 한도인 70%를 초과해 주식 비중을 줄이거나 자산 구성을 조정해야 한다는 알림이었다. 김 씨는 “내 돈을 내 책임에 에 따라 운용하겠다는데 이런 제한이 있는 줄 몰랐다”며 “지금처럼 증시가 좋을 때는 ETF를 더 사고 싶은데 자산의 30%를 예적금 같은 안전자산으로 묶어둬야 하는 것이 너무 아깝다”고 말했다.연금 자금이 증시로 향하는 ‘머니무브’가 빨라지면서 퇴직연금 위험자산 투자한도(70%룰) 완화 논의가 다시 불붙고 있다. 70%룰 규제를 우회하는 투자 행태가 확산한 데다 주가 상승만으로 위험자산 비중 한도를 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가입자들의 완화 요구도 높아지고 있다. 다만, 최근 특정 종목과 ETF를 중심으로 투자 쏠림 현상이 심화되자 관련 정부 부처도 완화에 따른 리스크 요인을 점검하며 속도 조절에 나선 모습이다. 고용노동부는 “사업자 간 찬반도 엇갈리는 상황이라 노동계 의견까지 수렴하면서 검토 중”이라고 했다.▶“연금에 반도체 ETF 더 담고파”=24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1분기 퇴직연금 전체 적립금은 508조7326억원으로 집계됐다. 최근 퇴직연금 규모는 연간 10%대 성장세를 보였는데 ETF 투자 성장세는 훨씬 가파르다. 노동부와 금감원이 발표한 ‘2025년 우리나라 퇴직연금 투자 백서’를 살펴보면 퇴직연금 내 ETF 잔액은 최근 3년간 매년 100%를 넘는 증가율을 보이며 2023년 9조원에서 지난해 48조7000억원으로 5배 이상 불어났다.국내 증시가 급등하자 퇴직연금 계좌에서 위험자산 투자 비중을 최대한 끌어올리려는 수요도 커지고 있다. 퇴직연금 계좌는 연금저축 계좌와 달리 주식 등 위험자산을 70%까지만 담을 수 있기 때문이다. 나머지 30%는 예금이나 채권 같은 안전자산으로 채워야 한다. 한 시중은행 프라이빗뱅커(PB)는 “역대급 증시 활황에 개인형 퇴직연금(IRP) 계좌에서 70%룰을 우회할 수 있는 ETF 상품을 문의하거나 추천을 요청하는 상담이 늘었다”고 말했다.실제 퇴직연금 가입자 사이에서 ‘우회 투자’도 활발하다. 업계에선 최근 채권혼합형 ETF로 자금이 몰리는 배경 중 하나로 이른바 ‘70%룰’을 지목한다. 채권혼합형 ETF는 퇴직연금 규정상 안전자산으로 분류돼 위험자산 투자 한도와 별도로 편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투자자가 70%를 주식형 ETF로 채운 뒤 나머지 30%를 채권혼합형 ETF로 투자할 경우, 계좌 전체의 실질적인 주식 투자 비중은 최대 85% 수준까지 높아지는 효과를 낼 수 있다.높이진 인기에 채권혼합형 ETF의 순자산은 2023년 말 8000억원 규모에서 현재 15조원대로 불어났다. 투자 목표 시점에 맞춰 위험자산 비중을 낮춰주는 타깃데이트펀드(TDF) 역시 조건만 충족하면 ‘70% 규제’를 피하는 적격 TDF로 인정받을 수 있다. 지난해 퇴직연금 계좌를 통한 TDF 투자 규모는 20조1000억원으로, 전년 대비(13조4000억원) 50% 증가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위험자산 비중을 최대 94%까지 올릴 수 있는 조합도 있다”면서 “이제는 70%룰의 실효성이 떨어지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이렇다 보니 연금 투자자 사이에선 “같은 노후자금인데 퇴직연금만 과도하게 묶어두고 있다”는 불만도 커지고 있다. 연금저축엔 위험자산 투자 한도가 없는데 퇴직연금에만 한도를 두는 것은 규제 차별이라는 지적이다. 특히 지난해 연금저축펀드·ETF 수익률이 29.3%를 기록하며 높은 성과를 내자 규제 완화 요구는 더 커지는 분위기다. 연금저축 전체 수익률도 10.6%로 연금저축신탁(4.0%)과 연금저축보험(0.8%)을 크게 웃돌았다.▶증시 과열에 70%룰 완화 ‘급제동’=실제 연초까지만 해도 노동부와 금융감독당국 등은 퇴직연금 위험자산 투자 비중 완화 여부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었다. 지난해 본지가 입수한 노동부의 국회 제출 자료에도 “적극적 투자를 지향하는 일부 퇴직연금 가입자를 위해 적립금 운용의 자율성을 확대해야 한다는 필요성에 공감한다”며 퇴직연금 TF를 통한 규제 완화 검토 의사를 밝힌 바 있다. <2025년 11월 21일 16면 참조>지난해 9월 이찬진 금감원장 역시 금융투자회사 최고경영자(CEO) 간담회에서 “퇴직연금 활성화를 위해 위험자산 투자한도 단계적 확대 등 지원방안을 적극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그러나 최근 들어 기류가 달라지고 있다. ETF 투자 비중 확대와 증시 변동성 확대 등 시장 불안 요인이 커지면서 규제 완화보다는 현행 제도를 유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금융감독당국은 물론 퇴직연금사업자들 사이에서도 커지는 것으로 파악된다. 투자 경험과 위험 감수 능력이 서로 다른 가입자들이 혼재된 상황에서 현행 70%룰이 연금 자산의 일부를 안전자산에 배분하도록 유도하는 안전장치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한 업계 관계자는 “연초까지만 해도 70%룰을 없애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했지만 최근 투자 쏠림 현상이 심해지자 70%룰을 퇴직연금과 개인연금을 구분하는 핵심 차별점이자 최소한의 안전장치로 보고 있다”면서 “업권별로도 회원사 의견을 수렴하며 입장을 재정비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또 다른 퇴직연금사업자 관계자는 “금감원도 투자자 보호를 강조하는 이찬진 원장 체제에서는 보다 신중하게 접근할 가능성이 크다”며 “70%룰 완화가 자칫 ‘삼전닉스 레버리지 시즌2’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라고 우려했다.연금 수익률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꺼내든 방안이 자칫 연금 자금을 특정 종목·상품에 집중시키는 통로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금융당국이 레버리지 ETF 과열을 경계하는 점도 이 같은 신중론에 힘을 싣고 있다. 이찬진 원장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삼성전자·SK하이닉스 레버리지 ETF에 대해 “드러누워서라도 막았어야 하는 것 아닌지 후회한다”고 밝히기도 했다.노동부는 70%룰 세부 설계는 아직 검토 단계라는 입장이다. 노동부 관계자는 “규제를 완화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시장 쏠림과 투자 과열 등 부작용은 물론, 현행 규제를 유지하면서 나타나는 가입자 불편과 투자 제약 문제까지 함께 점검 중”이라고 밝혔다. 또 확정기여형(DC)과 IRP 가운데 어떤 제도로 적용할지, 한도를 일시에 완화할지 또는 단계적으로 확대할지 등이 모두 논의 대상이라고 부연했다.▶ETF 쏠림에 업계도 찬반 갈려=특히 최근 특정 종목과 테마를 중심으로 투자 쏠림 현상이 심화한 점도 규제 완화 논의의 부담 요인으로 거론된다. 실제 6월 들어 순자산이 1조원 이상 증가한 ETF 9개 중 하나가 채권혼합형 ETF인 ‘RISE 삼성전자SK하이닉스채권혼합50(22일 기준·1조975억원 증가)’였다. 이 상품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50% 담고, 나머지 50%를 우량 채권으로 편입하는 구조다. 나머지 8개 중 4개가 SK하이닉스 또는 삼성전자를 담은 단일종목레버리지 ETF였다.ETF를 중심으로 한 연금 자금 유입도 갈수록 확대되는 추세다. 염동찬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시가총액 기준 ETF 비중은 6% 정도지만 거래대금 기준으로는 30%까지 늘어났다”며 “이는 ETF가 한국 주식시장에서 중요한 거래 수단으로 자리 잡고 있음을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특히 올들어 개인이 ETF를 55조원 순매수했다고 강조하면서 이는 “DC, IRP 등 퇴직연금 성격의 자금의 유입 영향”이라고 진단했다.당분간 70%룰 완화 논의는 속도를 내기 어렵다는 전망이 나온다. 투자 과열 우려뿐 아니라 업권별 이해관계도 첨예하게 엇갈리고 있어서다. 특히 은행과 보험업계는 퇴직연금 계좌 내 안전자산 30%를 예·적금과 원리금보장형 상품으로 운용하는 비중이 높은 만큼, 한도 규제가 폐지될 경우 해당 자금까지 ETF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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