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심장병·중독 치료까지 효과 있다고?”… 비만치료제 ‘21세기 .....

‘위고비’와 ‘마운자로’로 대표되는 GLP-1 계열 약물이 단순한 비만치료제를 넘어 ‘인류의 만병통치약’으로 진화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암, 심장병은 물론이고 각종 중독 치료에까지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잇따르면서다. /챗GPT 생성 이미지 ‘위고비’와 ‘마운자로’로 대표되는 GLP-1(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 계열 약물이 단순한 비만 치료제를 넘어 ‘인류의 만병통치약’으로 진화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암, 심장병은 물론이고 각종 중독 치료에까지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잇따르면서다.최근엔 비만 치료제가 남성의 테스토스테론 수치를 회복시켜 가임력을 높여준다는 분석도 나왔다. 뇌의 도파민 보상 회로에 작용해 식욕뿐 아니라 알코올·약물 등 각종 중독 증세를 완화하고, 폭력성이나 충동성까지 낮춰준다는 발표도 있다.글로벌 빅파마부터 국내 바이오 기업들은 이에 GLP-1 계열 약물의 치료 적용 범위를 확대하는 데 사활을 걸기 시작했다. 치료 영역이 넓어질수록 겨냥할 수 있는 시장이 기하급수적으로 커지기 때문이다. 글로벌 항노화 및 전신 대사 시장을 뒤흔들 핵심 플랫폼으로 접근하려는 기업도 늘고 있다.GLP-1 계열 비만 치료제./조선일보 DB ◇21세기 불로초? 치료 영역 넓히는 비만 치료제비만 치료제가 효과를 보이는 영역이 계속 늘어나는 것은 비만 자체가 그만큼 다양한 질병의 원인이기 때문이다.비만 치료제를 쓰면 비만과 관련 있는 대부분 질환에 효과를 내게 된다. 비만은 몸속 염증과 인슐린 저항성을 높이고, 혈당과 혈압, 혈중 지방 수치를 솟구치게 한다. 지방간염, 호르몬 이상을 동시에 일으킬 수도 있다. 체중이 10~20%만 줄어도 심장병, 뇌졸중, 신장 질환, 암 위험이 함께 줄어든다는 연구가 발표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각종 연구에 따르면 비만 치료는 수면 무호흡증, 다낭성난소증후군 같은 질병 치료에도 큰 효과를 보이고 있다.최근엔 남성 가임력에 영향을 끼친다는 연구도 나왔다. 영국 워릭대 의대 내분비학과 전문의 연구팀은 남성 호르몬 결핍증을 앓고 있는 비만 남성 30명을 무작위로 나눠 GLP-1 약물을 맞게 했다. 그 결과 GLP-1 약물을 맞은 그룹은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올라갔고 정자의 질도 향상됐다. 지난달 미국 메이요클리닉 비뇨기과 연구팀도 남성 1600명 중 일부에게 GLP-1 약물을 처방했더니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30%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연구팀은 “비만이 정자 생성과 남성 가임력에 필수인 테스토스테론의 수치를 낮추기 때문에, 비만이라는 주요 인자를 제거하면 그만큼 남성 가임력이 올라간다”고 했다.◇암 위험도 줄고, 중독 치료 효과각종 암을 예방하고 억제하는 데도 잇따라 효능을 보이고 있다. 이달 초 미국 펜실베이니아 페렐만 의과대학은 당시 미국 시카고에서 열린 미국임상종양학회(ASCO)에서 GLP1 계열 약물을 처방받은 과체중 환자의 유방암 발생 위험이 35%가량 감소했다는 데이터를 공개했다. 비만 연관 암 전반에 걸쳐 유의미한 진전이 확인된 것이다.비슷한 시기 미국 클리블랜드클리닉 연구진도 폐암·대장암·간암 등 비만 관련 암 환자 1만2112명을 추적 조사한 결과, GLP-1 투여군의 암세포 원격 전이나 4기 진행 위험이 대조군보다 38~50% 낮았다고 발표했다.GLP-1 계열의 치료제가 물질 의존증이나 충동 조절 같은 각종 중독 증세를 완화하는 데도 기여한다는 보고도 잇따른다. 미국 국립보건원(NIH) 산하 국립약물남용연구소(NIDA)가 2025년 12월 환자 수만 명의 기록을 분석한 대규모 역학 조사에 따르면, GLP-1을 투여한 환자군은 대조군에 비해 알코올 중독으로 인한 재입원율과 심각한 오남용 발생률이 50% 이상 줄어든 것으로 확인됐다.이 같은 현상은 약물이 뇌의 핵심 보상 회로에 직접 개입하기 때문이다. 덴마크 코펜하겐대 연구팀은 2025년 말 진행한 임상 시험에서 GLP-1 성분이 중독과 쾌감을 관장하는 뇌의 영역에서 나오는 도파민 분출 신호를 조절한다는 사실을 규명했다. 약물이 도파민 보상 회로를 통제해 술이나 담배, 마약성 진통제를 접했을 때 뇌가 느끼는 희열과 갈망 자체를 무뎌지게 만든다는 것이다. 미국 럿거스대 연구팀은 GLP-1 치료제가 폭력성과 충동도 낮출 수 있다고 봤다. 심지어 쇼핑, 도박, 음식 중독을 줄이는 데도 영향을 끼친다는 분석도 나온다.적용 범위는 앞으로도 계속 확대될 전망이다. 글로벌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지난 5월 발표한 시장 전망 보고서에서 GLP-1 계열의 비만 치료제가 향후 심혈관 질환과 만성 신장 질환, 수면무호흡증 외에도 각종 신경계 질환, 약물 중독, 우울증, 건선, 크론병, 천식 분야로까지 적용 범위가 확대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내다봤다.테런스 플린 모건스탠리 제약·바이오 리서치 총괄은 “향후 2년 내에 이 분야에서 초기 임상 데이터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이는 완전히 새로운 치료 카테고리를 열고 시장 확장의 다음 단계를 지탱할 것”이라고 했다.◇적응증 넓히기 경쟁에 돌입한 제약사들제약·바이오 기업들도 단순히 체중을 감량하는 것을 넘어 각종 임상시험을 통해 GLP-1 치료제의 적응증을 확대하는 것을 주요 과제로 삼기 시작했다. 한 가지 약물로도 겨냥할 수 있는 시장을 넓힐 수 있기 때문이다.덴마크 제약사 노보 노디스크는 위고비 성분(세마글루티드)으로 심혈관 질환 위험 감소 승인을 받아낸 데 이어, 대사 기능 장애 관련 지방간염(MASH) 치료제로 공식 적응증을 획득했다. 조만간 초기 알츠하이머 환자를 대상으로 한 대규모 임상 3상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미국 제약사 일라이릴리는 마운자로(티르제파티드)의 적용 범위를 넓히는 데 주력하고 있다. 중증 폐쇄성 수면 무호흡증에 대한 적응증 승인을 받은 데 이어, 만성 신장 질환과 심부전 환자를 대상으로 한 대규모 임상도 진행 중이다.국내 기업도 뛰고 있다. 한미약품은 개발하고 있는 비만 신약 ‘에페글레나타이드’로 지방간염 및 희귀 대사 질환까지 아우르는 멀티 적응증 파이프라인을 구축하겠다는 계획이다. HK이노엔은 GLP-1 유사체 ‘에크노글루타이드’의 국내 임상 3상 대상자 모집을 최근 마쳤다. 수면무호흡증을 비롯한 노인성 합병증까지 아우르는 적응증 확장을 목표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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