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파민 증시’ 뒤 숨겨진 그림자

경기 먹구름·빚투 급증…커지는 경고음멜트업 구간 진입…작은 변수에도 ‘휘청’증시는 뜨겁지만 시장을 둘러싼 환경은 녹록지 않다.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와 인플레이션 부담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내 증시는 반도체와 유동성에 크게 의존하는 모습이다. 여기에 개인투자자의 ‘빚투’까지 빠르게 늘면서 작은 충격에도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더군다나 최근에는 반도체 업종 역시 노조·정책·공급망 변수 등 각종 리스크에 노출돼 있다는 평가다. 모건스탠리도 변동성을 경고했다. 모건스탠리는 5월 12일 발표한 2026년 한국 증시 하반기 전망 보고서에서 “코스피는 추가 상승 여력이 있지만, 하반기에는 시장 변동성이 다소 커질 수 있다”며 “향후 3~6개월 코스피 예상 범위를 6500~9500으로 제시한다”고 밝혔다.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은 지난 5월 12일 페이스북에서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반도체 기업 초과이익에 대한 정부 정책 개입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에 코스피 지수는 당일 7999에서 7421까지 급격히 하락했다. 사진은 지난 5월 5일 용산 대통령실 기자회견장에서 브리핑하는 김용범 정책실장. (연합뉴스)리스크 ➊ 안팎서 시끄러운 반도체정책 불확실성에 중국 변수까지증시를 이끄는 건 단연 메모리 반도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5월 13일 기준 코스피 시가총액은 6423조3604억원이다. 이 중 삼성전자(1660조3431억원)와 SK하이닉스(1408조2998억원)의 시총 합산액은 3068조6429억원으로, 시총 비중은 47.7%에 달했다. 코스피 시총의 절반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인 꼴이다.반도체가 흔들리면 코스피 전체가 흔들리는 장세다. 일부 글로벌 투자은행(IB)을 중심으로 반도체 과열 우려가 나온다는 점도 짚어볼 지점이다. 최근 반도체 랠리가 실적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울 정도로 ‘심리 장세’ 성격이 더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미즈호증권은 최근 메모리 반도체를 두고 ‘멜트업(melt-up)’ 구간이라는 표현을 썼다. 멜트업은 실적이 아닌 FOMO(소외 공포) 등 심리적 요인이 증시 상승세를 이끄는 현상이다. 이런 상황에선 작은 이슈에도 시장이 크게 반응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미국 메모리 반도체 업체인 마이크론은 지난 3월 실적 서프라이즈 이후 특별한 악재가 없었음에도 단기간에 30% 가까이 급락한 바 있다. 실적이 아닌 투자 심리가 증시 방향성을 결정하는 상태다.최근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의 ‘국민배당금’ 언급 이후 삼성전자·SK하이닉스 주가가 흔들린 사례도 있다. 김용범 정책실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AI 시대의 초과이윤이 사회 내부의 K자 격차를 구조적으로 확대할 가능성이 있다”며 “AI 인프라 시대의 과실은 특정 기업만의 결과가 아니다. 반세기에 걸쳐 전 국민이 함께 쌓아온 산업 기반 위에서 나온다. 그렇다면 그 과실의 일부는 전 국민에게 구조적으로 환원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장은 이를 반도체 기업의 초과이익에 대한 정부 정책 개입 가능성으로 받아들였다. 국민배당금 언급 당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는 강세에서 약세로 전환했다. 코스피도 급격히 하락해 7421까지 내려갔다.블룸버그는 “한국의 한 고위 정책당국자가 AI 산업에서 발생한 세수를 활용해 국민들에게 배당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한국 증시가 크게 출렁였다”고 전했다. 미국 금융 매체 배런스도 “지금 반도체 시장은 작은 악재에도 매도세가 터질 만큼 예민한 상태”라며 “한국 정부 관계자의 발언만으로도 시장이 큰 폭으로 흔들렸다”고 설명했다.월가 일각에서는 반도체 랠리가 지나치게 ‘공급 부족’ 논리에 기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글로벌 매크로 리서치 업체 가베칼리서치의 루이-빈센트 가브 최고경영자(CEO)는 5월 11일 배런스와 인터뷰에서 “향후 미국과 중국 간 희토류 공급과 반도체 장비 규제가 협상 테이블에 오를 수 있다”고 예상했다. 그러면서 “중국이 첨단 반도체 장비 접근권을 확보하게 되면 장기적으로 반도체 가격 하락 압력이 커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현재 중국은 네덜란드 ASML의 첨단 노광장비 수입이 제한된 상태다. 하지만 미·중 갈등은 완화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중국은 시진핑 주석의 9월 미국 국빈 방문을 공식화하기도 했다. 만약 반도체 장비 규제가 완화되면 중국의 반도체 생산능력은 예상보다 가파르게 개선될 전망이다.범용 D램 부문에서는 이미 추격이 한창이다. 중국 메모리 반도체 업체들은 앞다퉈 증설 계획을 내놓고 있다. 창신메모리(CXMT)는 올해 D램 생산능력을 연간 30만장 수준까지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시장에선 변화 움직임도 감지된다.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HP·델·에이수스 등 PC 제조사들은 CXMT 범용 D램 채택을 검토 중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핵심 수익원이 여전히 범용 D램이란 점을 고려하면, CXMT의 추격은 슈퍼사이클의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리스크 ➋ 역대 최대 ‘빚투’ 잔고조정 예상한 ‘하락 베팅’도 이어져빚으로 주식투자를 이어가는 ‘빚투 랠리’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5월 12일 기준 코스피 신용거래융자 잔액은 25조4038억원을 기록했다. 올해 기준 최대치다. 신용거래융자 잔액은 개인 투자자가 주식예탁금 등을 담보로 증권사에 돈을 빌려 주식을 산 뒤 아직 갚지 않은 금액이다. 신용거래융자를 활용하면 내 돈보다 훨씬 많은 금액으로 주식을 살 수 있다. 상승장에선 더 큰 수익을 누릴 수 있다. 문제는 증시가 떨어질 때다. 손실뿐 아니라 빌린 돈까지 갚아야 하는 상황이 온다. 만약 정해진 기한까지 돈을 갚지 못하면 증권사는 투자자 의사와 별개로 담보로 잡은 주식을 시장에 매도해 돈을 회수한다. 이른바 반대매매다. 이 경우 투자자의 계좌는 빚만 남는 깡통 계좌가 된다.신용거래융자의 가파른 상승에 금융감독원도 우려를 표현할 정도다. 황선오 금감원 부원장은 5월 11일 자본 시장·회계 현안 브리핑에서 신용거래융자 잔액이 큰 폭으로 늘어나는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황 부원장은 “신용융자는 차입을 활용한 투자여서 주가 하락 시 반대매매로 인해 손실폭이 커질 수 있다”며 “손실을 감내할 수 있는 범위에서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이런 상황에서 공매도 순보유 잔액까지 불어나고 있다는 건 유의할 지점이다. 공매도는 소유하지 않은 주식을 빌려 먼저 판 뒤 주가가 하락하면 다시 사들여 갚는 방식이다. 공매도 순보유 잔액이 늘고 있다는 건 ‘증시 하락’에 베팅하는 투자자가 늘고 있다는 의미다.한국거래소에 따르면 5월 13일 기준 코스피 공매도 순보유 잔고는 21조3984억원이다. 한 달 전(16조2546억원)과 비교하면 31.6% 늘었다. 올해 초(12조2549억원) 대비 74.6% 증가했다.대차 거래(Stock lending) 잔고가 늘고 있단 점도 눈에 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5월 11일 기준 대차 거래 잔고는 182조9674억원이다. 한 달 전(155조7936억원)과 비교하면 30조원 가까이 불어났다. 대차 거래는 투자자가 주식을 빌리는 것을 가리킨다. 대차 거래는 다양한 목적으로 활용되지만 한국 증시에선 ‘공매도 선행 지표’ 타이틀을 갖고 있다. 한국 증시는 무차입 공매도가 금지돼 있어 공매도 투자자는 사전에 주식을 차입하거나 차입 계약을 체결해야 하기 때문이다. 쉽게 설명하면 공매도 투자자는 대차 거래 등을 통해 주식을 사전에 차입·확보해야만 공매도를 진행할 수 있다는 말이다.리스크 ➌ 매크로도 빨간불원유 바닥에 ‘수요 파괴’ 우려살얼음판인 매크로 환경도 불안 요소다. 이란 사태 장기화로 글로벌 원유 재고가 빠르게 줄고 있어서다. 이는 유가 상승을 자극해 산업 생산과 물가, 소비 전반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JP모건은 최근 보고서에서 전쟁이 길어질 경우 글로벌 상업용 원유 재고가 6월 중순 무렵 ‘임계 수준(Operational Stress)’ 구간인 76억배럴 수준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임계 수준 구간은 원유 재고가 없어 물리적인 원유 흐름에 차질이 생기는 상황을 의미한다. 올해 초 재고가 약 84억배럴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상당한 차이다.재고 감소는 유가 상승 압력으로 이어진다. 시장에서는 ‘수요 파괴(demand destruction)’ 가능성도 거론된다. 수요 파괴
원문 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