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균 VC협회장 "30조 코스닥 활성화 펀드 조성해야"

16일 서울 영등포구 한국거래소 서울사무소에서 열린 한국성장금융 출범 10주년 토론회에서 김학균 한국벤처캐피탈협회 회장이 자리에서 일어나 인사하고 있다. / 사진 = 박재형 기자국내 벤처투자 생태계의 회수시장 정체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벤처투자는 위험하다'는 인식부터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단순히 상장(IPO)을 통한 엑시트(투자금 회수) 시장 확대에 머물 것이 아니라, 코스닥을 글로벌 혁신기업을 육성하는 성장 플랫폼으로 재편해 모험자본의 선순환 구조를 구축해야 한다는 제언이다.김학균 한국벤처캐피탈협회 회장은 16일 서울 영등포구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한국성장금융 출범 10주년 기념식 패널 토론에서 "회수시장의 가장 큰 병목은 고정관념"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이날 토론에는 김 회장을 비롯해 박병건 PEF운용사협의회 회장, 강성범 미래에셋증권 IB사업부 대표, 조명현 세미파이브 대표, 박재훈 금융위원회 산업금융과장 등이 참석해 생산적 금융 활성화와 모험자본 시장 선순환 방안을 논의했다.김 회장은 벤처투자가 위험하다거나, 투자 후 기업 가치를 올리고 이탈하는 이른바 '먹튀'라는 인식을 대표적인 고정관념으로 지목했다. 그는 "벤처기업 자체는 위험할 수 있지만 포트폴리오 방식의 벤처펀드 투자는 위험하지 않다는 점이 이미 데이터로 증명됐다"며 "지난 5년간 협회가 집계한 해산 펀드 평균 수익률은 매년 9.3~12.3% 수준을 기록했고, 성장금융 펀드의 해산 수익률도 13%를 상회한다"고 설명했다.이어 "회수는 투자금을 LP(출자자)에게 돌려주고 재투자로 연결하는 과정"이라며 "이러한 선순환이 있었기에 벤처투자 시장 규모가 연간 15조원까지 성장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특히 김 회장은 코스닥 시장을 단순한 '회수 시장'이 아니라 '글로벌 기업을 육성하는 플랫폼'으로 재정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그는 "미국은 비상장 벤처투자 금액보다 나스닥 상장 이후 기업에 투자하는 금액이 1.7배 크지만 한국은 코스닥 상장 이후 기업을 위한 지원 프로그램이 사실상 없다"며 "공모자금을 받고 끝나는 구조로는 글로벌 기업을 키울 수 없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미국 증시 시가총액 상위 30개 기업 중 1세대 혁신기업 비중은 닷컴버블 직후인 2005년 10%에서 2025년 76%까지 확대된 반면, 한국은 같은 기간 6%대에 머물렀다는 게 김 회장의 분석이다.이를 근본적으로 개선하기 위해 김 회장은 3년간 30조원 규모의 '코스닥 활성화 펀드' 조성을 제안했다. 코스닥 시가총액 10%와 맞먹는 규모의 전용 펀드를 통해 개인 투자자 거래 비중이 95%에 달하는 코스닥의 수급 구조를 기관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구상이다.장기적인 체질 개선을 완충시키는 역할로 세컨더리 펀드의 필요성도 언급했다. 김 회장은 "현재 구조에서는 연간 100개 안팎의 기업이 상장해도 신규 상장 기업의 시가총액 유입 규모가 12조~15조원에 머물고 있다"며 "공모가 기준 벤처캐피탈의 연간 회수 규모는 3조원 수준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미 벤처 생태계에 70조원 이상을 투입한 상황에서 선순환 구조를 만들지 못하면 지난 30년간 쌓아온 생태계가 흔들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향후 10년의 비전에 대해서는 "창업국가가 아닌 글로벌 기업 육성과 선순환에 방점을 찍어야 한다"며 "글로벌 유망 기업이 나올수록 글로벌 자금이 한국 시장으로 유입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로 올해 1분기 인공지능(AI)과 ICT 제조 업종 투자가 전년 동기 대비 99.5% 급증하는 등 딥테크 위주로 시장이 재편되면서 업력 7년을 초과한 후기 기업 투자 비중이 늘고 있다고 전했다.토론에 참여한 조명현 세미파이브 대표도 이러한 제언에 공감했다. 조 대표는 "딥테크 기업은 공격적인 투자 유치와 기술 확보 과정에서 창업자 지분율이 낮아지고 기업 규모가 퍼블릭 컴퍼니에 가까워진다"며 "상장 이후에도 장기 비전을 공유하는 투자자를 만나야 하는데 개인 투자자의 단기 매매 성향이나 정책자금의 매뉴얼식 엑시트 구조에 부딪히면 성장에 큰 장벽이 된다"고 말했다.이어 "싱가포르와 홍콩의 기관투자자들을 만나보면 코스피 대비 코스닥에 대한 관심이 매우 낮다"며 "정책자금이 코스닥 시장에 대한 명확한 아젠다와 이니셔티브를 갖고 역할을 부여하는 것만으로도 기업들이 글로벌 투자자와 연결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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