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평가 논란 비웃는 스페이스X

‘머스크 프리미엄’ 언제까지스페이스X가 공모가 고평가 우려를 털고 고공행진 중이다. 6월 12일 나스닥에 상장한 스페이스X는 공모가 135달러 대비 19% 넘게 오른 161달러에 첫 거래를 마쳤다. 공모 규모만 750억달러에 달하는 역대 최대 기업공개(IPO)다. 이후에도 상승세다. 6월 17일 기준 191달러까지 치솟았다. 시가총액도 2조5000억달러를 넘어섰다.시장 관심은 점차 ‘적정 밸류에이션’으로 옮겨붙고 있다. 스페이스X는 지난해 매출 187억달러, 순손실 49억4000만달러를 냈다. 공모가 기준 기업가치는 지난해 매출의 90배를 웃돈다. 상장 이후 주가 상승으로 밸류에이션 부담은 더 커졌다. 지난해 매출 대비 135배 수준의 시총이다. 밸류에이션 정당화를 위해서는 ‘우주 대표주’라는 내러티브(서사)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게 증권가 평가다.박기현 키움증권 애널리스트는 “현재 시총 상당 부분이 차세대 발사체 ‘스타십’, 화성 탐사, 궤도 데이터센터 등 아직 실적이 입증되지 않은 사업에 대한 기대를 반영하고 있다”며 “스페이스X는 적자 상태로 상장한 최초의 대형 인공지능(AI) 기업”이라고 설명했다.박유안 KB증권 애널리스트도 “상장 초기에는 수급 모멘텀이 이어질 수 있다”면서도 “다만 8~12월 록업(Lock-up·보호예수) 해제 이후에는 실적과 밸류에이션이 핵심 변수로 부상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스페이스X가 역대 최대 규모 기업공개(IPO)를 마쳤다. 이후에도 주가는 상승세다. (스페이스X 제공)질문 ➊ 여전한 고평가 논란, 왜?몸값 떠받치는 건 위성 인터넷스페이스X 주가를 끌어올리는 건 ‘우주 내러티브’다. 증권신고서(S-1)에 담긴 회사의 목표를 보면 알 수 있다. 스페이스X는 인류를 다행성 종족으로 만들고, 장기적으로 태양 에너지를 본격 활용하는 ‘카르다쇼프 타입Ⅱ’ 문명으로 나아가겠다는 비전을 내세운다. 일론 머스크 스페이스X 최고경영자(CEO)의 보상 조건에도 이런 색깔이 드러난다. 보상 마일스톤에는 시가총액 목표뿐 아니라 화성에 100만명이 거주하는 영구 정착지를 세우는 조건까지 담겼다.우주 내러티브의 출발점은 재사용 로켓이다. 스페이스X는 팰컨9을 앞세워 발사 비용을 낮췄고, 민간 우주 발사 시장에서 압도적인 지위를 확보했다. 다음 단계는 ‘스타십 프로젝트’다. 팰컨9이 1단 추진체만 회수해 재사용하는 구조라면, 스타십은 1단과 2단을 모두 회수하는 완전 재사용을 목표로 한다. 추가적인 비용 절감이 가능하다. 이론상으로는 발사 비용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제작비를 거의 제거할 수 있다. 관련 업계는 팰컨9이 ㎏당 로켓 발사 비용을 약 3100달러 수준으로 낮췄다면, 스타십은 ㎏당 100달러 미만으로 낮출 수 있다고 내다본다. 로켓 발사가 고가 제조업에서 반복 가능한 서비스업에 가까워지는 셈이다. 이 경우 우주 물류센터뿐 아니라 궤도 데이터센터 등도 가능하다는 게 스페이스X의 판단이다.문제는 거대한 내러티브와 달리 실적은 증명되지 못했다는 점이다. 실적을 떠받치는 축은 여전히 저궤도 위성통신(LEO·Low Earth Orbit, 잠깐용어 참조) 서비스 ‘스타링크’ 하나다. 외신과 월가 일부에서 제기하는 고평가 논란의 시작점도 스타링크 의존도다. S-1에 따르면, 지난해 187억달러 매출 중 114억달러가 스타링크 매출이다. 우주(로켓 발사) 부문 매출은 41억달러 수준이다. 전체 매출 중 60.9%가 스타링크다.이 때문에 현 주가를 고평가로 보는 시선이 짙다. 니콜라스 오언스 모닝스타 애널리스트는 6월 12일 리포트에서 스페이스X 적정 가치를 주당 63달러로 제시했다. 공모가(135달러)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모닝스타는 입증된 스타링크와 재사용 로켓 사업 가치를 주당 약 40달러로 평가했다. 스타십이 2035년까지 연 340회 발사되고, 재사용률도 85%까지 올라간다는 공격적인 시나리오를 반영한 결과다. 여기에 궤도 데이터센터 혹은 우주 물류 등 각종 기대감을 더해도 63달러 수준이 적정하다는 설명이다. 그러면서 모닝스타는 ‘문샷 시나리오(낙관적 시나리오)’ 가능성은 7% 수준으로 봤다. 문샷 시나리오는 스타십이 최상의 재사용률을 확보하고, 궤도 데이터센터가 상업적으로 대규모 성공을 거두는 경우다. 모닝스타는 문샷 시나리오가 현실화됐을 때 주당 154달러도 가능하다고 봤다. 하지만 니콜라스 오언스 애널리스트는 “문샷 시나리오 가능성은 7%”라며 선을 그었다.글로벌 리서치 기관인 CFRA도 비슷한 의견이다. 키스 스나이더 CFRA 애널리스트는 스페이스X에 ‘매도’ 의견을 냈다. 목표가는 115달러다. 스나이더 애널리스트는 스페이스X의 현재 기업가치가 2조달러를 넘는 수준까지 올라온 것은 지나치게 공격적이라고 봤다. 검증된 사업은 스타링크 하나인데, 주가는 스타십과 궤도 데이터센터의 대규모 성공을 반영하고 있다는 설명이다.반면 국내 증권가에선 현 수준의 밸류에이션이 합리적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이재광 LS증권 애널리스트는 “스페이스X는 AI와 커넥티비티(스타링크 등), 우주라는 거대한 시장 인프라에서 사실상 독점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고, 이들간 수직계열화로 매출총이익률(GPM)이 현재 49%에서 70% 수준까지 오를 수 있다”며 “연말이 되면 (매출 상승 등으로) PSR(주가매출비율)은 공모가 기준 100배 안팎에서 30배로 낮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질문 ➋ 머스크 프리미엄 ‘약 vs 독’비정상적 의결권 85% 행사스페이스X는 차등의결권 제도를 활용 중이다. 차등의결권은 주식 종류에 따라 의결권을 다르게 주는 제도다. 보통 주식 1주는 주총에서 1표를 행사하지만, 차등의결권 구조에서는 일부 주식에 10표, 20표처럼 많은 의결권을 붙일 수 있다. 창업자는 일부 지분만으로도 회사를 지배할 수 있다. 스페이스X 주식은 클래스A(주당 의결권 1개)와 클래스B(주당 의결권 10개)로 나뉜다. 머스크 CEO는 클래스B의 93.6%(56억주)를 보유 중이다. 나머지 6.4%도 회사 내부자 소유라 일반 투자자는 접근이 불가능하다. 머스크는 클래스A 지분도 8억4950만주 보유해 전체 의결권의 약 85%를 행사한다.자본은 시장에서 조달하되, 통제권은 머스크가 온전히 쥔 이례적인 구조다. 투자자 입장에선 주가 베팅만 할 수 있을 뿐, 회사의 의사 결정에는 사실상 영향력 행사가 불가능하다. 상장사지만 비상장사 형태를 띠는 꼴이다.이런 지배구조가 가능했던 건 머스크여서다. 이른바 ‘머스크 프리미엄’이다. 머스크가 이끄는 회사는 당장 숫자로 설명하기 어려운 사업에도 높은 가치를 인정받는다. 테슬라가 전기차 시장에서 그랬고, 스페이스X는 재사용 로켓과 스타링크로 비슷한 신뢰를 쌓았다. 투자자는 단순히 현재 실적이 아니라 “머스크가 결국 해낼 것”이라는 기대에도 투자한다. 문제는 이 프리미엄이 양날의 검이라는 점이다. 팰컨9 재사용, 스타링크 확장, 스타십 개발은 모두 머스크식 실행력이 만든 성과다. 하지만 머스크가 틀렸을 때 이를 제어할 장치는 약하다. 특히 스페이스X가 로켓과 위성통신을 넘어 AI, 궤도 데이터센터, 우주 물류로 사업을 넓히는 국면에서는 자본 배분 판단이 중요해진다. 어떤 사업에 얼마를 쓸지, 특정 거래가 스페이스X 주주에게 유리한지 따져볼 견제 장치가 제한적이라는 얘기다.루시안 베브척(Lucian Bebchuk) 하버드대 로스쿨 교수와 코비 카스티엘(Kobi Kastiel) 텔아비브대 교수는 최근 하버드 로스쿨 기업지배구조 포럼에 관련 글을 올렸다. 두 교수는 “머스크의 경영 능력을 높이 평가하는 투자자라도 스페이스X 지배구조는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한다”며 “머스크가 스페이스X의 파이를 키울 수는 있다. 하지만 커진 파이가 일반 주주에게 얼마나 돌아갈지는 별개의 문제”라고 설명했다.두 교수는 스페이스X 구조상 머스크가 회사에 제안된 사업 기회를 직접 가져가거나 자신에게 유리한 특수관계자 거래를 만들 여지가 있다고 봤다. 최악의 시나리오도 제시했다. 두 교수는 “현재 54세인 머스크가 만약 사망하거나, 직무를 수행할 수 없는 상태가 되거나, 경영 능력을 잃게 된다면 통제권은 그의 상속인이나 신탁을 관리하는 사람들에게 넘어갈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S-1 등을 살펴도 이들이 누구일지는 알 수 없다. 투자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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