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등 ‘사용 후 배터리’ 국가 자원 관리…기업 투자 잰걸음

배출량 계속 증가, 관련법 내년 시행…리사이클링 사업 진출 활발국내 원료 부족 ‘걸림돌’ 지적…부처 간 얽힌 중첩 규제도 풀어야제주 제주테크노파크에 위치한 ‘전기차배터리 산업화센터’에 보관돼 있는 전기차 사용 후 배터리(폐배터리). 경향신문 자료사진단순 폐기물로 취급돼 규제 사각지대에 방치되던 전기차 등의 ‘사용 후 배터리’가 국가 전략자원으로 공식 관리된다. 대기업과 전문 리사이클링 기업의 상업화 투자가 활발해지는 분위기가 뚜렷하다.산업통상부는 지난 20일 국무회의에서 ‘사용 후 배터리의 관리 및 산업육성에 관한 법률안(사용후배터리법)’ 제정 법률안이 의결됐다고 밝혔다. 이 법안은 지난달 23일 국회를 통과했다. 환경부 등에 따르면 국내 사용 후 배터리 배출량은 2023년 2355개에서 지난해 8321개로 늘었다. 오는 2030년에는 10만7500개 규모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정부는 공포 후 1년 뒤 시행될 이번 법안을 통해 배터리 탈거 전 성능평가와 안전검사 체계를 구축하고, 제조부터 폐기까지의 전주기 데이터를 통합 관리하는 공공 이력관리 시스템을 마련하기로 했다. 김정관 산업부 장관은 “국내 배터리 자원의 완결적 순환체계 구축의 기틀을 마련하고 신산업 성장을 촉진할 것”이라며 법 제정 취지를 밝혔다.통상 전기차에서 수거한 사용 후 배터리는 잔존 수명과 성능에 따라 ‘재제조’ ‘재사용’과 ‘재활용’ 여부를 먼저 판단한다. 성능이 양호해 재제조·재사용으로 분류되면 에너지저장장치(ESS)나 전기 자전거용 배터리 등으로 다시 사용한다. 반면 잔존 수명이 다해 재사용이 불가능하면 재활용 단계로 넘어간다. 폐배터리를 물리적으로 분쇄해 검은색 분말 형태인 ‘블랙파우더’로 만든 뒤 화학적 공정을 거쳐 리튬과 니켈, 코발트 등 핵심 광물을 추출해 다시 새 배터리 생산에 활용하는 방식이다.제도적 빗장이 풀리면서 기업들의 상업화 행보에는 일단 탄력이 붙었다. 국내 1호 폐배터리 재활용 전문기업인 성일하이텍은 삼성SDI 등의 투자를 바탕으로 최근 미국 인디애나주 리사이클링 공장을 상업 가동하며 북미 생산 거점을 확보했다. 올해 공장 가동률을 두 배로 확대해 본격적인 흑자 전환을 노리고 있다. 연말 군산 공장에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재활용 파일럿 라인을 구축할 계획이다.대기업들도 폐배터리 리사이클링 시장을 새로운 돌파구로 삼고 투자에 속도를 내고 있다. 포스코퓨처엠은 차세대 실리콘 음극재 등 배터리 소재 기술 확보와 함께 그룹 차원의 리사이클링 공장을 연계해 원료 회수부터 소재 생산까지 이어지는 밸류체인 구축 완료 단계에 접어들었다. 현대차그룹은 현대글로비스의 글로벌 물류 네트워크를 활용해 전 세계에서 발생하는 사용 후 배터리를 효율적으로 회수하는 전용 운송 용기 및 물류 시스템을 선제적으로 구축했다.그러나 업계 내부에서는 현실적인 우려도 하고 있다. 가장 큰 걸림돌은 원료 부족 문제다. 전기차 배터리 수명은 7~10년 수준으로, 정부가 예고한 2030년 전까지는 국내에서 상업성을 확보할 만큼의 폐배터리 물량이 나오지 않는다. 국내 리사이클링 공장들이 당장 가동률을 유지하려면 배터리 제조 공정에서 나오는 스크랩이나 해외 수입 물량에 의존해야 하는데, 주요국들이 폐배터리의 국외 반출 규제를 강화하고 있어 원료 확보 경쟁이 생존 문제로 부각됐다.정부 부처 간 얽혀 있는 규제 중첩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이번 법안은 큰 틀의 진흥안에 가깝고 등록 기준이나 안전검사 방식 등 핵심 알맹이는 하위법령에 위임돼 있다. 특히 기존 자동차관리법이나 폐기물관리법과의 교통정리가 미흡해 현장에서는 이중 규제나 형사처벌 리스크가 오히려 커졌다는 불만도 나온다. 재제조 사업자의 경우 자동차관리법상 의무를 지면서 동시에 이번 신설법에 따른 정보 제공과 안전검사 의무를 중복으로 부담해야 하는 실정이다.과거 국내 시장을 위축시켰던 에너지저장장치(ESS) 화재 트라우마를 극복할 사전예방진단 기술과 인프라가 법 시행 전까지 완비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재계 관계자는 “유럽연합의 배터리 여권제 등 통상 장벽에 대응하기 위한 법 제정은 시의적절하다”면서도 “1년의 유예기간 동안 부처 간 칸막이를 허물고 중소 전문기업의 원료 수급을 지원할 구체적인 시행령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법의 취지가 무색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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