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힌’ 성공하면 NCC 판도 바뀐다…아람코 9조 승부수 통할까

지난 2024년 울산시 온산국가산업단지 내 에쓰오일 샤힌 프로젝트 현장에 에틸렌 생산 핵심설비인 크래킹히터(오른쪽)가 도입되는 등 본격적인 설비 건설공사가 진행 중인 모습. 연합뉴스 “샤힌이 계획대로 돌아가면 기존 NCC(나프타분해시설)는 설 자리를 잃을 수도 있습니다.” ‘가보지 않은 길’에 대한 의구심일까, ‘예견된 미래’에 대한 두려움일까. 에쓰오일이 9조원 이상 투입한 샤힌 프로젝트의 기계적 완공과 시험가동이 임박하면서 국내 석유화학업계 긴장감도 커지고 있다. 단순히 연산 180만t 규모 에틸렌 공장 하나가 늘어나는 수준이 아니라서다. 원유를 화학제품 중심으로 활용하는 새로운 생산 방식이 처음으로 상업성 검증을 받는 순간이기 때문이다. 석화 업계에선 수십 년 유지해 온 ‘원유→나프타→NCC’ 중심의 석유화학 생산 방식 자체가 흔들리고 시장 판도가 재편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업계가 샤힌을 에쓰오일의 신공장을 넘어 아람코의 미래 전략을 검증하는 첫 상업 실험으로 바라보는 이유다. 아람코는 전기차 확산·탄소 중립으로 인한 미래 연료 수요 감소에 대비해 ‘배럴 투 케미컬(Barrel to Chemicals)’ 전략을 추진해왔다. 원유를 휘발유·경유 같은 연료로 태우기보다 최대한 플라스틱이나 화학제품 원료로 활용해 부가가치를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샤힌은 그 전략의 핵심 기술인 TC2C(Thermal Crude to Chemicals)의 상업적 규모를 검증하는 프로젝트다. 기존에는 정유사가 원유를 정제해 나프타를 생산하고 석유화학사가 이를 분해해 에틸렌 등 기초유분을 만들었다. TC2C는 정유와 석유화학 공정을 통합해 석유화학 원료 생산 비중을 높이는 기술이다. 에쓰오일은 이를 통해 석유화학 원료용 유분 수율을 70% 이상으로 높일 수 있다고 본다. 석화 업계에선 목표대로 상업화에 성공할 경우 기존 NCC 중심의 생산 방식이 원가 경쟁력 측면에서 근본적으로 흔들릴 수 있다고 우려한다. 지난 2025년 울산 울주군 온산읍 에쓰오일 샤힌프로젝트 건설 현장에서 한 근로자가 공사 현장을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아람코가 첫 상업화 무대로 사우디아라비아가 아닌 울산을 선택한 배경도 눈에 띈다. 에쓰오일은 아람코의 기존 정유설비와 석유화학 인프라를 손쉽게 활용할 수 있어서다. 석화 업계에선 안정적인 공장 운영 경험에 시장까지 갖춰진 환경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본다. 석화 업계 관계자는 “아람코에 울산은 일종의 ‘테스트 베드’”라며 “울산에서 성패가 해외 확장의 바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명예교수는 “대규모 설비가 필요한 장치 산업 특성상 한국과 중국 업체들이 공정을 쉽게 바꾸기 어렵다”며 “아람코는 막대한 자금력으로 TC2C를 먼저 상업화해 동아시아 석화 산업의 구도 자체를 바꾸려는 전략”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연구실과 파일럿 단계에서 검증된 기술이라도 세계 최대 규모 상업 설비에서 장기간 동일한 수율과 품질을 유지하기는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대개 석화 공정은 ‘연구실→파일럿→데모플랜트→상업생산’ 단계를 거친다. 석화 업계 관계자는 “TC2C는 사실상 누구도 경험하지 못한 마지막 검증 단계에 들어서는 셈이라 아람코가 원하는 결과를 쉽게 얻기는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기술 자체보다 경제성을 최종 관문으로 봐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새 공정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아스팔트·LPG 등 부산물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처리하고 수익화할 수 있는지가 사업성을 좌우한다는 것이다. 이덕환 교수는 “부산물의 판로를 안정적으로 확보한다면 성공 가능성은 높다”며 “반대로 부산물 처리에 어려움을 겪는다면 TC2C의 경제성도 기대에 미치지 못할 수 있다”고 말했다.
원문 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