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로는 안되겠네" VIP운용, 월덱스에 '적극적 주주행동' 예고

김민국 VIP자산운용 대표. / 제공=VIP운용'우호적 주주행동주의'를 표방하는 사모펀드(PEF) 운용사 VIP자산운용이 반도체 식각용 부품 업체 월덱스에 이례적으로 '적극적인' 주주행동을 예고했다.VIP운용은 월덱스의 2대 주주(지분율 15.64%)로서 회사 주식의 저평가 문제를 지속 지적하면서도 소통, 설득으로 변화를 이끌어낸다는 온건 기조를 고수해 왔다. 하지만 월덱스가 최대주주의 이익을 방어하는 한편 전체 주주 가치와는 반대되는 행보를 지속하자, 결국 수위 높은 대응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한 것이다.주주 환원ㆍ임원 보수 정책 '압박 높이기' VIP운용은 월덱스에 대한 투자 목적을 '단순 투자'에서 '일반 투자'로 변경했다는 내용의 지분신고서를 9일 공시했다. 단순 투자란 오직 시세 차익과 배당금 획득만을 목적으로 주식을 보유하는 것이다. 이와 비교해 일반 투자는 적극적 주주행동주의 성격을 띈다. 경영권을 장악할 의도는 없지만 주주 가치 제고를 위해 적극적인 주주권을 행사할 수 있다.이번의 경우 주주 환원, 임원 보수 정책에 대해 주주권을 행사하기 위한 포석이다. VIP운용 측은 "(월덱스의) 저평가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적극적인 주주 환원책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며 "주주 환원과 임원 보수 정책 관련 의견 개진 등 일반 투자 목적의 주주 활동을 수행하기 위해 주식 보유 목적을 변경했다"고 설명했다.실제로 월덱스의 주식 가치는 탄탄한 재무, 높은 시장 지위와는 판이하게 저평가돼 왔다. 이 회사는 최근 5년간 영업이익률이 평균 21.3%, 자기자본이익률(ROE)은 22.7%로 동종 업계 상위 수준의 현금 창출력을 자랑한다. 올해 1분기 영업현금흐름은 448억원, 지난 3월말 기준 현금성 자산은 약 2300억원으로 재무건전성도 우수하다. 반면 시가총액은 4200억원 수준에 불과하다. 현금을 제외한 순수 사업가치(EV)는 2000억원 수준으로, 보유 현금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저평가 원인은 동종 업계 대비 저조한 주주 환원과 자본 배분 미흡에 있다는 게 VIP운용의 진단이다. 월덱스의 배당 성향은 최근 3년 평균 2.3%에 그쳤다. 이 기간 순이익이 1599억원에 이르지만, 주주에게 지급한 배당금은 36억원에 그쳤다. 3년간 배당금 규모가 배종식 대표이사 1인이 같은 기간 수취한 약 40억원의 보수보다 적다.현금과 주주 자본이 회사 곳간에만 축적돼 있다보니, 자본 효율성이 떨어지는 것은 물론 주가 역시 기업가치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게 VIP운용의 지적이다.VIP운용은 △주주 환원 정책 수립과 이행 △경영진 보수-성과 연계 강화 등 크게 두 가지를 제안했다. 세부적으로는 올해 최소 200억원 이상의 자사주 소각, 내년 이후 연간 순이익 40% 이상을 환원하는 중장기 밸류업(기업 가치 제고) 계획 마련을 요구했다. 경영진 보수와 관련해서는 총주주수익률(TSR) 연동 등 구체적 산정 방안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VIP운용은 이번 제안을 주주 환원과 임원 보수 정책으로 한정했지만 향후 위법 임원 해임 청구와 정관 변경 제안, 회사 합병 반대 등에 주주권을 행사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모두 일반투자 목적의 주주 활동이 가능한 부분들이다.사실상 마지막 경고…월덱스 반응할까배종식 월덱스 대표이사. / 제공=월덱스VIP운용이 월덱스에 대해 예외적으로 우호적 행동주의를 철회하기로 한 배경에는 회사 측의 주주 경시에 대한 깊은 실망감이 자리하고 있다.월덱스는 인색한 주주 환원이라는 고질적 문제 뿐만 아니라, 최근 주주와의 소통에서도 퇴행한 모습이다. 지난 정기 주주총회 당시 주주들의 반대로 부결된 이사 보수 한도 상향안을 아무런 수정 없이 이달 말 임시 주총에 재상정하기로 한 게 대표적이다.설상가상으로 이번 임시 주총에서는 종전 주총 때 도입했던 전자투표제마저 제외했다. 이에 따라 사전에 의결권을 위임하지 않은 주주는 월요일 오전 9시 경북 구미에 위치한 주총장에 직접 출석해야만 의결권 행사가 가능하다. 시장 안팎에서 "회사가 노골적으로 일반 주주를 무시한다"는 거센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월덱스의 경우 최종적으론 불발됐지만 이사가 임기 만료 전 적대적 인수합병(M&A) 등 불가피한 변수로 인해 해임될 경우 퇴직금 외에 최근 3년 평균 연봉의 최대 20배를 특별 퇴직 위로금으로 지급한다는 일명 '황금낙하산' 조항 도입을 시도한 적도 있다.VIP운용은 월덱스가 이처럼 주주 가치를 저해하는 행위를 다수 일삼은 만큼, 회사 주식에 대한 수요를 고의로 축소시키는 '디마케팅(Demarketing)', 즉 의도적인 '주가 짓누르기'에 나선 것은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VIP운용은 월덱스가 공시할 주총 소집 공고에서 확정 의안을 확인한 뒤 다음 행보에 나설 전망이다. 시장에서는 비교적 강도 높은 이번 경고조차 통하지 않을 경우, VIP운용이 주주 제안이나 소송 등 강력한 조치도 불사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오는 29일 개최 예정인 이번 임시 주총의 소집 공고는 현행법(주총 개최 2주 전 공고 의무)에 따라 15일까지 이뤄져야 한다.월덱스 관계자는 "(VIP운용의 이번 제안에는) 이전에 청취했던 사안이 포함된 만큼, 어떤 이야기인지는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월덱스가 VIP운용의 제안을 일부라도 수용해 안건을 수정할지는 미지수다. 이와 관련, 앞선 관계자는 "회사 입장으로 밝힐 만한 것은 없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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