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불장인데 왜 불안하지?”…K증시 ‘가짜 랠리’에 숨겨진 3.....

최준철 VIP자산운용 대표코스피 상승 착시, 하락 종목 더 많다적정 가치 잃은 ETF, 대형주도 투기화‘배당 5%’ 무시하는 투기시각 버려야상법개정 눈치보기, 꼼수 대응 멈춰야 최준철 VIP자산운용 대표가 최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2026 매경 자본시장 대토론회’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 김재훈 기자한국 주식시장이 밸류업 프로그램과 글로벌 랠리에 힘입어 겉으로는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지만, 시장 밑바닥의 체질은 오히려 과거보다 취약해졌다는 경고가 나왔다.최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개최된 ‘2026 매경 자본시장 대토론회’에 패널로 참석한 최준철 VIP자산운용 대표는 “그동안 한국 시장의 디스카운트 해소를 누구보다 바라온 사람으로서 최근의 주식시장 활성화는 분명 반길 만한 일”이라면서도 “다만 그 이면에 부작용과 후유증이 짙게 남아있어, 단지 지수 상승률만 보고 시장의 체질이 완전히 바뀌었다고 보기에는 경계심이 든다”고 진단했다.최 대표는 현재 한국 증시가 건강하지 못하다는 것을 증명하는 ‘세 가지 위험 신호(Red Flag)’를 제시하며 시장의 맹점을 조목조목 짚었다.조던의 지리학과 착시…‘쏠림’과 ETF 왜곡최 대표가 꼽은 첫 번째 문제 징후는 일부 주도주만 오르고 나머지 대다수 종목은 소외되는 ‘극단적인 착시 현상과 쏠림’이다.최 대표는 “과거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대학에서 어떤 전공 출신의 연봉이 가장 높은지 조사했더니 ‘지리학과’가 1위로 나왔는데, 이는 전설적인 농구선수 마이클 조던이 지리학과 출신이었기 때문에 생긴 통계적 착시였다”라며 “지금 우리나라 주식시장 역시 이와 같은 지나친 쏠림현상을 겪고 있으며, 전체 지수 상승과 달리 실제로 상승하는 종목보다 하락하는 종목이 훨씬 더 많아지고 있다”고 우려했다.이어 구체적인 수치를 들어 “연초 대비 상승한 종목은 전체의 327개에 불과하고, 6월 한 달만 놓고 보면 100여 개밖에 되지 않는다”며 “이는 투자자들이 기존 종목을 다 팔아서 가장 상승세가 강한 극소수 종목으로만 이동하고 있다는 뜻이며, 개인뿐 아니라 기관도 마찬가지”라고 분석했다.특히 최 대표는 최근 급성장한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이 오히려 독이 되고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ETF의 본질은 분산 투자를 위한 ‘바스켓 투자’인데, 지금은 특정 단일 종목만 담는 ETF 등이 출시되며 가격 고착화를 가속하는 기능만 하고 있다”라며 “사실상 지금 ETF의 가장 중요한 본질인 ‘가격 발견 기능’은 매우 축소된 상태”라고 비판했다.대형주마저 테마주처럼 움직인다두 번째 신호는 자본시장 전반에 만연한 투기성 레버리지와 대형주의 테마주화다. 단기 차익만을 노린 자금이 시장의 변동성을 비정상적으로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다.최 대표는 “현재 신용잔고가 37조 원에 달하고 담보대출 규모도 커졌으며, 주변을 보면 신용대출이나 마이너스통장까지 뚫어서 주식 거래를 하는 경우가 많다”며 “과도한 레버리지를 활용한 투자의 옳고 그름을 이 자리에서 다 말할 수는 없지만, 최소한 이것이 ‘장기 투자’를 위한 시도가 아니라는 점 만큼은 분명히 알아야 한다”고 꼬집었다.더욱 우려스러운 대목은 과거 중소형주나 정치인 테마주에 국한됐던 투기적 양상이 시장을 지탱하는 대형주로까지 번졌다는 점이다. 최 대표는 “과거에는 중소형주나 선거 테마주가 창궐하다가 사라지곤 했지만, 최근에는 아주 무거운 대형주마저 테마주처럼 움직이는 양상을 보인다”라며 “예를 들어 LG전자 같은 대형 크기의 기업 주가가 반도체 사이클에만 너무 초점이 맞춰진 채 불과 열흘 사이에 43만 원까지 치솟았다가 다시 21만 원으로 폭락하는 것은 매우 보기 드문 현상”이라고 지적했다.여전히 바닥인 ‘장기투자 신뢰도’최 대표가 지목한 마지막 문제는 기업과 투자자 모두 장기 투자에 대한 신뢰가 여전히 낮고, 제도의 변화를 꼼수로 대응하는 시장 문화다. 정부가 밸류업을 외치고 있지만 시장의 인식은 과거에 머물러 있다는 것이다.그는 “1년 전과 비교했을 때 저PBR(주가순자산비율) 종목의 비율은 69%로 현재와 완전히 동일하다”며 “투자자들의 기대수익률이 너무 높다 보니 배당수익률에 대한 관심은 여전히 낮다”고 진단했다. 이어 “‘배당 그깟 5%는 하루 주가 변동폭도 안 된다’는 인식이 팽배하다 보니 관심이 떨어질 수밖에 없고, 실제로 기업들이 배당을 늘려도 투자자들의 반응이 적어 기업들마저 힘들어하고 있는 악순환이 반복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환율과 금리 같은 거시경제의 핵심 지표를 눈여겨보지 않고 묻지마 식으로 투자하는 문화도 걱정스럽다”고 덧붙였다.기업들의 진정성 없는 태도도 도마 위에 올랐다. 최 대표는 “주가정상화법을 비롯한 3차 상법 개정과 제도 변화가 진행되고 있지만, 여전히 상당수 상장기업은 꼼수로 대응하는 경우가 많다”라며 기업들의 자성도 촉구했다.마지막으로 최 대표는 시장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시각의 전환’과 ‘제도의 안착’이 시급하다고 제언했다. 최 대표는 “현재 외국인 투자자들은 한국 증시의 제도 변화가 단발성 이벤트에 그치지 않고 실제로 제대로 시행되고 있는지에 가장 큰 관심을 두고 있다”라며 “외국인이 매도세를 보이는 지금 같은 상황일수록 제도적 변화를 확실히 다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제는 투자자들도 단기 차익만을 노리는 투기적 시각을 내려놓아야 한다”라며 “지속 가능한 배당과 기업 가치의 본질적인 재평가에 대한 논의를 본격적으로 시작해야 할 때”라고 밝혔다.‘여의도란도란’은 매주 주말, 금융투자업계 인물을 조명하는 매일경제 증권부의 온라인 기획 연재물입니다. 시장을 움직이는 결정의 순간부터 잘 드러나지 않았던 업계 뒷이야기까지, 사람을 중심으로 자본시장 흐름을 풀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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