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솔그룹 반도체 시프트]① 적자 가전 떼고 '효자 반도체' 베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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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솔그룹이 수익성이 떨어진 가전·태양광 사업을 대신할 먹거리로 '반도체'를 낙점하고 체질 변화에 나섰다. 한솔테크닉스를 축으로 반도체 공정 전후단 밸류체인을 잇달아 확보하면서 그룹 내 이익 구조도 빠르게 재편되는 모습이다. 적자에 빠진 전통 사업 자리를 반도체가 메우는 수준을 넘어 한솔의 미래 먹거리와 투자 방향까지 반도체로 기울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적자 사업 덜어내고 반도체로 무게추20일 업계에 따르면 한솔그룹은 최근 2~3년 사이 저수익 사업을 정리하고 반도체 중심의 고부가가치 사업으로 자원을 재배치하는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사업 포트폴리오 조정이지만 실상은 그룹의 수익 구조와 성장 축을 통째로 옮기는 '근본적 변화'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변화의 중심에는 그룹 전자 계열사인 한솔테크닉스가 있다. 1995년 설립된 한솔테크닉스는 과거 TV용 부품과 태양광, 휴대폰 조립사업(EMS) 비중이 높았던 기업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반도체 관련 계열사와 인수 자산을 중심으로 사업 무게추가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한솔테크닉스는 지난 2022년 '아이원스'를 인수하며 반도체 장비 부품 가공·세정·코팅 역량을 확보한 데 이어 지난해 '에스아이머트리얼즈'를 편입해 소재 재생 사업까지 보폭을 넓혔다. 지난 10일에는 '윌테크놀러지' 인수를 통해 프로브카드 등 검사 부품 분야까지 더하며 반도체 밸류체인을 확장했다. 프로브카드는 반도체 칩이 정상적으로 작동하는지 웨이퍼 상태에서 전기 신호를 접촉해 검사하는 핵심 부품이다. 윌테크놀러지 인수로 한솔그룹은 반도체 수직계열화에 한층 더 가까워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가공·세정부터 소재 재활용, 검사까지 이어지는 사업 구조를 갖추면서 개별 부품 공급을 넘어 공정 전반에 대응할 수 있는 기반을 넓혔기 때문이다. 반도체 고객사는 단순 납품보다 공급 안정성과 공정 간 연계 대응 능력을 중시한다는 점에서 이번 인수는 단순 외형 확대를 넘어선 전략적 포석으로 풀이된다.한솔테크닉스 진천 사업장 / 사진 제공=한솔테크닉스한솔테크닉스가 반도체 사업을 강화하는 이유는 기존 주력 사업의 수익성이 악화됐기 때문이다. 전통 사업인 전자부품 부문은 2024년 200억원의 영업손실을 냈고 태양광 사업도 업황 부진으로 적자가 이어졌다. 결국 이 사업은 올해 초 물적분할 대상에 포함됐다.반면 반도체 사업은 같은 기간 248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실질적인 이익 창출원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매출 비중에서도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반도체 가공·세정 부문 매출 비중은 2023년 10%에서 2024년 13%로 늘어난 반면, 같은기간 태양광 모듈 매출은 13%에서 4%로 3분의 1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이에 따라 한솔테크닉스는 지난해 LCM 사업을 중단한 데 이어 올 2월 태양광 사업부문을 물적분할해 '한솔에너지온'을 신설하고 관련 자산과 영업권 일체를 넘기기로 결의했다. '밑 빠진 독'이었던 저수익 사업을 덜어내고 성장성과 이익률이 높은 반도체 분야에 그룹의 자본을 집중하겠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사업 재편 다음은 '경쟁력' 입증이 같은 흐름은 지주사 차원의 움직임과도 맞물린다. 한솔홀딩스는 지난해 12월 계열사 한솔인티큐브 지분 전량 매각을 결정했다. 수익성이 낮은 정보기술(IT) 사업을 정리하고 반도체 등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자본을 옮기려는 자원 재배치가 그룹 전반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셈이다.투자 방향의 변화는 연구개발(R&D)에서도 포착된다. 한솔테크닉스는 과거 가전용 파워보드 중심이던 연구개발 축을 반도체 공정용 기술로 옮기고 있다. 차세대 반도체 공정용 내플라즈마 소재 개발과 분석센터 구축 등이 대표적이다. 단순 사업 포트폴리오 조정에 그치지 않고 향후 경쟁력 확보의 중심까지 반도체로 옮기고 있다는 의미다. 관건은 반도체 사업 확대가 외형 성장에 머무르지 않고 실질적인 경쟁력으로 이어지느냐다. 가공·세정·재활용·검사까지 사업 축을 넓힌 만큼 앞으로는 각 계열사가 개별적으로 움직이는 수준을 넘어 고객사 공정 전반에 맞춰 유기적으로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한솔그룹도 단순 부품 공급업체가 아니라 반도체 공정 전반을 함께 맡을 수 있는 회사로 평가받을 수 있다.반도체 업황의 변동성이 크다는 점은 넘어야 할 과제다. 업황 호조기에는 실적이 빠르게 늘 수 있지만 수요가 꺾이고 가격이 조정되면 이익도 크게 흔들릴 수 있다. 한솔그룹이 이번 사업 재편을 일시적인 호황 수혜가 아니라 업황 변화에도 견딜 수 있는 경쟁력으로 연결할 수 있을지가 향후 성패를 가를 것으로 보인다.재계 관계자는 "한솔그룹은 과거 제지와 전자부품, 태양광 등으로 사업을 넓혀왔지만, 최근 몇 년 사이 범용 부품과 에너지 사업에서 수익을 내기 어려운 환경이 이어지면서 방향 전환이 불가피해졌다"며 "반면 반도체는 이미 실적으로 가능성이 확인된 만큼 그룹 입장에서는 선택과 집중을 통해 무게중심을 옮기는 흐름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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