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대 매출에도 ‘크아’까지 정리… 게임사 ‘장수 IP 다이어트’....

크레이지 아케이드/넥슨 넥슨이 25년간 서비스해온 캐주얼 온라인 게임 ‘크레이지 아케이드’ 서비스를 종료한다. 지난해 사상 최대 매출을 올린 회사가 2000년대 PC방을 풍미한 대표작까지 정리하는 것이다. 상징성을 명분으로 적자 게임을 끌어안던 시대가 저물고, 수익성을 잣대로 장수 지식재산권(IP)까지 과감히 접는 ‘선택과 집중’이 게임업계 전반으로 번지고 있다.넥슨은 지난 11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크레이지 아케이드를 오는 8월 13일 오전 9시 종료한다고 밝혔다. 2001년 첫선을 보인 지 25년 만이다. 크레이지 아케이드는 물풍선으로 상대를 가두고 터뜨리는 대전 게임으로, ‘다오’,‘배찌’ 등 친숙한 캐릭터를 앞세워 PC방 문화를 이끈 작품이다. 같은 ‘크레이지 파크’ IP 계열인 레이싱 게임 카트라이더는 원작이 2023년 3월, 후속작 ‘카트라이더: 드리프트’가 지난해 10월 각각 문을 닫았다. 슈팅 게임 ‘버블파이터’(2009년 출시)도 오는 24일 17년 만에 종료된다. 크레이지 아케이드까지 사라지면 크레이지 파크 세계관 게임은 모바일 ‘카트라이더 러쉬플러스’ 정도만 남는다.다른 대형사도 마찬가지다. 엔씨소프트는 오는 30일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블레이드&소울2’ 서비스를 접는다. 2021년 8월 출시 후 4년 10개월 만으로, 사전 예약자 746만명을 모으고도 과도한 과금 모델 비판 속에 흥행에 실패했다. 엔씨는 앞서 2월에는 수집형 게임 ‘호연’을 정리했다. 넷마블은 초기 흥행작 ‘세븐나이츠’(2014년)와 ‘몬스터 길들이기’(2013년)를 10년 안팎 만에 종료하고, 후속작 ‘세븐나이츠 리버스’와 ‘몬길: 스타 다이브’로 IP를 재편했다.이런 정리는 단순한 실적 부진 탓이 아니다. 넥슨은 지난해 매출 4조5072억원, 영업이익 1조1765억원으로 매출이 전년보다 6% 늘며 역대 최대를 기록했고, 연말 기준 현금성 자산만 7조6775억원에 달했다. 그럼에도 지난 2월 취임한 패트릭 쇠더룬드 넥슨 일본 법인 회장은 지난 3월 일본 도쿄에서 연 자본시장 브리핑(CMB)에서 강도 높은 체질 개선을 선언했다. 그는 “넥슨은 어려운 결정을 내리는 데 지나치게 느렸다”며 포트폴리오가 넓어 사업성 없는 프로젝트가 마진을 압박해 왔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대규모 해고 대신 인력 동결과 비효율 프로젝트 취소를 즉각 실행하겠다고 했다.엔씨도 2024년 권고사직과 분사로 인력을 줄이고 지난해 7월 서울 삼성동 사옥(옛 엔씨타워)을 4435억원에 매각하는 등 비용 효율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넷마블 역시 최근 2년 새 개발 중이던 다수 프로젝트를 접고 흥행 가능성이 높은 신작과 핵심 IP 중심으로 라인업을 재정비했다. 업황 둔화 속에 인건비·서버 운영비 등 고정비 부담은 커진 반면 신작 개발비는 급증하면서, 상징성만으로 적자 게임을 끌고 가기 어려워졌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관건은 이용자 신뢰다. 장수 게임의 이른바 ‘헤비 유저’는 수년간 시간과 비용을 들여 캐릭터와 기록을 쌓아온 만큼 일방적 종료에 따른 상실감이 클 수밖에 없다. 웹젠은 2024년 ‘뮤 오리진’을 종료하면서 환불 범위를 좁게 잡았다가 이용자 반발과 공정거래위원회 신고 움직임에 뒤늦게 대상을 넓혔다. 공정위는 2024년 2월 온라인·모바일게임 표준약관을 개정해, 게임사가 서비스 종료 이후 최소 30일 이상 유료 아이템 환불 전담 창구를 운영하도록 권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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