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집단 공시 대해부] '작지만 복잡한' 유진, 계열사 밀집 최상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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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진그룹을 설명하는 대표 단어는 오랫동안 '레미콘'이었다. 주력 계열사인 유진기업은 레미콘 업계 1위 기업으로 전국 단위 공급망과 건자재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성장해왔다. 그러나 최근 모습은 더 이상 레미콘·건자재 기업이라는 틀 안에 머물러 있지 않다. 금융, 사모투자, 부동산 투자, 미디어로 사업 영역이 넓어지면서 중견 건자재 그룹에서 복합 기업집단으로 성격이 바뀌고 있다는 평가다.자산순위 그대로인데 계열사는 증가15일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2026년 공시대상기업집단 지정 결과'에 따르면 유진그룹은 올해 공정자산총액 7조4517억원으로 전체 공시대상기업집단 102곳 가운데 71위에 올랐다. 자산순위는 지난해와 같았다. 반면 계열회사 수는 68개로 전년 63개보다 5개 늘었다. 올해 7개 회사가 새로 편입되고 2개 회사가 제외된 결과다.눈에 띄는 대목은 자산 규모와 계열사 수 사이의 괴리다. 유진그룹의 자산 순위는 중하위권이지만, 계열사 수는 공시대상기업집단 가운데 상위권에 속한다. 국내 자산 1위 삼성의 계열사 수는 67개로 유진보다 1개 적다.자산 1조원당 계열사 수로 환산하면 계열사 밀집도는 더 두드러진다. 유진그룹은 1조원당 9.1개의 계열사를 보유해 삼성(0.1개), SK(0.4개), 현대자동차(0.2개), 한화(0.8개), 롯데(0.7개) 등 주요 대기업집단을 크게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챗GPT의 도움을 받아 시각화하고 기자가 최종 검토·확인해 제작한 그래픽입니다. 그래픽에 포함된 데이터와 내용은 기자가 직접 취재한 결과물입니다.이 같은 구조는 사업 포트폴리오 변화와 맞물려 있다. 유진그룹의 금융·보험회사는 25개로, 전체 계열사 68개의 36.8%를 차지한다. 계열사 3곳 중 1곳 이상이 금융·보험회사인 셈이다. 유진투자증권을 중심으로 유진자산운용, 유진프라이빗에쿼티, 유진투자선물 등 제도권 금융 계열사가 포진해 있고, 사모투자합자회사와 부동산투자회사, 리츠 운용 관련 법인도 계열사 명단에 다수 포함돼 있다.올해 새로 편입된 회사들도 이런 흐름을 반영한다. 유진리츠운용, 유진스페셜오퍼튜니티기업재무안정사모투자합자회사, 유진마포130위탁관리부동산투자회사, 유진중견밸류업사모투자합자회사, 유진레스큐크레딧일반사모투자회사 등이 계열사에 포함됐다. 디씨아이티와이부천피에프브이, 디씨아이티와이인천피에프브이 등 부동산 개발 관련 특수목적법인 성격의 회사도 증가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사모펀드와 부동산 투자 법인은 투자 집행 과정에서 합자회사나 특수목적법인(SPC) 형태로 새로 설립되는 경우가 많다. 공정거래법상 지분율 기준이나 실질 지배력 기준을 충족하면 이들 법인은 대기업집단 계열사로 편입된다. 계열사 수 증가가 단순한 사업회사 확장이라기보다 금융·투자 비히클 확대와 밀접하게 연결돼 있는 이유다.실물사업은 둔화, 금융은 흑자현재 유진그룹의 계열 구조는 레미콘·건자재 계열과 금융·투자 계열이 동시에 축을 이루는 형태다. 유진기업 중심의 레미콘 계열사들이 전국 단위 공급망을 유지하는 한편, 유진투자증권을 중심으로 자산운용, 사모투자, 선물, 부동산투자, 구조조정 펀드, 밸류업 펀드 관련 법인들이 계열사로 포진해 있다. 이에 따라 그룹 외형은 실물사업 확장보다 금융·투자 법인의 집적을 통해 커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실적에서도 이 같은 변화는 뚜렷하게 나타난다. 비금융보험회사 기준 연간 매출은 2조1452억원, 당기순손실은 156억원으로 집계됐다. 본업인 레미콘·건자재 부문이 부동산 경기 침체와 건설 착공 감소의 영향을 받으면서 수익성이 약화된 결과다. 반면 금융 계열을 포함한 전체회사 기준으로 보면 다른 그림이 나온다. 유진그룹 전체회사 기준 매출은 4조2494억원, 당기순이익은 4555억원이다. 비금융 부문만 놓고 보면 손실을 기록했지만 금융 계열을 포함한 전체 기준에서는 뚜렷한 흑자를 냈다. 미디어 부문 진출도 그룹의 성격 변화를 보여주는 사례다. 그룹은 2023년 YTN 지분 인수 이후 YTN, YTN라디오, YTN DMB를 계열사로 편입했다. 다만 YTN은 확장의 성과인 동시에 법적 불확실성을 동반한 자산이기도 하다. 서울행정법원은 지난해 11월 YTN 최다액출자자 변경승인 처분을 취소하라는 취지의 판결을 내렸고, 유진이엔티가 항소하면서 현재 2심이 진행 중이다.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도 올해 4월 관련 법률 쟁점 검토를 위해 외부 법률자문단을 꾸리고 이해관계자 의견을 듣기로 했다. 재계 한 관계자는 "미디어 사업은 외연을 넓혔지만 동시에 공공성, 대주주 적격성이라는 비재무적 리스크도 그룹 안으로 끌어들였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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