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불기둥 이끌 '파란 눈의 개미' 군단이 왔다

[이승용 시사저널e 기자 romancer@sisajournal-e.com] 외국인 통합계좌 서비스 통해 SK하이닉스 매수하며 증시 견인증시 수급에 긍정적 영향, 변동성 확대는 리스크한국 주식을 장바구니에 담는 '파란 눈의 개미' 군단이 여의도 증시로 물밀듯이 밀려들고 있다. 그동안 복잡한 절차에 가로막혀 있던 외국인 개인투자자들의 직접 투자 길이 '외국인 통합계좌'를 통해 활짝 열리면서다. 억눌렸던 글로벌 매수세가 폭발적으로 유입되자 코스피 지수는 단숨에 전인미답의 7000포인트 고지를 돌파하며 새 역사를 썼다.월스트리트 개미들의 참전은 안방 증시에 강력한 '메기 효과'를 일으키고 있다. 당장 막대한 수수료 수입을 올리게 된 증권주들이 일제히 폭등했고, 고질적인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와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 지수 편입에 대한 기대감도 한껏 달아오르고 있다. 다만 뭉칫돈이 쏟아지는 만큼 국내 증시의 롤러코스터 장세가 심화할 수 있다는 경고음도 함께 울리고 있다.코스피가 사상 처음으로 종가 기준 7000선을 돌파하며 장을 마친 6일 서울 영등포구 한국거래소 서울사무소 외벽에 코스피 7000 안내문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꿈의 코스피 7000 시대 열렸다코스피가 5월6일 사상 처음으로 7000선 고지를 밟았다. 이른바 '꿈의 7000 시대'를 연 것이다. 6000선을 밟은 지 70일, 거래일 기준으로 47일 만이다. 5월7일에는 7500 고지도 넘어섰다. 이 같은 불장의 원동력은 미국과 이란의 전쟁으로 빠져나갔던 외국인 투자자들의 대규모 매수세다. 특히 미국 등 외국 개미들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집중 매수한 영향이 컸다.외국인 투자자들의 매입세로 삼성전자 주가는 5월6일 14.4% 급등한 26만6000원에 마감했다. 시가총액도 1555조원(약 1조700억 달러)로 불어나며, '트릴리언 클럽'에 합류했다. 아시아 기업 가운데 대만 TSMC에 이어 두 번째다. SK하이닉스도 같은 날 10.64% 치솟으며 160만원대에 등극했다. 5월 들어 2거래일 동안 외국인은 코스피를 6조9000억원어치 순매수했다. 그 덕분에 원-달러 환율도 1455.1원으로 마감하며 중동전쟁 발발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그동안 외국 개미들은 메모리 반도체 숏티지로 주가가 급등하는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에 투자하고 싶어도 투자하기 쉽지 않았다. 외국인이 국내 주식에 투자하려면 외국인 투자등록(IRC)을 하고 국내 증권사를 통해 계좌를 직접 개설해야 했는데 이 과정에만 수개월이 걸렸다. 사실상 미국 개인들의 국내 개별주식 투자는 막혀 있었던 셈이다. 이에 외국 개미들은 미국 상장 한국 투자 ETF(EWY, DRAM 등)를 통한 간접 투자를 활용했고, 이 ETF들은 수요가 몰리며 시가총액을 급속도로 늘려왔다.하지만 4월28일부터 삼성증권과 미국 온라인 증권사 인터랙티브브로커스(IBKR)가 협업해 출시한 외국인 통합계좌 서비스가 시범운영되면서 판도가 바뀌었다. 외국인이 국내 증권사 계좌를 직접 개설하지 않아도 현지 증권사나 자산운용사를 통해 개별 주문을 넣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전 세계 150개국 이상에서 거래를 지원하는 IBKR을 통해 외국인도 테슬라나 엔비디아를 사듯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손쉽게 매매할 수 있게 됐다.전배승 LS증권 연구원은 "지속적인 지수 상승과 함께 외국인 통합계좌를 통한 해외 개인투자자 유입이 동반될 경우 추가적인 거래 대금 확대가 예상된다"고 말했다.증권사는 웃지만…변동성 확대는 리스크외국인 통합계좌 서비스는 국내 증권사에 새로운 수익원이 될 전망이다. 삼성증권 주가는 외국인 통합계좌 서비스 기대감이 반영되면서 5월4일 장 중 상한가를 기록하는 등 급등했고, 나머지 증권사들 주가도 모두 유사한 흐름을 보였다.국내 증권사 가운데 최초의 외국인 통합계좌 서비스는 하나증권이 시작했다. 하나증권은 지난해 4월 금융위원회로부터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받은 외국인 통합계좌 서비스를 허가받았다. 하나증권은 지난해 8월 홍콩 증권사인 엠퍼러증권과 손잡고 지난해 말부터 중화권 개인투자자들이 직접 국내 주식을 매수할 수 있게 했다. 이어 4월14일에는 일본 캐피털파트너스증권과 손잡고 일본 개미들도 국내 주식을 직접 매수할 수 있게 했다. 하나증권은 아시아 최대 핀테크 플랫폼인 푸투(FUTU)증권과 협업해 상반기 내에 외국인 통합계좌 서비스를 확대할 예정이다.다른 증권사들도 외국인 통합계좌 서비스 개시를 위해 외국 증권사들과 협업을 확대하고 있다. 유안타증권 역시 지난해 9월 삼성증권과 함께 금융 당국으로부터 혁신금융서비스 인가를 받았고 미래에셋증권과 메리츠증권, KB증권, NH투자증권, 신한투자증권 등도 관련 서비스 출시를 위한 준비 작업을 하고 있다. 키움증권의 경우 올해 2월 미국 온라인 브로커리지 업체인 위불과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외국인 통합계좌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설용진 iM증권 연구원은 "이번 외국인 통합계좌 서비스 등에 기반한 해외 주식투자자들의 한국 시장 접근성 개선은 전체적인 거래 대금 확대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브로커리지(위탁매매) 손익 의존도가 높은 국내 증권업종에 충분히 긍정적인 영향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외국 개미들의 국내 증시 접근성 확대는 MSCI 선진국 지수 편입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 한국은 오는 6월 선진국 지수 편입을 위한 대기 명단인 관찰대상국에 지정되느냐 여부가 결정된다. 관찰대상국으로 지정되면 최소 1년 이후부터 편입 여부가 결정된다.다만 외국 개미들의 국내 유입이 국내 증시 부양에 도움이 되겠지만 향후 변동성 확대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존재한다. 경기 불황이나 증시 조정이 오면 외국 개미들의 국내 증시 이탈은 주가 하락 폭을 키울 수 있는 요인이다.특히 거래량이 적은 종목의 경우 외국인에 의한 시세조종이 활발해질 우려도 있다. 실제로 5월4일 국내 반도체 계측장비 업체인 오로스테크놀로지 주가가 뜬금없이 상한가를 기록했다. 이는 미국 내에서 나름 인지도가 있는 한 주식 투자 인플루언서가 IBKR을 통해 한국 주식 투자가 가능해졌다며 유망 기업으로 오로스테크놀로지 투자를 추천하면서 삼성증권 창구로 오로스테크놀로지 매수세가 몰렸던 것이 이유였다.하지만 오로스테크놀로지 주가는 다음 거래일인 5월6일에는 4% 급락했다. 외국 개미들의 국내 유입이 많아진다면 앞으로 비슷한 유형의 주가 급등락이 빈번해질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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