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산 배터리 현지화 요구 강세…韓 배터리 소재, 유럽 거점 효과 본다...

EU 깃발. [사진=연합뉴스][디지털데일리 고성현기자] 유럽연합(EU)이 '메이드 인 유럽' 기조를 강화하면서 국내 배터리 산업 수혜가 이뤄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역내 자동차·배터리 생산 기준을 강화하면서 이미 현지화를 이룬 국내 업체들이 상대적으로 유리한 위치를 점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특히 현지 생산 중요성이 커진 양극재나 전해액, 동박 등 소재사들이 전기차 수요 둔화를 넘어설 기회를 잡을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한국자동차연구원은 24일 발간한 '산업가속화법(IAA)과 자동차 공급망의 EU산 전환' 보고서에서 "한편 EU가 IAA를 통해 중국 의존도를 낮추는 과정에서 한국·일본 등 자유무역협정(FTA)·정부조달협정(GPA) 체결국 기업에 일부 기회요인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보고서에 따르면 EU 집행위원회는 지난 3월 4일 IAA 초안을 채택하고 입법 절차에 들어갔다. IAA는 자동차, 에너지 집약산업, 기후중립 기술 등을 주요 대상으로 삼아 EU의 산업 리더십 강화와 제조업 비중 회복을 목표로 한다. EU는 2024년 14.3%까지 하락한 국내총생산(GDP) 내 제조업 비중을 2035년 20%까지 회복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한국자동차연구원은 IAA는 법안 협상을 거쳐 2027년 이후 발효될 것으로 예상했으나, 이미 자동차 업계가 법안 선제 대응에 나서면서 핵심광물 장기계약과 EU 내 생산능력 확충 등 재편이 확대되는 추세로 봤다. 보고서는 IAA의 세부 강도는 회원국과 업계 이해관계에 따라 조정될 수 있지만 "EU산"을 요구하는 정책 기조 자체는 유지될 것으로 전망했다.핵심은 전기차와 배터리에 붙는 원산지 요건이다. IAA 초안은 전기차 공공조달과 공적지원, 법인차량 지원 등을 받을 때 EU 역내 최종 조립과 주요 부품의 EU산 요건을 요구하는 구조다.발효 6개월 후에는 전기차가 EU 역내에서 조립되고 배터리를 제외한 차량 전체 부품 공장도 가치의 70% 이상이 EU산이어야 한다. 전기차 구동 배터리도 배터리 셀 등 주요 부품 3개 이상이 EU산에 해당돼야 한다. 발효 3년 이후부터는 배터리 셀과 양극활물질, 배터리관리시스템(BMS) 등 주요 부품 5개 이상이 EU산에 해당될 필요가 있다.특히 보고서는 IAA 발효 시 중국 전기차와 배터리 기업에 가장 직접적인 제약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 업체들이 유럽에 조립공장을 운영 중이더라도 주요 원료와 소재, 부품을 중국에서 들여온다면 EU 공공조달과 보조금 접근성이 낮아질 수 있어서다. 사실상 유럽 내 실질가치 생산을 위한 생산라인과 원료 공급망이 구축돼야만 하는 구조여야 한다.반면 한국과 일본 등 자유무역협정(FTA)·정부조달협정(GPA) 체결국 기업은 일부 완충 여지가 생길 수 있다. 또 국내 배터리 업체들이 현지 생산 시설을 이미 구축한 데다 공급망도 선제적으로 완성한 터라 대체 공급자 혹은 파트너로 영향력을 확대할 가능성이 있는 상황이다.배터리 업계에서는 소재 업체들이 IAA에 따른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으로 봤다. 에코프로비엠을 비롯한 주요 국내 소재 업체들이 이미 유럽 내 생산 공장을 가동 중이고, 현지 수급 체계도 완료하면서 역내 생산 요건을 충족한 상태여서다.특히 양극재의 경우 배터리 원가에서 차지 비중이 크고 IAA 초안 상 2단계 요건에도 명시돼 있어 수혜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받는다. 현재 에코프로비엠은 헝가리 데브레첸 공장을 가동하기 위한 절차를 밟고 있고, 유럽 내 현지 공급망을 찾고 있는 중국 CATL 등 배터리 업체들과 협상을 이으며 유럽 내 확장 발판을 마련 중이다. 유럽 내 공장이 없는 엘앤에프, 포스코퓨처엠 등도 FTA·GPA 체결국 완충 여지에 따라 입지가 강화될 여지가 있다.전해액도 수혜 가능성이 큰 품목으로 꼽힌다. 전해액은 액체 상태라 장거리 운송비 부담이 크고 유통기한이 상대적으로 짧아 현지 생산 요구가 강하다. 완성차·배터리 업체 입장에서는 셀 생산거점 주변에서 안정적으로 조달하는 것이 비용과 품질 관리 측면에서 유리하다. IAA가 EU 내 가치 창출과 주요 부품·원자재 조달을 요구할수록 현지 전해액 생산거점을 보유한 업체의 협상력이 높아질 수 있다.동화일렉트로라이트는 헝가리 소쉬쿠트 공장을 통해 유럽 전해액 수요 대응에 나서고 있다. 기존 국내 배터리 고객사를 대상으로 한 공급 안정성을 높이는 동시에, EU 역내에서 생산 중인 글로벌 배터리 업체로 공급 발판을 넓힐 수 있다. 엔켐 역시 헝가리와 폴란드 생산거점을 바탕으로 국내 배터리 3사뿐 아니라 유럽 내 중국 배터리 업체로의 공급 확대 가능성이 거론된다.솔루스첨단소재 헝가리 전지박 공장. [사진=솔루스첨단소재]동박도 수혜 대상으로 거론되는 대상 중 하나다. IAA 요건 강화 시 주변 품목에 대한 현지화 수요가 간접적으로 높아지는 만큼, 음극 소재인 동박의 현지 생산 요구가 커질 수 있어서다. 또 동박 역시 오랜 기간 재고를 쌓아둘수록 산화 등 변형 가능성이 있어 유효기간이 비교적 짧은 소재로 꼽힌다. 최근 높아진 물류·운송비를 고려하면 현지 생산 법인을 갖춘 기업이 보다 유리한 환경이 형성된 셈이다.국내 업체 중에서는 솔루스첨단소재가 헝가리 터터바녀 공장을 가동하며 성과를 내고 있다. 이미 지난 3월부터 CATL을 포함한 신규 고객사 2곳을 대상으로 배터리용 동박을 양산 공급했고, 북미 주요 고객사까지 포함해 총 8곳의 고객사를 확보한 상태다. 솔루스첨단소재의 헝가리 공장은 연간 3만8000톤의 생산능력을 보유 중이다.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는 올해 가동을 목표로 연산 3만톤 규모의 스페인 동박 공장을 짓고 있다. SK넥실리스는 가동 여부를 확정 짓지는 못했으나, 폴란드 공장을 완공 단계까지 다다르며 IAA 수혜 가능성이 있는 기업 중 하나로 거론된다.한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IAA가 거론되면서 중국 업체들이 공급망관리(SCM) 체계를 현지화하고 있어 국내 소재 업체들에 대한 기회도 늘어나는 상황"이라며 "전기차 수요도 반등세를 타고 있어 성과를 낼 가능성이 커지는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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