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필요한 SK시그넷, 모회사서 700억 수혈… ‘영구 우선주’ 발행한...
지난 2023년 3월 이재명 대통령(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이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EV트렌드코리아'에 참석해 SK시그넷 전시 부스를 둘러보고 있다./뉴스1 이 기사는 2026년 6월 24일 10시 03분 조선비즈 머니무브(MM) 사이트에 표출됐습니다.SK그룹의 전기차 충전기 업체 SK시그넷이 모회사 SK㈜를 대상으로 약 700억원 규모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단행했다. 눈길을 끄는 부분은 자금 조달 방식이다. 보통주가 아닌 ‘의결권 있는 누적적·참가적 우선주’를 택한 것이다.업계에서는 이번 투자 구조가 기존 보통주 주주의 지분 가치 희석을 막기 위한 조치라고 해석한다. 동시에 SK㈜는 의결권을 유지하면서, 미지급 우선배당을 향후 누적해 받을 수 있고 보통주 배당에도 추가로 참여할 수 있는 권리를 확보했다. 기존 주주의 보통주 지분 희석은 최소화하면서도, 모회사는 지배력과 배당 수익의 안정성을 동시에 보장받기로 한 것이다.24일 투자은행(IB) 업계 및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19일 SK시그넷은 우선주 981만주를 새로 발행해 모회사 SK㈜에 넘기는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실시하기로 결정했다. 금액은 총 700억원 수준이다. 해당 유상증자 건은 24일 SK㈜ 이사회에서 최종 결정된다.SK시그넷은 지난해 12월에는 보통주를 발행해 SK㈜에 배정한 바 있다. 이번에는 작년과 달리 우선주를 택했는데, 여기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고 업계에서는 분석한다. 현재 SK시그넷 주가가 고점 대비 지나치게 낮기 때문이다.전날 코넥스시장에서 SK시그넷 보통주는 6940원에 거래를 마쳤다. 올해 2월 최고가(1만2310원)보다 44% 낮아졌는데, 이는 역대 최고가(3만900원)의 절반도 안 되는 가격이다.이번 신주 발행가액은 이사회 결의 전 시장 거래대금 등을 반영한 기준주가에 할인율을 적용하지 않고 7135원으로 책정했다. 만약 이 단가로 700억원어치 보통주를 찍어냈다면, 약 981만주가 새로 상장된다. 이는 증자 전 발행주식총수(약 2167만주)의 45%에 육박하는 물량이다.이처럼 유통 주식수가 기존의 1.5배로 급증하면 주당순이익(EPS) 희석 우려와 잠재적 매도 물량(오버행) 부담으로 주가가 하방 압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물론 SK㈜가 장내에서 처분할 계획이 전혀 없지만, 그래도 잠재적인 불안 요소다. 때문에 SK㈜는 코넥스 시장에 상장되지 않는 ‘비상장 우선주’를 발행, 주가 충격을 방지하기로 한 것이다. 일반 주주들 입장에서는 당장 주식 수가 늘어나지 않아 희석이 방어되는 듯한 ‘수급 착시’ 효과를 얻게 된다.이번 우선주의 조건을 살펴보면, 모회사인 SK㈜는 손해를 보지 않는 구조다. 통상 우선주는 배당에 유리한 대신 의결권이 없지만, 이번 신주에는 1주당 1개의 의결권이 그대로 부여됐다. SK시그넷에 대한 SK그룹의 지배력 훼손이 없다는 뜻이다.여기에 ‘누적적·참가적’ 우선주라는 조건도 붙었다. 당장 연구개발(R&D)과 설비 투자로 배당을 실시하지 못하더라도 미지급 우선배당은 사라지지 않고 다음 연도로 이월된다. 향후 배당이 재개되면 누적된 미지급분을 우선 지급받고, 우선배당을 받은 뒤에도 발행조건에 따라 보통주와 함께 추가 배당에 참여할 수 있다.그 외에도 이번 우선주에는 회사 청산 시 잔여재산 분배에 보통주와 동일한 기준으로 참여할 수 있는 권리가 부여됐다. 채권자 변제 후 분배할 재산이 남을 경우 SK㈜도 보통주 주주와 함께 잔여재산을 나눠 받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SK㈜ 관계자는 그 외에도 “우선주는 발행 조건을 보통주보다 자유롭게 설계할 수 있어서, 향후 자금 조달 상황에 맞는 활용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향후 외부 재무적투자자(FI)를 유치할 때도 보통주 대신 우선주를 활용해 투자자의 요구에 맞춰 배당률과 의결권, 상환 조건 등을 달리 정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기존 보통주 주주의 권리에 미치는 영향을 줄이면서도, 신규 투자를 안정적으로 유치할 수 있는 구조다.동시에 SK시그넷은 이번 유상증자를 결정한 날 임시주주총회를 열어 정관상 우선주의 보통주 강제 전환 조항까지 삭제했다. 우선주가 10년 후 보통주로 자동 전환돼 기존 보통주 지분 구조를 흔드는 것을 막고, 보통주와 분리된 독립적인 자금 조달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기반을 마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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