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 속 작은 위로”… 2030 사로잡은 인형 키링

2030 패션 아이템으로 안착…한콘진 “성인 79.8% 캐릭터 상품 구매 경험”고물가 시대 ‘스몰 럭셔리’ 정서적 탈출구...무신사·지그재그·에이블리 매출 견인한정판 ‘라부부’ 리셀가 34배 폭등 후 급락에 과열 지적…“위안 주는 변형된 소비”고양이 키링 여러 개가 달린 김려원씨의 가방(좌)과 날다람쥐 키링이 부착된 박하은씨의 가방 #1 대학생인 김려원씨(23)의 가방에는 주먹만 한 고양이 인형 여러 개가 매달려 있다. 김씨는 “좋아하는 디자인의 캐릭터로 스스로의 컨셉을 형성할 수 있어 하나씩 모았다”며 “직접 구매하기보다 친구들로부터 받은 키링이 대다수”라고 말했다. #2 남성 소비자인 박하은씨(28) 역시 백팩에 날다람쥐 인형 키링을 달고 다닌다. 박씨는 “학업 스트레스로 지칠 때가 많은데, 멍하니 인형을 보고 있으면 귀엽다”며 “최근 가챠 등이 유행하며 저렴한 가격으로 심리적 만족감을 느낄 수 있다”고 전했다. 밋밋한 출근 가방이나 백팩에 귀여운 캐릭터 인형을 매달고 다니는 ‘인형 키링’ 열풍이 2030세대의 핵심 패션 트렌드로 확고히 자리 잡았다. 과거 어린이들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캐릭터 소품이 성인들의 개성 표현 수단이자 일상의 정서적 탈출구로 주목받으면서, 유통가와 문화계 전반에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내고 있다. 27일 시장조사전문기업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진행한 ‘키링 액세서리 관련 U&A 조사’에 따르면,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키링 구매 경험이 큰 폭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인기를 증명하듯 패션·커머스 플랫폼 내 키링 판매량은 나날이 급증하고 있다. 패션 플랫폼 무신사는 지난해 트렌드 결산 리포트를 통해 발매 굿즈 및 키링 등 캐릭터 상품 수가 전년 대비 무려 8배 성장했다고 밝혔다. 카카오스타일이 운영하는 지그재그 역시 같은 해 2분기 키링 거래액이 전년 동기 대비 112% 증가했으며, 에이블리 또한 키링 상품 수가 30% 이상 늘어나는 등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였다. 키링 열풍은 최근 성인층을 중심으로 확산한 ‘캐릭터 입덕(덕질 시작)’ 문화와도 맞물려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KOCCA)이 발간한 ‘캐릭터 이용자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성인 남녀 중 ‘최근 1년간 캐릭터 상품을 구매한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79.8%에 달했다. 구매 유형별로는 인형류가 63.6%를 기록했으며, 캐릭터 프린팅 상품 역시 66.6%의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반면 일각에서는 캐릭터 키링 시장이 단기적으로 과열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희소성을 앞세운 리셀(정가 양도·재판매) 시장의 거품 때문이다. 한정판 거래 플랫폼 크림(KREAM)에 따르면, 글로벌 인플루언서들이 착용해 화제가 된 캐릭터 ‘라부부(LABUBU)’의 한정판 인형 키링은 발매가(2만1천원)의 34배가 넘는 69만5천원 선까지 리셀 가격이 치솟기도 했다. 그러나 이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내 유행이 잦아들면서 해당 제품의 리셀 가격은 다시 큰 하락세를 보였다. 과열된 인기가 식으면 가치가 급락하는 리셀 시장의 불확실성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중고거래 어플 ‘당근’에 올라와 있는 라부부 키링. 당근 캡처 전문가들은 이러한 키링 열풍의 배경으로 불황기 속 ‘동반자’를 찾고자 하는 젊은 세대의 욕구를 짚는다. 키링을 통해 캐릭터와 함께하며 정서적인 안정감을 얻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최근 젊은 세대는 나만의 표현을 위해 신발·가방·다이어리 등 다양한 것들을 꾸미고 있다. ‘키링 열풍’ 또한 마찬가지"라며 “명품화 현상 또한 경기 불황기 작은 사치품으로 심리적 만족을 얻는 ‘립스틱 효과’로 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다만 “최근 청년 세대는 무언가가 자신과 함께하며 교감하길 원한다”며 “경기 침체나 고물가 속에서 가챠 또는 선물로 쉽게 손에 넣을 수 있는 캐릭터 키링을 통해 심리적인 불안감이나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다”고 말했다.
원문 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