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비싼 복제품 사고도 대만족"…공정위, 플랫폼 자사우대 '소비자...

공정위, 국내 소비자 3072명 무작위 통제 실험10% 비싼 제품 맨 위로 배치하자 구매율 34%p 폭등제3자 정기 검증하는 ‘알고리즘 감사’ 제도 도입 제언디지털 플랫폼이 알고리즘 순위를 조작해 자사 상품을 우대할 경우, 소비자는 10% 더 비싼 가격에 똑같은 물건을 사고도 피해를 전혀 인지하지 못할 뿐 아니라 오히려 플랫폼을 더 신뢰하게 된다는 국책 실증 결과가 최초로 나왔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정보 제공형 시정조치(라벨, 공시 의무화)의 무용론을 실증적으로 증명해 냄에 따라, 향후 플랫폼 규제 방향이 '알고리즘 사전 감사' 등 근본적인 구조 개입으로 선회할지 이목이 쏠린다.공정위는 28일 이런 내용을 담은 '플랫폼의 알고리즘 기반 자사우대 행위에 관한 소비자 행동 실험 연구' 보고서를 발간했다. 김상현 경제분석담당관과 이세주 사무관이 집필하고 카이스트 신은철 교수가 자문한 이 연구는 국내 소비자 3072명을 대상으로 실제 쇼핑몰 인터페이스를 재현한 가상 'SC몰'을 구축해 진행한 무작위 통제 실험(RCT) 결과다. 보고서는 "공정위가 무작위 통제 실험이라는 실험 방법론을 직접 설계하고 수행하여 발간한 최초의 연구보고서"라고 소개했다. 실험 결과는 충격적이다. 자사우대 조작이 없는 기저선(1회차)에서 소비자의 94.6%가 첫 페이지에서 구매를 끝냈고, 51.7%가 상위 5위 이내 상품을 선택하는 극심한 '순위 의존성(탐색 관성)'을 보였다. 반면 주어진 정렬 순서를 바꾸는 소비자는 25.2%에 불과했다.이러한 공백 속에서 2회차 쇼핑에 '자사우대(품질·스펙은 100% 동일하나 가격만 10% 올린 복제품을 1~5위에 강제 고정 배치)'를 가동하자 소비자의 눈은 완벽히 속아 넘어갔다. 순위 조작만으로 고가 복제품의 구매율은 34%포인트 폭등한 반면, 원래 상위권에 있던 타사 경쟁 상품의 구매율은 32%포인트 급감하는 강력한 '타사 배제 효과'가 확인됐다. 화면 하단이나 다음 페이지에 가격이 10% 더 저렴한 똑같은 원본 상품이 노출되어 있었음에도, 오직 '상위 순위'라는 단서 하나를 품질 신호로 오인해 지갑을 연 것이다.가장 눈여외 볼 대목은 '후생 오인' 메커니즘의 규명이다. 독립표본 t검정 결과, 10% 바가지를 쓰고 자사우대 복제품을 구매한 소비자는 비구매자군(4.073점)과 비교해 구매 만족도(4.077점)에서 차이가 없었다. 오히려 이들은 2회차 쇼핑 후 "플랫폼의 랭킹이 쇼핑에 큰 도움이 됐다(+0.458점)", "랭킹이 객관적이고 중립적이다(+0.360점)"라며 조작된 순위에 높은 신뢰를 보내는 극심한 편향을 드러냈다.연구진은 시장의 자율 교정이나 현행 법 집행의 한계도 정조준했다. 'SCpay 추가 적립' 같은 프로모션 라벨(G2)은 소비자의 탐색 페이지 수를 0.324페이지 추가 감소시켜 오히려 오인을 강화하고 왜곡을 심화시켰다. "사업적 이해관계가 반영됐다"고 상단에 고지하는 투명성 공시 배너(G3) 역시 실제 클릭률이 10.7%에 불과해 전체 소비자 대상의 평균 처치 효과는 0에 수렴하는 한계를 보였다.이번 보고서는 향후 플랫폼 자사우대 사건의 고난도 인과관계 입증 책임 국면에서 공정위에 강력한 우군이 될 전망이다. 대법원은 지난해 10월 네이버쇼핑 자사우대 사건 파기환송 판결을 통해 "소비자가 더 나은 대안을 찾아 적극적으로 탐색할 것"이라며 알고리즘 변경을 정상 영업 활동으로 간주, 경쟁제한 효과에 대한 엄격한 증명을 요구해 경쟁 당국의 발을 묶은 바 있다.공정위는 보고서를 통해 "현실 데이터에서는 초기 조작 효과와 소비자 선호가 결합해 스스로 격차를 키우는 자기강화(Self-reinforcing) 루프가 작동하므로 사후 추정이 불가능에 가깝다"며 "이번 실험 방법론이 반사실적(Counterfactual) 분석의 공백을 메우는 강력한 대안이 될 것이며, 장기적 차단 효과를 막기 위해선 독립된 제3자가 정기 검증하는 '알고리즘 감사' 제도 등 근본적 설계 공정성 규제로 나아가야 한다"고 제언했다.
원문 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