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진아의 금쏭달쏭]“병원비 급한데 자식에겐 말 못해”…은퇴자 숨...
![[유진아의 금쏭달쏭]“병원비 급한데 자식에겐 말 못해”…은퇴자 숨...](https://imgnews.pstatic.net/image/029/2026/06/24/0003033453_001_20260624143415339.png?type=w800)
챗GPT가 그린 일러스트.#70대 초반 은퇴자 A씨는 최근 갑작스러운 병원비 때문에 고민에 빠졌다. 국민연금으로 매달 생활비는 충당하고 있었지만 수술과 치료비로 수백만원이 한꺼번에 필요해졌기 때문이다. 자녀에게 손을 벌리기는 부담스럽고 은행 신용대출은 금리가 만만치 않았다.A씨는 “은퇴하면 대출받기가 어려운 줄 알았는데 국민연금 수급자를 위한 저금리 대출이 있다는 이야기를 처음 들었다”며 “국민연금만 받고 있어도 돈을 빌릴 수 있는 건지 궁금했다”고 말했다.A씨처럼 은퇴 후 예상치 못한 목돈이 필요한 고령층이 적지 않다. 병원비나 전·월세 보증금, 배우자 장례비처럼 급하게 돈이 필요한 상황이 생기더라도 근로소득이 없는 은퇴자는 일반 신용대출 이용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수요를 위해 국민연금공단은 ‘실버론(노후긴급자금 대부)’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실버론은 만 60세 이상 국민연금 수급자의 노후생활 안정을 위해 긴급자금을 저금리로 빌려주는 제도다. 국민연금공단이 직접 운영하는 공적 대출 제도로 노령연금과 분할연금, 유족연금, 장애연금(1~3급) 수급자가 이용할 수 있다.그렇다고 모든 용도로 돈을 빌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실버론은 전·월세 보증금, 의료비, 배우자 장제비, 재해복구비 등 노후생활에 필요한 긴급자금에 한해서만 지원된다. 단순 생활비나 투자 목적 자금은 대출 대상이 아니다.대출 한도는 연간 연금 수령액의 2배 이내다. 실제 필요한 금액 범위에서만 빌릴 수 있으며 최대 한도는 1000만원이다. 예를 들어 매달 국민연금 45만원을 받는 수급자가 의료비로 500만원이 필요하다면 연금 수령액 기준 한도는 1080만원이지만 실제 의료비인 500만원까지만 대출받을 수 있다. 월 연금액이 60만원인 수급자가 전세보증금 1000만원이 필요하다면 최대 한도 범위 안에서 1000만원을 빌릴 수 있다.금리는 5년 만기 국고채 수익률에 연동되는 변동금리로 분기마다 조정된다. 시중 신용대출보다 낮은 수준에서 운영돼 고령층의 금융 부담을 덜어주는 역할을 한다. 대출 기간은 최대 5년 이내이며 거치기간을 선택하면 상환 기간은 더 길어질 수 있다.신청할 때는 용도별 증빙서류가 필요하다. 전·월세 보증금은 임대차계약서와 계약금 송금 내역, 의료비는 진료비 계산서, 배우자 장제비는 사망진단서, 재해복구비는 피해사실확인서 등을 준비해야 한다. 신청 기간도 정해져 있다. 의료비와 배우자 장제비, 재해복구비는 사유 발생일로부터 6개월 이내 신청해야 하고 전·월세 보증금은 신규 계약이나 갱신 계약 시점에 맞춰 신청해야 한다.실버론 대상이 아니거나 단순 생활비가 필요한 경우에는 어떻게 해야할까? 그렇다면 은행권 상품도 대안이 될 수 있다. 최근 은행들은 연금을 받는 고령층 고객을 대상으로 소액 생활비 대출을 잇달아 선보이고 있다. 병원비나 공과금, 경조사비처럼 당장 필요한 돈은 크지 않지만 일반 신용대출이나 카드론을 쓰기에는 부담스러운 고령층 수요를 겨냥한 상품들이다.신한은행은 최근 기초연금을 신한은행 계좌로 받는 고객을 대상으로 ‘신한 기초연금 비상금대출’을 출시했다. 한도는 50만원 단일 금액이고 마이너스통장 방식으로 운영된다. 금리는 연 0.1%, 대출 기간은 3년이다. 한도 안에서 필요한 만큼 꺼내 쓰고 사용한 금액에 대해서만 이자를 내는 구조다.하나은행도 ‘하나원큐 연금생활비대출’을 선보였다. 국민연금과 공무원연금, 사학연금, 군인연금 등 4대 공적연금을 하나은행 계좌로 받는 고객이 대상이다. 한도는 50만원이고 연 1.0% 고정금리가 적용된다. 모바일 앱 하나원큐에서 한도 조회부터 신청과 약정, 실행까지 처리할 수 있다.소액 생활비 대출뿐 아니라 연금 소득을 대출 한도에 반영하는 상품도 있다. KB국민은행은 4대 연금을 KB국민은행 계좌로 받는 고객에게 한도와 금리를 우대하는 ‘KB 4대연금 신용대출’을 운영한다. 분할상환 방식으로 최대 1억원까지 가능하고 마이너스통장 형태로는 최대 5000만원까지 이용할 수 있다.우리은행의 ‘우리 원더라이프 시니어대출’도 연금 수급자와 만 50세 이상 근로소득자를 대상으로 한다. 연 600만원 이상 공적연금을 받는 고객 등이 신청할 수 있고 최대 1억원 한도까지 대출이 가능하다. 마이너스통장 방식은 최대 5000만원까지 이용할 수 있다.다만 실버론이든 은행권 연금수령자 대출이든 이용 전 상환 계획은 필요하다. 금리가 낮고 한도가 작아 부담이 덜해 보일 수 있지만 결국 빌린 돈인 만큼 사용한 금액에는 이자가 붙고 만기에는 갚아야 한다. 급한 생활자금 공백을 메우는 용도로 활용하되 반복적으로 의존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금융권 관계자는 “고령층은 정기적인 연금 수입이 있어도 갑작스러운 의료비나 생활비 지출에 대응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며 “실버론과 은행권 연금수령자 대출은 제도권 안에서 낮은 금리로 자금을 마련할 수 있는 선택지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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