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국내 이어 유럽서도 기아에 밀렸다…핵심은 '전기차'

현대차 1~5월 판매 10.1% 감소, 기아는 5.1% 증가기아, EV3·EV4 신차 효과 뚜렷현대차는 아이오닉3 반등 과제EV3 ⓒ기아[데일리안 = 편은지 기자] 현대차와 기아의 시장별 성적표가 엇갈리고 있다. 미국·인도 등 내연기관과 SUV 수요가 두터운 시장에서는 여전히 앞서지만, 전기차 전환이 가파른 국내·유럽 시장에서는 기아에게 주도권을 내주고 있어서다. 현대차그룹의 맏형이라는 상징적 지위보다, 시장에 맞는 모델을 먼저 선보인 기아로 소비자들의 선택이 쏠린 것으로 풀이된다.24일 유럽자동차공업협회 등에 따르면 올해 1~5월 유럽 시장에서 현대차그룹은 총 43만4964대를 판매했다. 전년 동기 대비 2.4% 줄어든 수치다. 같은 기간 유럽 전체 자동차 시장이 전동화 수요를 중심으로 회복세를 보인 점을 감안하면 아쉬운 성적표다.브랜드별로 보면 차이는 더 뚜렷하다. 현대차는 올해 1~5월 유럽에서 19만7308대를 판매하는 데 그쳤다. 전년 동기 대비 무려 10.1% 감소한 수치로, 시장점유율도 3.9%에서 3.4%로 낮아졌다.반면 기아는 같은 기간 23만7656대를 판매하며 전년 대비 5.1% 성장했다. 점유율도 4.1%를 유지했다. 5월 한 달만 놓고 봐도 현대차는 두 자릿수 감소세를 보인 반면, 기아는 증가세를 이어갔다.이는 국내 시장에서의 흐름과 상당히 유사하다. 현대차는 지난 5월 28년 만에 기아에 내수 1위 자리를 내줬다. 1998년 기아가 현대차그룹에 인수된 이후 처음이다.핵심에는 전기차가 있다. 유럽과 국내 자동차 시장은 둔화됐던 전동화 속도가 지난해부터 다시 빨라지고 있다. 정부 차원에서 전기차 보급을 확대하기 위해 세제혜택을 이어가는 시장이기도 하다.EU의 전기차 판매는 지난해 188만대를 넘어서며 점유율 17.4%까지 올라섰고, 올해 1~5월에도 95만대가 등록돼 전년 동기 대비 35% 넘게 늘었다. 국내 시장 역시 지난해 전기차 신규 등록이 22만대를 넘기며 50.1% 반등한 데 이어, 올해 1~5월에는 약 16만대가 팔려 전년 동기 대비 2배 이상 성장했다.이 지점에서 기아가 현대차보다 앞섰다. 전기차 볼륨모델로만 보더라도, 기아는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EV3의 판매량이 월 4000대를 꾸준히 넘기고 있다. 지난 4월 4661대, 지난달엔 4591대를 판매했다. 반면 현대차의 동급 전기차 모델 인스터(캐스퍼 일렉트릭)은 지난 4월 2974대, 5월 3007대 등 월 2000대~3000대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인스터를 뒤이을 볼륨모델이 마땅치 않다는 점은 유럽 내 전기차 판매 격차를 더욱 벌렸다. 기아의 경우 EV3 이후 EV4, PV5 등 신차를 통해 라인업을 보강한 반면, 현대차는 인스터 외엔 코나 일렉트릭, 아이오닉 5, 아이오닉 6 등 기존 출시했던 모델들 뿐이다. 대형 고가 전기차보다 실용성과 가격 경쟁력을 중시하는 유럽 시장에서 기아의 전기차 전략이 상대적으로 잘 맞아떨어진 것이다.아이오닉 3 ⓒ현대자동차업계에서는 전기차 풀라인업을 먼저 갖춘 기아의 그룹 내 입지가 앞으로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내연기관 중심 시장에서는 브랜드 체급이 여전히 강점으로 작용하지만, 전기차 시장에서는 차급별 라인업 완성도와 신차 투입 속도가 판매 성적을 좌우하기 때문이다.현대차 입장에서는 아이오닉3가 반등의 핵심 카드가 될 전망이다. 아이오닉3는 현대차가 올 하반기 유럽에 투입하는 첫 소형 전용 전기차다. 기아가 EV3와 EV4로 전기차 대중화 구간을 선점한 만큼, 현대차로서는 전기차 점유율을 끌어올릴 핵심 카드다.문제는 경쟁 환경이 녹록지 않다는 점이다. 중국 브랜드의 공세가 갈수록 거세지고 있어서다. BYD, 체리, 립모터 등 중국 업체들은 가격 경쟁력과 빠른 신차 투입을 앞세워 점유율을 키우고 있다.실제 올 1~5월 유럽 시장에서 BYD는 13만5307대를 등록해 전년 동기 대비 145.2% 늘었고, 체리 계열은 12만2843대로 316.0%, 립모터는 4만3037대로 552.9% 급증했다. 같은 기간 현대차그룹 판매가 2.4% 줄고 점유율이 8.0%에서 7.5%로 낮아진 것과는 대조적이다.업계 관계자는 “유럽 시장에서는 브랜드 충성도보다 전기차의 가격과 상품성이 구매 결정에 더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기아는 EV3와 EV4로 대중 전기차 구간을 먼저 채운 반면, 현대차는 아이오닉3 출시 전까지 신차 공백을 버텨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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