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절반은 지주회사 보유…CVC 13곳 지난해 1천939억 투자

공정위, CVC 현황 분석 공개…기업집단 유보금, ICT·바이오 등 벤처 생태계로 유입공정거래위원회. 경기일보DB 일반지주회사 소속 기업형 벤처캐피탈(CVC)이 지난해 벤처기업에 약 2천억원을 투자한 것으로 나타났다. 투자금은 주로 자금 조달 수요가 높은 초·중기 단계 기업에 유입된 것으로 분석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2026년 지주회사 및 CVC 현황’을 24일 공개했다. 지주회사는 지난해 말 기준 총 173곳으로 집계됐다. 전년(177곳)보다 소폭 줄었지만 전반적인 증가 흐름은 유지된 것으로 나타났다. 지주회사 수는 2017년 최소 자산 요건이 1천억원에서 5천억원으로 강화된 이후 한동안 감소세를 보였으나, 2021년부터 다시 증가세로 전환됐다. 연도별로 2017년 193곳에서 2018~2019년 각각 173곳, 2020년 164곳까지 줄었다가 이후 2021년 168곳, 2023년 174곳, 2024년 177곳을 기록했다. 대기업집단 내 지주회사 체제 확산도 이어졌다. 올해 공시대상기업집단 102곳 가운데 절반인 51곳이 지주회사를 보유해 2024년 말 50곳보다 1곳 늘었다. 구체적으로 대명화학·한국콜마·오리온·희성이 이미 지주회사를 보유한 상태에서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됐고, 삼성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바이오시밀러 사업 부문 인적분할을 통해 삼성에피스홀딩스를 신설하면서 집단 내 지주회사가 생겼다. 반면 일부 대기업집단에서는 지주회사 체제가 축소되거나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사례도 확인됐다. 신세계는 기존 지주회사인 에메랄드SPV가 모회사 이마트에 합병되면서 소멸했고, 중앙과 에코프로는 기존 지주회사의 지주비율(지주회사 자산 대비 자회사 지분 비중)이 낮아져 지주회사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게 됐다. 영원은 대기업집단 지정 대상에서 제외됐다. 지주회사 중심 지배구조로 전환했거나 처음부터 해당 구조를 유지해 온 전환집단은 지난해 말 기준 47곳으로 2024년 말보다 1곳 늘었다. 전환집단은 지주회사와 자·손자·증손회사의 자산 합계가 기업집단 전체 자산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집단을 의미한다. 공정위는 전환집단 수가 2016년 이후 증가 흐름을 이어가고 있으며 지주회사 체제가 대기업집단의 주요 지배구조 가운데 하나로 자리 잡았다고 봤다. 지주회사의 재무건전성도 개선된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해 말 기준 지주회사 평균 자산총액은 3조1천754억원으로 전년 3조165억원보다 1천589억원 증가했다. 평균 부채비율은 39.3%로 전년 43.7%보다 4.4%포인트 낮아졌고, 법정 상한선인 200%를 크게 밑돌았다. 시러큐스미드코는 부채비율이 235.7%로 유일하게 법정 한도를 초과했지만, 올해 4월 말 부채비율이 다시 법정 한도 이하로 낮아졌다. 공정위 관계자는 “부채비율이 법률상 한도를 넘은 기간이 있어 관련 과에서 조치할 것으로 안다”며 “자진 시정한 경우에는 보통 경고 조치가 많다”고 부연했다. 소속회사 현황을 보면 전체 지주회사의 자·손자·증손회사는 모두 2천357곳이다. 지주회사 1곳당 평균 13.9곳의 계열사를 지배하는 셈이다. 일반지주회사의 자회사 및 손자회사에 대한 평균 지분율은 각각 73.7%, 84.5%로 나타났다. 공정위는 지주회사 체제가 종속회사를 지배하는 데 필요한 지분 수준을 유지하면서 소유구조와 지배구조를 일치시키는 방향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지난해 말 기준 일반지주회사 소속 기업형 벤처캐피탈(CVC) 현황 표. 공정거래위원회 제공 공정거래법은 금산분리 원칙에 따라 일반지주회사의 금융사 소유를 제한하고 있다. 다만 벤처투자 활성화 필요성이 커지면서 2022년 법 개정을 통해 일정 요건 아래 일반지주회사의 CVC 보유를 제한적으로 허용했다. 현행 제도상 일반지주회사는 CVC 지분을 100% 보유해야 하며 투자 업무 외 금융업은 영위할 수 없다. 펀드 조성 과정에서도 외부 자금 비중은 40% 이내로 제한된다. 지난해 말 기준 일반지주회사가 보유한 CVC는 총 13곳으로 전년(14곳)보다 1곳 줄었다. 이는 기존 CVC인 두산인베스트먼트의 모회사 두산이 지주회사 대상에서 제외된 데 따른 것으로, 해당 회사는 지주회사 체제 밖에서 벤처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전체 CVC 가운데 10곳(76.9%)은 제도 도입 이후 새롭게 설립·등록됐다. 일반지주회사의 벤처투자가 확대되는 흐름이 이어지는 모습이다. CVC 13곳은 총 85개의 투자조합을 운용 중이다. 이 중 지난해 새롭게 결성된 투자조합은 15개로 전년(10개)과 견줘 5개 늘었다. 신규 조합의 출자약정금액은 총 3천945억원으로 전년(3천330억원) 대비 615억원 증가했다. 조합당 평균 약정금액은 263억원으로, 국내 벤처캐피탈(VC) 조합 평균 규모인 160억원보다 64.4% 많았다. 특히 신규 조합에 실제 납입된 투자금 805억원 가운데 65.2%인 525억원을 CVC 소속 기업집단이 부담한 것으로 확인됐다. 공정위는 이를 근거로 기업집단 내부 자금이 CVC를 통해 벤처투자 시장으로 유입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투자 현황을 보면 지난해 CVC 13곳은 총 151건, 1천939억원 규모의 벤처투자를 집행했다. 투자액은 전년(2천451억원)보다 줄었지만 2023년(1천764억원)과 비교하면 증가한 수준이다. 해외 투자도 이뤄져 CVC 4곳이 총 133억원을 집행해 전체 투자금의 6.9%를 차지했다. 투자 대상은 초·중기 기업에 집중되는 모습이었다. 업력 3년 미만 초기기업 투자액은 271억원으로 전년과 같았지만 전체 투자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4.0%로 전년(11.1%)보다 2.9%p 상승했다. 업력 3~7년 중기기업 투자액은 777억원으로 전년(755억원)보다 늘었고, 투자 비중도 30.8%에서 40.1%로 확대됐다. 초·중기 기업에 투입된 자금은 총 1천48억원이다. 자금 조달 수요가 큰 성장 초기 단계 기업에 대한 투자가 확대되면서 CVC가 모험자본 공급 역할을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업종별로는 AI·페이먼트 서비스 등이 포함된 ICT 서비스 분야 비중이 24.9%로 가장 높았고, 바이오·의료(23.3%), 전기·기계·장비(23.2%)가 뒤를 이었다. 공정위는 향후 지주회사 제도와 CVC 운영 실태를 지속 점검하고 관련 제도 운용 상황을 모니터링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기업집단 지배구조 개선과 벤처투자 활성화를 위한 정책 기반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올 하반기에 대기업집단의 소유·출자 구조, 내부 거래 현황, 지배 구조 실태 등을 다각적으로 분석하고 공개할 것”이라며 “이를 통해 시장에 정보를 제공하고 시장 압력을 형성해 대기업집단의 자율적인 행태 개선을 유도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대기업집단의 소유·지배 구조, 거래 구조 등의 건전성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기업집단 건전성 평가 지표’를 개발하는 등 내실 있는 정보가 시장과 이해 관계자들에게 공급되도록 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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