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 ‘전력 전쟁 2막’ 준비하는 HD현대일렉트릭, 물류 자동화된...

HD현대일렉트릭 청주 배전캠퍼스 르포지난 25일 HD현대일렉트릭 충주 배전캠퍼스 물류창고에서 물류셔틀들이 중저압차단기 완제품들을 운반 중이다. /HD현대일렉트릭 지난 25일 찾은 충북 청주 HD현대일렉트릭 배전캠퍼스. 공항 보안 검색대처럼 생긴 바코드 리더 시스템(BRS)이 생산에 투입될 부품의 규격과 모델을 확인하자 자율 주행 물류 로봇(AMR)이 이를 생산 라인으로 실어 날랐다. 생산을 마친 중저압 차단기 완제품은 AMR을 타고 창고로 이동했고, 높이 9m의 자동 케이스 처리 로봇이 빈 선반을 찾아 알아서 적재했다. 생산 계획이 입력되면 필요한 부품이 자동으로 창고에서 나오고, 완제품도 주문에 맞춰 자동 출하되는 스마트 물류 시스템이 돌아가는 이 공장은 단순한 스마트팩토리가 아니라 HD현대일렉트릭이 ‘초고압 변압기 다음’을 준비하는 새로운 전초기지였다.◇AI 전력 전쟁 2막… “이제는 배전”AI 데이터센터발 전력 수요 폭증이 전 세계 전력 기기 시장의 판을 다시 짜고 있다. 지난 수년간 시장을 이끈 것은 발전소에서 생산된 대규모 전력을 먼 거리로 보내는 초고압 변압기였다. 하지만 AI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공장, 전기차 충전 인프라가 빠르게 늘면서 앞으로는 전기를 실제 수요처까지 안정적으로 나눠주고 제어하는 ‘배전기기’ 또한 새로운 성장축으로 떠오르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지난해 세계 전력 수요가 4.3% 증가한 데 이어 2025~2027년에도 연평균 4% 안팎의 증가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했다. 데이터센터 전력 소비도 2030년이면 지난해의 약 두 배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유럽·북미의 노후 전력망 교체와 재생에너지 확대에 따른 분산형 전원 확산까지 겹치면서 전력 투자의 무게중심이 송전망에서 배전망으로까지 넓어지고 있다.국내 전력기기업계 대표 기업인 HD현대일렉트릭도 이 변화를 겨냥해 청주에 배전기기 생산 거점을 구축했다. 배전은 발전소에서 생산한 전기가 송전·변전을 거쳐 데이터센터와 공장, 빌딩, 가정 등에 전달되는 마지막 단계다. 배전변압기가 전압을 사용 환경에 맞게 낮추고, 배전반이 전기를 분배하며, 중저압 차단기가 이상 전류를 차단해 설비를 보호한다. HD현대일렉트릭은 우선 경기 안성에서 생산하던 중저압 차단기 생산 라인을 청주로 이전했다. 산업용 기중 차단기(ACB)와 진공 차단기(VCB), 건물과 공장 등에 쓰이는 배선용차단기(MCCB), 전자개폐기(MS) 등 5만여 종을 생산한다.배전에 주목하는 이유는 데이터센터 한 곳만 봐도 분명하다. 예를 들어 데이터센터에 초고압 변압기가 1~2대 설치된다면, 각 건물과 GPU 서버까지 전력을 분산하는 배전 설비는 수십 대씩 필요하다. 전력 수요가 늘어날수록 마지막 전력 공급 구간인 배전망 투자도 함께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다.◇캐파보다 중요한 건 ‘납기’청주 배전캠퍼스의 경쟁력은 단순히 생산량을 늘리는 데 있지 않다. 회사가 더 강조하는 것은 납기와 생산 효율이다. 기존 안성 공장 대비 중저압차단기 생산능력(CAPA)은 연 500만대에서 850만대로 약 70% 늘었지만, 핵심은 주문부터 생산, 출하까지 걸리는 시간을 줄여 고객이 원하는 시점에 제품을 공급하는 체계를 갖췄다는 점이다. 제조실행시스템(MES)이 주문과 생산 순서를 정하면 창고관리시스템(WMS)이 필요한 부품 위치를 찾고, 창고제어시스템(WCS)이 자동 창고와 물류 설비를 움직인다. 협력사에서 큰 받침대(팔레트) 단위로 입고된 자재는 생산 일정에 맞춰 필요한 만큼만 소형 상자(토트) 단위로 자동 분류되고, AMR이 각 생산 라인으로 공급한다. 작업자가 창고를 오가며 자재를 찾는 과정이 사라지면서 생산성과 납기 대응력이 크게 높아졌다. 저압 기기 생산 라인 자동화율은 95%, 중압 기기는 65%에 달하며 설비종합효율(OEE)도 기존 58%에서 75%까지 개선됐다. 회사는 2030년까지 이를 90% 수준으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이 같은 생산 체계는 AI 데이터센터 시장에서 특히 경쟁력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 글로벌 전력 기기 시장은 제품 성능 못지않게 얼마나 빨리 납품할 수 있는지가 경쟁력이 되고 있다. 이 부사장은 “미국 시장에서 데이터센터용 38㎸ 진공차단기(VCB)의 경우 경쟁사에선 납기가 1년 이상 걸리는 사례도 있지만, 회사는 이를 절반 수준으로 단축하며 대형 프로젝트를 수주했다”고 했다. 최근에는 고객들이 단발성 발주보다 장기 공급 계약으로 생산 물량을 선점하려는 움직임도 뚜렷해지고 있다. 전력기기와 배전기기를 함께 공급하는 ‘패키지 영업’ 역시 HD현대일렉트릭이 내세우는 강점이다.청주 공장은 이 같은 전략의 출발점이다. 현재는 안성에서 이전한 중저압차단기 생산 라인만 가동하고 있지만, 회사는 앞으로 울산에서 생산하는 배전반과 배전변압기까지 단계적으로 집적해 이름 그대로의 ‘배전 캠퍼스’를 완성한다는 구상이다. 중저압 차단기와 배전 변압기, 배전반을 한곳에서 생산하면 제품 간 패키지 공급은 물론 물류와 엔지니어링, 납기 관리까지 일원화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이창호 HD현대일렉트릭 부사장은 “배전 기기 투자는 단순히 생산 시설을 늘리는 것이 아니라 사업 포트폴리오를 안정화하기 위한 전략”이라며 “장기적으로 배전 기기 매출 비율을 현재 16% 수준에서 30%까지 확대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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