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 역전사]④ 'AI 프리미엄' 계속될까…HBM 정점론 시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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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챗GPT의 도움을 받아 제작한 그래픽입니다.SK하이닉스가 삼성전자 보통주의 시가총액을 넘어선 것은 현재의 기업 규모보다 앞으로 벌어들일 이익에 시장이 더 높은 가치를 부여한 결과다. 이제 관건은 HBM(고대역폭메모리) 시장에서 확보한 주도권을 실제 매출과 현금흐름 증가로 얼마나 오래 이어가느냐다.현재의 기업가치에는 AI(인공지능) 데이터센터 투자가 계속 늘고, SK하이닉스가 HBM4와 HBM4E에서도 기술 우위를 지키며, 선제적으로 늘린 생산능력을 안정적으로 판매할 것이라는 기대가 반영돼 있다. 세 가지 전제 가운데 하나라도 흔들리면 주가에 붙은 AI 프리미엄도 낮아질 수 있다.선제 증설·장기계약 '호재'…수요 둔화·고객 쏠림은 변수2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시장은 SK하이닉스의 현재 이익 증가세가 언제까지 지속될지에 주목하고 있다. 이미 HBM 공급 부족과 가격 상승의 수혜가 실적과 주가에 상당 부분 반영된 만큼 앞으로는 차세대 제품의 경쟁력과 증설 물량을 소화할 수 있는 수요가 기업가치를 좌우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현재의 기대가 현실이 되려면 두 가지 조건이 충족돼야 한다. AI 데이터센터 투자가 지금처럼 계속 늘어야 하고 SK하이닉스가 차세대 제품에서도 기술과 공급 주도권을 유지해야 한다.SK하이닉스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와 청주 첨단 패키징 생산시설 등을 중심으로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반도체 공장은 건설부터 장비 반입, 고객 인증과 양산까지 수년이 걸리는 만큼 수요가 현실화하기 전에 생산능력을 확보해야 한다. HBM 수요가 예상대로 늘면 선제 투자가 고객 주문과 추가 이익으로 이어지는 구조라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반대로 AI 데이터센터 투자 증가세가 둔화하거나 삼성전자와 마이크론의 공급 확대가 수요를 앞지르면 상황은 달라진다. 판매하지 못한 생산능력은 감가상각비와 유지비를 늘려 이익률을 떨어뜨린다. 호황기에 결정한 대규모 투자가 다음 불황기에 실적 부담으로 돌아왔던 메모리 산업의 위험이 여전히 남아 있는 셈이다.경기 용인시 처인구 원삼면 일대에 지어지는 중인 SK하이닉스 반도체 클러스터 / 사진=유호승 기자그나마 다행인 점은 최근 메모리 공급이 폭발하는 수요에 따라 장기 계약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마이크론은 최근 회계연도 3분기 실적 발표를 하면서 16건의 전략적 고객협약(SCA)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SCA는 기존 연간 단위 장기공급계약(LTA)과 달리 5년에 걸쳐 물량과 가격을 미리 정하는 방식이다. 이는 수십 년간 메모리 업계를 지배해온 '공급과잉→가격폭락'의 주기적 사이클이 AI 시대를 맞아 근본적으로 바뀌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물론 장기계약이 높은 수익성을 계속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공급업체가 늘어나면 고객사의 선택지가 넓어지고 다음 계약에서 가격과 물량 조건이 달라질 수 있다. AI 가속기 판매 전망까지 낮아지면 장기계약이 끝난 뒤 주문이 줄어들 가능성도 있다. 엔비디아에 대한 높은 의존도도 중장기적으로 넘어야 할 과제다. SK하이닉스 분기보고서를 토대로 업계에서는 올해 1분기 엔비디아향 매출이 7조7806억원으로 전체 매출의 14.8%를 차지한 것으로 추정한다. 전년 동기보다 62.6% 증가한 규모다.엔비디아의 성장은 SK하이닉스가 AI 인프라 시대 주요 공급사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기회가 됐다. 그러나 특정 고객의 제품 출시가 늦어지거나 AI 가속기 판매 증가세가 둔화하면 SK하이닉스의 주문과 생산시설 가동률도 함께 영향을 받을 수 있다. 글로벌 빅테크와 다른 AI 반도체 업체로 장기 공급처를 넓혀야 실적의 변동성을 낮출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ADR 기회지만…증설 성과로 희석 넘어야미국 주식예탁증서(ADR) 상장은 SK하이닉스의 기업가치를 추가로 높일 수 있는 계기로 평가된다. 미국 투자자가 국내 증시를 거치지 않고 달러로 SK하이닉스 주식을 거래할 수 있게 되면 투자자 기반과 주식 수요가 확대될 수 있다. 미국 증시에서 마이크론 등 글로벌 반도체 기업과 직접 비교되면서 SK하이닉스의 기업가치가 재평가 받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최대 1779만주의 신주를 발행해 다음 달 10일 나스닥에서 ADR 거래를 시작하고 14일 공모대금을 납입받을 예정이다. 이사회 결의 전일 주가를 기준으로 산정한 최대 조달 가능 금액은 약 45조4500억원이다. 증권가에서는 이르면 오는 12월 나스닥100 편입에 따른 패시브 자금 유입 가능성도 거론한다.ADR 상장은 글로벌 투자자의 접근성을 높이는 동시에 대규모 투자 재원을 확보한다는 점에서 기업가치에 긍정적이다. 조달 자금은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와 청주 첨단 패키징 생산시설 등에 투입돼 차세대 HBM 생산능력을 늘리는 데 활용된다.다만 미국 상장과 자금 유입만으로 주가 프리미엄이 유지되는 것은 아니다. 신주 발행으로 기존 주주의 지분과 주당 이익이 희석되는 만큼 조달 자금을 투입한 생산시설에서 그 이상의 이익을 만들어야 한다. 생산량 확대가 실제 고객 주문과 매출 증가로 이어져야 ADR을 통한 재평가도 지속될 수 있다.HBM에 집중된 사업 구조를 보완하는 것도 과제다. 낸드와 기업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eSSD)가 또 다른 이익축으로 성장했지만, 이들 역시 메모리 가격과 데이터센터 투자에 영향을 받는다. 스마트폰과 가전, 디스플레이 등에서 현금을 창출해 메모리 불황을 일부 흡수할 수 있는 삼성전자와 달리 SK하이닉스는 메모리 수요가 전반적으로 꺾이면 여러 제품의 실적이 동시에 흔들릴 가능성이 크다.결국 현재의 기업가치를 지키기 위해서는 호황기에 얼마나 많은 이익을 내느냐보다 다음 불황에도 어느 수준의 이익을 유지할 수 있는지를 보여줘야 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SK하이닉스가 다음 불황에도 높아진 이익의 하단을 지킨다면 이번 시가총액 역전은 AI 인프라 성장 기업으로 재평가받는 계기가 될 수 있다"며 "반대로 AI 투자 둔화와 공급 확대가 겹쳐 증설 물량을 소화하지 못하면 현재의 기업가치는 HBM 사이클의 정점에서 형성된 프리미엄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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