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승강제 앞두고 희비…의료기기 웃고 신약개발사 긴장

[이르면 10월부터 시행]고마진·수출 앞세워 안정적 성장클래시스 등 프리미엄군 편입 예상기술수출 여부따라 재무 변동성 커특례기업 정량지표로 평가땐 불리임상 진척도 등 종합적 반영 필요정부가 코스닥 시장을 ‘프리미엄’과 ‘스탠더드’로 재편하는 승강제 도입을 추진하면서 바이오·헬스케어 업종 내에서도 희비가 엇갈릴 것으로 전망된다. 해외 수출과 높은 수익성을 앞세운 의료기기·에스테틱 기업들은 대표적인 수혜 업종으로 거론되는 반면, 신약개발 바이오 기업들은 정량 지표 중심 평가 체계에 대한 부담이 커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27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거래소는 현재 코스닥 승강제 도입과 관련한 내부 논의를 진행 중이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현재는 초기 단계로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라며 “거래소가 우선 기본 방향성을 마련한 뒤 시장 의견 수렴과 조정을 거쳐 최종안을 확정하는 방식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장에서는 제도 시행 시점은 이르면 오는 10월로 예상하고 있다.코스닥 승강제는 시가총액과 매출·이익 등 재무 실적, 지배구조 등을 기준으로 상장사를 프리미엄(1부)과 스탠더드(2부)로 구분하고, 상장폐지 우려 기업은 별도 관리군으로 분류하는 제도다. 일정 기준을 충족하면 상위 리그로 승격되고, 요건을 유지하지 못하면 하위 리그로 강등되는 구조다. 정부는 우량 기업 중심 투자 환경을 조성해 코스닥 시장의 신뢰도를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약 100개 종목 규모의 프리미엄 세그먼트를 구성해 관련 지수와 ETF 상품까지 연계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시장에서는 의료기기 업종이 승강제 도입의 최대 수혜 업종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용·에스테틱 등 의료기기 기업들은 해외 수출 확대와 고마진 구조를 기반으로 안정적인 실적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실제로 주요 의료기기 업체들은 매출 성장률과 영업이익률 등 핵심 지표가 코스닥 평균 대비 우수하다. 2018년부터 2025년까지 평균 영업이익률은 클래시스(214150) 49.0%, 휴젤(145020) 38.6%, 파마리서치(214450) 30.8%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코스닥 전체 평균 영업이익률은 4.8%, 코스닥150은 8.0% 수준에 그쳤다. 인터로조(16.3%), 티앤엘(27.0%) 등도 시장 평균을 크게 웃도는 수익성을 기록했다.신민수 키움증권 연구원은 “코스닥 승강제 가이드라인이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2022년 도입된 ‘코스닥 글로벌 세그먼트’가 주요 참고 사례가 될 가능성이 높다”라며 “클래시스·파마리서치·휴젤은 글로벌 세그먼트 창립 멤버로 편입돼 현재까지 지위를 유지하고 있는 만큼 어떤 기준이 적용되더라도 프리미엄군 편입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코스닥 글로벌 세그먼트는 미국 나스닥(NASDAQ)이나 일본 토픽스(TOPIX)처럼 우량 상장사를 별도 세그먼트로 묶어 지수 및 ETF 상품과 연계하는 제도다. 현재 코스닥 상장사 약 1820개 가운데 52개 종목만 편입돼 있으며, 이 중 8개가 헬스케어 기업이다. 신 연구원은 “클래시스, 파마리서치, 휴젤 등은 이미 코스닥 글로벌 세그먼트에 포함돼 있다”며 “의료기기 업체들은 매출 성장률과 영업이익률 등 주요 실적 지표에서 코스닥 평균을 웃도는 흐름을 보이고 있어 승강제 도입의 수혜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반면 바이오 업계에서는 자금 쏠림 심화와 낙인효과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기술특례 상장 바이오 기업들은 연구개발(R&D) 투자 부담으로 적자를 지속하거나 기술수출 여부에 따라 실적 변동성이 큰 구조인데, 정량 지표 중심 평가 체계가 적용될 경우 구조적으로 불리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 바이오 기업 대표는 “국내 바이오 기업들은 기술수출 중심 사업 모델 특성상 흑자와 적자를 반복하는 재무 구조가 대부분”이라며 “단순 시가총액이나 매출 규모 중심의 ‘줄 세우기식’ 평가로는 바이오 기업의 성장성과 기술 가치를 제대로 반영하기 어렵다”고 토로했다.최근 국내 증시에서 반도체·인공지능(AI) 관련 대형주 중심으로 자금이 쏠리며 바이오 업종 전반의 수급 회복이 지연되고 있는 점도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바이오 업종 전반의 주가 흐름이 부진한 가운데 수급 회복까지 3~4개월은 더 필요하다는 분위기”라며 “승강제가 시행되면 투자 자금이 상위 리그 기업으로 집중되며 바이오 업종 전반에 부담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전문가들은 단순 재무지표뿐 아니라 기술 경쟁력과 사업 성과 가시성을 함께 평가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기술수출 실적이나 글로벌 임상 진척도, 상업화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반영하는 방식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은 “코스닥의 본래 취지를 반영해 혁신기술 기업들이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방향으로 제도가 설계돼야 한다”라며 “국내 기술이전인지 해외 기술이전인지, 기존 모달리티인지 신규 모달리티인지 등 다양한 요소를 종합적으로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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