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 빅5가 찜한 바이오벤처 어디?

‘포스트 렉라자’ 찾아라국내 제약 업계가 기로에 섰다. 정부의 지속적인 약가 인하 정책과 제네릭(복제약) 시장의 포화로, 더 이상 과거 방식으로는 성장을 담보할 수 없다는 위기감이 팽배하다. 제약사들이 전통적인 ‘영업 중심’에서 ‘R&D 중심’의 바이오 기업으로 체질 개선을 서두르는 분위기다.하지만 신약 개발은 조 단위 투자비가 드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임상 3상까지 진행하다가도 실패하면 성과가 ‘0’이 될 수 있는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High Risk High Return)’의 전형. 이를 독자적으로 완주하는 것은 국내 기업 체급으론 여전히 버겁다. 이에 대형 제약사들은 직접 모든 것을 만드는 전략에서 탈피, 외부의 유망한 바이오벤처에 투자하고 기술을 도입하는 ‘오픈 이노베이션(Open Innovation)’으로 승부수를 던지고 있다. 5대 제약사의 바이오벤처 포트폴리오를 들여다보고, 글로벌 신약 개발 트렌드와 과제도 짚어본다. ‘2025 세계지식포럼’에서 존 윙 유이 찬 노바티스 디지털·정보·AI 총책임자와 허글 삼정KPMG 이사가 ‘신약개발의 AI 대전환’을 주제로 강연을 하고 있다. (매경DB)(1) 항암 플랫폼암세포만 정밀 타격…ADC신약 시장에서 경쟁이 가장 치열한 영역은 단연 항암 분야다. 글로벌 시장에서 항체약물접합체(ADC), 이중항체, 면역항암제 등 차세대 기술을 확보한 기업이 제약 빅5 포트폴리오 중심에 자리 잡았다. 과거 특정 표적을 겨냥한 저분자 항암제에서 이제는 하나의 기술로 다양한 파이프라인을 확장할 수 있는 플랫폼 중심으로 무게중심이 이동하고 있다.국내 오픈이노베이션 대표 사례로 유한양행과 오스코텍 협력이 꼽힌다. 오스코텍은 상피세포성장인자수용체(EGFR) 돌연변이 양성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렉라자’의 원천 기술을 개발한 기업이다. 유한양행은 이 기술을 도입해 글로벌 제약사 얀센에 기술이전하며 상업화에 성공했다. 국내 제약사가 외부 기술을 확보해 글로벌 시장까지 연결한 대표 사례로 평가된다. 다만 렉라자는 저분자 표적항암제로, 최근 주목받는 ADC나 이중항체와 다른 계열이다.최근에는 보다 진화한 플랫폼 협력이 이어진다. 한미약품은 중국 자회사 북경한미약품을 통해 리가켐바이오와 이중항체 기반 ADC 항암제 공동 개발에 나섰다. 북경한미약품이 보유한 이중항체 기술에 리가켐바이오의 ADC 링커·톡신 플랫폼을 결합해 차세대 항암 후보물질을 발굴하는 구조다. 항체 설계와 약물 전달 기술을 결합한 형태로, 기존 항암제 대비 정밀도를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는다.면역세포 치료제 기업 앱클론도 눈여겨볼 만하다. 종근당은 앱클론에 지난해 약 122억원 규모 전략적 투자를 단행하고 키메릭 항원 수용체(CAR)-T 치료제 ‘AT101’ 국내 판매 우선권을 확보했다. 동시에 CAR-T와 이중항체 기반 신약 공동개발 체계도 구축했다. 단순 투자에서 나아가 상업화 권리까지 확보한 사례다.(2) 면역·대사 확장형 플랫폼비만 치료제 ‘빅뱅’…확장성이 관건비만·대사 질환은 최근 제약 업계에서 빠르게 부상하는 영역이다. 글로벌 시장에서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GLP)-1 계열 치료제가 대형 블록버스터로 자리 잡으며, 관련 파이프라인 확보 경쟁이 본격화됐다. 다만 국내 제약사 전략은 단순히 특정 비만 치료제 확보에 머물기보다 다양한 질환으로 확장 가능한 플랫폼 기술 확보에 초점이 맞춰진다.이 분야에선 유한양행이 공격적인 행보를 보인다. 지난 2019년 유한양행으로부터 약 200억원 투자를 받은 ‘지아이이노베이션’은 면역 반응을 조절하는 사이토카인 기술을 기반으로 항암뿐 아니라 자가면역 질환과 대사 질환까지 적응증 확장이 가능한 구조를 갖췄다. 글로벌 임상 단계에 진입한 파이프라인을 통해 기술력을 입증하고 있다. 플랫폼 기반으로 다양한 적응증 확장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성장성이 높다는 평가다.다중 표적 항체 플랫폼을 보유한 ‘프로젠’ 역시 비만·대사 영역 확장 가능성이 거론된다. 복수 타깃을 동시에 조절하는 구조로, 기존 단일 기전 치료제 대비 효능을 높일 수 있다는 기대를 받는다. 유한양행은 지난 2023년 프로젠에 300억원 규모 전략적 투자를 단행하며 차세대 대사 질환 치료 기술 확보에 나섰다.마이크로바이옴 기반 기업도 포트폴리오에 포함된다. ‘메디오젠’과 ‘에이투젠’은 장내 미생물 기반 기술을 활용해 대사 질환과 면역 질환을 동시에 겨냥한다. 장내 환경을 조절해 질환을 치료하는 접근 방식으로, 기존 합성의약품과 차별화된 기전을 갖는다. 이들 모두 유한양행이 투자한 기업이다.(3) 뇌 질환(CNS)뇌혈관 장벽 뚫는 ‘브레인 셔틀’ 주목중추신경계(CNS)는 제약 업계에서 기술 난이도가 높은 분야 중 하나로 꼽힌다. 뇌혈관장벽(BBB)으로 인해 약물 전달이 어렵고 임상 실패 확률도 높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알츠하이머병, 파킨슨병 등 퇴행성 뇌 질환 환자가 빠르게 증가하며 글로벌 시장에서 수요가 꾸준히 확대되는 영역이다.이 같은 특성 때문에 제약사들은 초기 단계부터 유망 바이오벤처에 투자하거나 공동개발을 통해 파이프라인을 확보하는 전략을 택한다. 대표적으로 유한양행이 지분을 보유한 ‘아임뉴런’이 있다. 아임뉴런은 뇌 질환 치료제를 개발하는 기업이다. 신경계 질환을 타깃으로 한 후보물질을 확보했다. 초기 단계 기술임에도 불구하고 포트폴리오에 포함된 배경에는 CNS 시장의 성장성과 기술 희소성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해외 바이오텍과 협력도 이어진다. 대웅제약은 지난 2023년 미국 뉴론 파마슈티컬스와 파킨슨병 치료제 개발을 위한 공동연구에 돌입했다. 글로벌 임상 경험을 보유한 바이오텍과 협업해 신경계 질환 파이프라인을 확대하는 전략이다. 이를 바탕으로 2024년 캐나다 임상 1상에서 긍정적인 톱라인 결과를 확보하고, 다음 단계 임상 진입을 준비 중이다.(4) 안정적 밸류체인“단일 신약은 리스크”…‘수직계열화’신약 개발이 장기전인 만큼 안정적인 사업 기반을 확보하려는 움직임도 뚜렷하다. 이에 따라 제약사는 바이오벤처 투자와 함께 생산·제형·진단·유통까지 아우르는 가치사슬(밸류체인) 확장에 박차를 가한다. 단일 파이프라인 의존도를 낮추고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기 위한 전략이다.대웅제약은 자회사와 관계사를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확장한다. 특히 2015년 약 1100억원을 들여 지분 32%를 인수한 한올바이오파마가 핵심 역할을 한다. 한올바이오파마는 자가면역 질환 항체 치료제 등 신약 파이프라인을 확보했다. 글로벌 바이오텍과 공동개발을 통해 R&D 역량도 축적하고 있다. 이를 기반으로 그룹 내에서 세포 치료와 신경계 치료제 개발 기업에 대한 지분 투자와 공동연구를 병행한다. 제형과 생산 역량 강화도 열심이다. 약물전달 시스템을 개발하는 ‘티온랩테라퓨틱스’, 나노기술 기반 제형 기업 ‘바이오시네틱스’ 등은 신약 후보물질의 효율을 높이는 역할을 한다.녹십자는 확장된 밸류체인 전략을 구사한다. 혈액제제와 백신 사업을 기반으로 지씨셀·지씨지놈·녹십자엠에스·유비케어·지씨씨엘 등 진단·검체분석·헬스케어 플랫폼 기업을 계열사로 편입하고 생산 인프라를 확대하고 있다. 원료 확보부터 생산, 유통까지 전 과정을 아우르는 구조다. 유한양행과 지아이이노베이션이 알레르기 질환 치료 후보물질 기술 도입 체결식에서 사인을 하고 있다. (유한양행 제공)신약 개발 경쟁력 있나임상 2상 ‘데스밸리’ 과제도국내 제약·바이오 산업이 비약적으로 성장했지만, 글로벌 시장의 눈높이는 더 높아졌다. 코로나19 이전까지만 해도 전임상 단계에서의 기술 수출이 활발했지만, 최근 글로벌 빅파마들은 임상 2상 단계에서 효능(PoC)이 확인된 ‘검증된 신약’만을 요구하는 추세다. 초기 기술만으로 수천억원의 계약을 따내던 시대는 저물고, 수백억원이 추가로 투입되는 임상 2상이라는 새로운 ‘데스밸리’가 등장한 것이다.상황이 이렇자 업계에선 ‘오픈 이노베이션’과 ‘AI 활용’에 더욱 집중하는 분위기다. 신약 개발 과정에서 직접 수행하는 부분을 가급적 줄이고, 파트너사와 기술 협력을 하거나 신기술을 도입해 비용과 시간을 절감하려는 것이다.최근 방한한 데미스 하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CEO도 국내 언론과 인터뷰에서 “(현재) 초기 단계의 신약 몇 가지를 시험하고 있다. 언젠가는 수백 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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