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로 닥친 ‘자사주 의무 소각’…기업들, 우회로 탐색 분주

‘3차 상법 개정안’이 지난 6일부터 시행되면서 기업들이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사진은 서울시내 대기업 전경. 클립아트코리아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뼈대로 한 ‘3차 상법 개정안’이 지난 6일부터 전격 시행되면서 기업들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법 시행을 앞두고 일부 기업을 중심으로 제도를 우회하려는 움직임이 관측된 가운데, 주요 기업들은 법 시행에 맞춰 대응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정부가 지난 6일 관보에 게재한 개정 상법을 보면, 기업들은 앞으로 신규 취득하는 자사주를 취득일로부터 1년 안에 반드시 소각해야 한다. 현재 보유 중인 기존 자사주도 법 시행일로부터 1년6개월 안에 소각을 마쳐야 한다. 지배주주가 자사주를 제3자에게 매각하거나 맞교환할 경우 의결권이 되살아난다는 점을 악용해 경영권 방어를 위한 우호지분으로 활용하는 사례가 잇따르자, 소각을 의무화해 일반 주주의 이익 침해를 막겠다는 것이 개정 상법의 취지다.다만, 예외도 있다. 임직원 보상이나 우리사주조합 출연을 위해 자사주를 활용하는 경우, 신기술 도입·재무구조 개선 등 경영상 목적을 이유로 회사 정관에 근거를 명시한 경우 등은 회사가 ‘자사주 보유·처분 계획’을 마련해 매년 주주총회 승인을 받으면 자사주를 계속 보유하거나 처분할 수 있도록 했다.이런 제도 변화에 맞춰 주요 대기업들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국내 시가총액 1위 삼성전자는 3차 상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지난달 25일 기존 주주총회 소집 공고문을 정정해 다시 공시했다. 이달 정기 주총에 회사가 보유한 자사주 1억2612만주(우선주 포함) 중 3916만주를 임직원 보상 목적으로 사용하는 내용의 자사주 보유·처분 계획 승인 안건을 올리겠다는 것이다. 나머지 자사주는 모두 소각하기로 했다.㈜두산도 전체 발행주식의 15.2%에 이르는 자사주 320만주 가운데 임직원 보상을 위한 63만주를 제외한 전량을 올해 안에 모두 소각하기로 지난달 말 결정한 바 있다.법 시행을 앞두고 제도를 우회하려는 움직임도 있었다. 코스피 상장사인 현대약품은 지난달 27일 신풍제약·대화제약·삼일제약 등과 42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맞바꿨다. ‘전략적 제휴’라는 명분을 내세우며 자사주 소각 의무를 회피한 것이다.또한 코스닥 상장사인 슈프리마에이치큐는 올해 초 자사주 52만여주를 재단에 무상 출연하겠다고 나섰다가 9일 뒤늦게 이런 결정을 철회했다. 금융감독원 제동으로 계획을 취소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유건호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현행법상 복지재단에 출연한 자사주는 최대 5%까지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며 “자사주 출연을 통해 우호지분을 확보하는 이른바 ‘참호파기’ 방식의 경영권 방어”라고 꼬집었다.자사주 보유 비중이 높은 기업들은 3월 정기 주총 소집 공고를 앞두고 고심을 거듭하는 모습이다. 상장사는 주총 개최일로부터 최소 2주 전에 주주총회 소집 공고를 공시해야 하지만, 여태 이를 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전체 발행주식 수 대비 자사주 보유 비중이 24.8%에 이르는 에스케이(SK)㈜가 대표적이다. 에스케이 쪽은 이번 주 중 이사회를 열어 자사주 처리 방안 등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자사주 보유 비율이 27.5%인 롯데지주는 이날 장 마감 후 1700억원 규모의 기존 자사주를 이달 말 소각하겠다고 공시했다. 이에 따라 이 회사의 자사주 보유율은 지금보다 3.8%포인트 낮아진 23.7%가 될 전망이다. 남은 자사주 처리 계획은 공개하지 않았다.반면 셀트리온은 주총 소집 공고문을 통해 전체 자사주 1234만주 중 323만주를 소각 대신 연내 외부에 처분해 투자금 7천억원 규모를 조달하는 안건을 주총에 올리겠다고 공시했다. ‘경영상 목적’ 달성이라는 자사주 소각의 예외 조항을 적극 활용하겠다고 나선 셈이다. 다만 나머지 911만주는 소각하기로 했다. 이번 주총에서 자사주 보유·처분을 위한 정관 변경부터 실제 매각 결의까지 일사천리로 통과시키겠다는 구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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