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모 급여화' 시장 커지는데 제약사 큰 돈 벌까?

탈모 치료제 공급량 크게 늘었으나 금액 찔끔한 알 600원꼴...급여화 땐 가격인하 가능성↑정부 당국이 탈모치료제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 확대를 검토하면서 관련 제약사들이 직접적인 수혜를 받을 것이란 기대가 커지고 있다. 급여 등재로 처방이 늘면 그만큼 시장이 커질 수 있어서다.다만 업계에서는 급여화가 곧 제약사들의 수익 증대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 이미 복제약 경쟁이 치열한 데다 약가 체계 편입에 따른 공급가 인하 가능성도 커지기 때문이다.24일 김선민 조국혁신당 의원실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의사의 처방이 필요한 탈모치료제 공급량은 지난 2022년 2억9574만개에서 지난해 4억4632만개로 3년간 50.9% 증가했다.눈길을 끄는 것은 지난 3년간 탈모 치료제 공급량의 성장세만큼 공급액이 확대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 기간 탈모 관련 전문의약품 공급액은 2164억원에서 2568억원으로 3년간 18.7% 늘었다. 탈모 치료제 공급량은 50% 넘게 늘었는데, 제약사가 병·의원과 약국에 공급한 금액은 20% 성장에도 못 미쳤다는 것이다. 이는 단가 하락으로도 확인된다. 탈모약 1정의 평균 공급가는 2022년 약 732원에서 지난해 약 575원으로 낮아졌다.오리지널이 절반…나머지 놓고 다투는 국내 제약사국내 제약사들이 누릴 수혜 규모도 생각보다 크지 않을 수 있다. 탈모 치료제 성분은 크게 '피나스테리드 계열'과 '두타스테리드 계열'로 나뉘는데, 두 시장 모두 국내 제약사들의 복제약(제네릭)보다 다국적 제약사의 오리지널 의약품이 우위를 점하고 있다.피나스테리드 계열의 대표 제품은 머크(MSD)가 개발한 '프로페시아'다. 진통제를 떠올릴 때 흔히 말하는 '타이레놀'이 제품명이고 '아세트아미노펜'이 그 성분명이듯, 탈모인들 사이에서는 성분명 '피나스테리드' 대신 제품명 '프로페시아'가 대명사처럼 쓰인다.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아이큐비아(IQVIA)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피나스테리드 계열 시장 규모는 약 756억원으로 추정된다. 이 가운데 한국오가논이 유통하는 프로페시아 단일 품목 매출이 321억원으로 시장의 42%를 차지한다. 나머지 435억원을 JW신약·휴온스 등 10곳 안팎의 국내 제약사가 카피약으로 나눠 갖고 있다.두타스테리드 시장에서 다국적 제약사의 비중은 더 크다. 지난해 국내 두타스테리드 시장은 1050억원 규모로 추정되는데, 글락소스미스클라인의 오리지널 제품 '아보다트·듀오다트' 매출이 607억원으로 절반을 웃돈다. 나머지는 한올바이오파마·동구바이오제약 등 10곳 안팎이 카피약으로 경쟁하고 있다.결국 국내 제약사들은 오리지널이 차지한 시장을 제외한 영역에서 경쟁하는 셈이다. 급여화로 시장이 커지더라도 수혜가 여러 업체로 분산되는 구조인 만큼, 개별 기업이 체감하는 실적 개선 폭은 제한적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급여화 과정서…약가 인하 가능성급여 등재 과정에서 일어나는 약가 협상도 따져봐야 할 변수다. 급여화는 시장을 키우지만 동시에 약가를 끌어내릴 수 있어, 제약사에는 양날의 검이다.피나스테리드와 두타스테리드는 전립선비대증 적응증 등에 대해서는 이미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되고 있다. 문제는 이처럼 급여 목록에 이미 올라 있는 약(기등재 의약품)에 적응증을 추가할 때 적용되는 약가 조정 절차다.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국민건강보험 요양급여의 기준에 관한 규칙'은 약제의 사용 범위 확대가 예상되는 경우 예상 추가 청구액과 청구액 증가율을 고려해 약가를 조정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다. 특히 사용 범위 확대로 요양급여비용 예상 청구금액이 기존보다 100억원 이상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면 건강보험공단과의 약가 협상 절차를 거친다.탈모 치료제가 안드로겐성 탈모까지 급여 대상에 포함되면 청구금액은 100억원 이상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곧 약가 재협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한 알 600원 탈모약…'더 낮아질 가능성도'약가 재협상을 거치면 탈모약의 수익성은 더 나빠질 수 있다. 우리 건강보험 체계는 '약제 코드별'로 약가 상한액을 정한다. 한번 상한가가 정해지면, 새 적응증이 추가되더라도 가격을 백지에서 다시 매기지는 않는다. 이미 붙어 있는 기존 약가를 기준으로 협상하는 형태다.피나스테리드·두타스테리드에 탈모 적응증이 추가되면 정부는 기존 가격을 기준으로 처방이 얼마나 늘어날지를 따져 가격을 더 낮추는 협상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환자가 늘어 약이 많이 팔릴수록, 건강보험 재정 부담을 이유로 약가를 낮추게될 유인이 커지는 구조다.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약제급여목록 및 급여상한금액표'를 보면 두 성분의 상한금액은 한 알에 600~700원 수준에 그친다. 피나스테리드 5mg 제제는 대부분 622원 안팎, 오리지널 프로스카도 721원 선이다. 두타스테리드 0.5mg도 오리지널 아보다트가 709원, 나머지 제네릭은 603원 수준이다. 탈모용 저용량 제제가 이 가격을 기준으로 책정되면, 제약사가 손에 쥐는 공급가는 더 내려갈 수밖에 없다.여기에 제네릭 약값 자체를 끌어내리는 제도 변화도 겹친다. 정부는 올해 약가제도 개편을 통해 제네릭 약가 산정률을 오리지널 대비 53.55%에서 45%로 낮추고, 이미 등재된 약에 대해서도 단계적인 약가 인하를 추진하고 있다.제약업계 관계자는 "기등재 의약품에 적응증을 확대하는 경우 이미 존재하는 약가 상한에서부터 재협상할 가능성이 높다"며 "탈모치료제 역시 약가 협상을 거치면 공급가는 더욱 낮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다만 시장 확대 효과에 무게를 두는 시각도 있다.탈모 치료제를 판매하는 한 제약사 관계자는 "탈모 적응증이 확대되면 환자 수요가 늘어 시장 규모 자체가 커질 것"이라며 "시장이 충분히 커진다면 약가가 더 낮아지더라도 제약사에 매력적인 시장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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