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 없는 사회라더니…‘AI 무인 솔루션’ 옷 입은 ATM 기업의 반격...

시중은행 점포 축소에 ‘낙수효과’… 편의점 ATM 60% 확보하며 사상 최대 실적 견인전국 네트워크 무기로 ‘무인주차’ 순항, 쇼핑몰·건설현장 겨냥한 ‘AI 관제’로 영토 확장[케이스 스터디] ‘현금 없는 사회(Cashless)’가 도래하면 ATM 현금 입출금기 서비스를 하는 회사는 어떻게 될까. 최근 NICE인프라(옛 한국전자금융)가 내놓은 성적표는 시장의 우려를 보기 좋게 뒤집는다. NICE인프라의 올해 1분기 실적은 매출액 1032억원, 영업이익 75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2.7%, 63.9% 성장한 수치이자 증권가의 기존 추정치(매출 950억원, 영업이익 65억원)를 뛰어넘은 ‘어닝 서프라이즈’다.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매출 3840억원, 영업이익 307억원)을 올린데 이은 기록이다.시장이 위기를 보는 동안 NICE인프라는 오프라인 금융 인프라의 시장 1위 지위 체제를 오히려 더 공고히 다졌다. 여기서 벌어들인 강력한 현금 창출 능력을 바탕으로 무인주차, 전기차 충전, AI 관제 등 차세대 무인 솔루션 영토를 조용히 장악하고 있다. 시중은행 지점 축소가 부른 ‘독점적 낙수효과’NICE인프라의 모태 사업인 금융 VAN(ATM 관리 등) 부문은 시장의 우려와 달리 굳건한 호황을 누리고 있다. 역설적이게도 시중은행들이 오프라인 점포를 대거 폐쇄하고 경비 절감에 나서면서 NICE인프라에 기회가 찾아왔다.은행들이 지점을 줄이더라도 고객과의 대면 접점은 여전히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은행들은 자사 간판을 달고 기기는 NICE인프라가 일괄 운영하는 ‘브랜드 제휴’ 무인점포나 은행 지점 입구의 금융 부스를 아웃소싱하는 ‘점두형 채널’ 물량을 NICE인프라에 넘기기 시작했다. 은행의 비용 절감 압박이 NICE인프라에는 매출 성장이라는 낙수효과로 돌아온 셈이다.과감한 M&A 전략도 이 회사의 승부수다. NICE인프라는 지난해 코리아세븐(세븐일레븐)의 ATM 자산(약 9000대)을 전격 인수했다. 이미 CU와 이마트에브리데이 등을 확보하고 있던 상황에서 세븐일레븐까지 품에 안으며 NICE인프라는 GS25를 제외한 국내 주요 편의점 금융 인프라 시장을 확보했다.편의점은 이미 외국인 환전, 해외 송금까지 처리하는 거대한 생활 밀착형 오프라인 금융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다. 위기론에 휩싸였던 본업이 오히려 신사업을 과감하게 뻗어 나갈 수 있게 지탱해주는 엔진이 된 것이다. 전국 네트워크 ‘압도적 록인’또 다른 핵심 무기는 바로 전국으로 뻗은 네트워크다. 보통 사양 산업으로 분류되는 기업의 전국 조직은 구조조정 1순위이자 고정비 부담을 키우는 리스크 요인으로 꼽힌다.반면 NICE인프라가 보유한 전국 16개 지사와 30여개 물류센터의 현장 유지보수 및 안전관리 조직은 신사업을 곧바로 확장할 수 있는 멀티플레이어 무기로 전격 재탄생했다. 이들은 장애 발생 시 즉시 대응하는 체계, 고객 불편을 최소화하는 운영 프로세스, 장기간 안정적으로 운영한 경험을 보유한 베테랑이다. 이 차별화된 네트워크의 위력이 드러난 곳이 바로 주력 성장축인 무인주차 브랜드 ‘나이스파크’다.현재 주차 플랫폼 시장은 수많은 경쟁자들이 난립하며 영토 침탈전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차량번호 인식이나 웹 할인, 모바일 정산 등 시스템 솔루션의 기술력 자체는 대동소이하다. 나이스파크는 ‘장애가 발생했을 때 얼마나 빠르게 현장에 대응해 고객의 불편을 해소하느냐’는 서비스 품질에 승부처를 걸었다. 나이스파크는 24시간 원격 관제와 전국에 포진한 네트워크 조직이 결합해 즉각적인 현장 조치에 나선다. 서울대, 성균관대, 인천공항철도, 울산병원 등 대형·고난도 사이트들이 잇따라 나이스파크를 선택한 비결도 여기 있다.실제 최근 발표된 ‘2026 브랜드 고객충성도 대상’ 주차플랫폼 부문에서 나이스파크가 1위를 거머쥔 핵심 요인도 타사 대비 압도적으로 낮았던 ‘고객 이탈 의향(유지율)’ 덕분이었다. 한번 나이스파크의 안정성을 경험한 건물주와 고객들은 다른 브랜드로 갈아타지 않는 강력한 록인 효과가 발생하고 있는 셈이다. 스타필드에서 모텔까지 돈 버는 지능형 ‘AI 관제’NICE인프라가 최근 추진 중인 신사업 ‘AI 영상 관제 서비스’ 역시 본업에서 파생된 기술력이 바탕이 됐다. 과거 ATM 도난 및 훼손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금융 부스 안팎에 CCTV를 설치하고 이를 24시간 감시·녹화하는 기술을 내재화한 것이 신사업의 시초다.이들의 무인화 DNA는 공간 전체를 지능적으로 제어하는 단계로 진화 중이다. 특히 전문 AI 업체와의 긴밀한 하드웨어·소프트웨어 내재화 협업을 통해 오탐률(엉뚱한 알람이 울리는 비율)을 2~5% 미만으로 낮춘 ‘AI BOX’ 기반 지능형 관제 시스템은 이미 일상 오프라인 공간을 빠르게 파고들고 있다.예컨대 복합쇼핑몰 스타필드 고양 등에 도입된 NICE인프라의 AI 카메라는 난간 주변을 배회하는 어린이나 성인을 감지하면 추락 위험을 스스로 인지해 자동으로 경고 마이크 방송을 송출한다. 반려동물 동반 고객이 많은 쇼핑몰 특성을 고려해 대형견과 소형견, 공격 성향이 강한 맹견을 AI가 실시간으로 구분해 안전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기도 한다.최근 중대재해처벌법 강화로 안전사고 예방이 기업의 생존과 직결된 최우선 과제로 떠오른 건설 현장에서도 이 솔루션이 쓰인다. 현장 근로자의 안전모 미착용 상태를 잡아내거나 안전고리 미체결처럼 인지하기 까다로운 미세한 선과 로프의 형태까지 정확하게 인식할 수 있도록 AI 모델 고도화 작업이 한창이다. 대형 제철소와 주요 건설 현장에서 개념증명(PoC) 및 검증 절차를 밟고 있는 이 시스템은 사후 확인이 아닌 사전 예방으로 패러다임을 바꾸는 데 일조하고 있다.구인난과 인건비 상승에 시달리는 소상공인 야간 매장이나 무인 숙박업소 시장에서도 AI 관제가 구원투수로 등판했다. 전국 60여 개 무인 모텔에 도입된 NICE인프라의 솔루션은 미성년자 출입 통제는 물론 복도에 주취자가 쓰러지거나 고객 간의 다툼이 발생하는 상황을 포착해 업주에게 실시간 알람을 보낸다.돈 버는 일에도 AI 관제가 쓰인다. 매장 내에 어떤 연령대의 고객이 몇 시에 어느 코너에 가장 오래 머무는지를 영상 데이터로 추출해내는 기술이다. 현재 대형 서점에서 유통 마케팅 데이터를 축적하는 개념증명(PoC) 절차를 밟고 있다.시장도 NICE인프라의 체질 개선을 눈여겨보기 시작했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NICE인프라의 올해 1분기 실적은 시장의 기존 추정치를 웃돌았다. 코리아세븐 ATM 자산 인수에 따른 금융 VAN 시장 장악 효과와 무인주차장 사이트 확대, 그리고 전기차 충전 부문의 연내 흑자전환 목표가 맞물린 결과다.증권가에선 NICE인프라가 이익 회수기에 진입했다는 점에 주목한다. 과거 무인주차장 부지 선점을 위해 단행했던 대규모 자본지출(Capex) 시기가 지나고 최근 2년간 기계장치 취득 금액이 350억원 수준으로 안정을 찾으면서 감가상각비 부담은 줄고 고정비 레버리지 효과가 본격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실제 현금 창출력을 나타내는 EBITDA는 2024년 897억원에서 올해 1260억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이현석 NICE인프라 대표는 “그동안 신사업의 수익성에 대한 의구심이 있었지만 올해는 기존 사업의 견고함 위에 새로운 성장성을 충분히 보여줄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다”며 “일관된 성과와 지속가능한 성장 두 가지를 충분히 보여주고 시장과 소통하겠다”고 말했다. 정채희 기자 poof34@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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