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BM 엔지니어 없으면 미래 없다”… 국경 사라진 반도체 인재 확보....

SK하이닉스, 설계 인재 확보 총력전엔비디아·TSMC까지 韓 엔지니어 쟁탈 인공지능(AI) 반도체 주도권 경쟁이 격화하면서 글로벌 반도체 업계가 한국 엔지니어 확보전에 사활을 걸고 있다. 고대역폭메모리(HBM) 공급 부족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양산과 수율 안정화 경험을 갖춘 한국 인재들의 몸값이 치솟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물론 엔비디아와 TSMC, 중국 창신메모리(CXMT) 등 해외 기업까지 인재 확보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SK하이닉스 부스에 전시된 'HBM4 48GB 16단' 제품./SK하이닉스 뉴스룸 한국 엔지니어들이 주목받는 이유는 단순한 설계 역량 때문만은 아니다. AI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로 HBM 수요가 폭증하는 상황에서 첨단 반도체를 실제 양산하고 수율을 안정화할 수 있는 현장 경험이 무엇보다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서 축적된 첨단 메모리 양산 경험이 글로벌 시장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고 보고 있다.이 같은 흐름 속에서 국내 기업들의 인재 확보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SK하이닉스는 24일 HBM 회로설계와 디지털 설계, SoC(시스템온칩) 설계·검증, 디지털·아날로그 IP 설계, 파운드리 PI 등 시스템반도체 핵심 직군을 대상으로 한 경력사원 채용을 시작했다. 앞서 진행한 신입 수시채용에서는 기존 학력 제한을 전면 폐지했다. 학위나 스펙보다 실제 직무 역량과 성장 가능성을 중심으로 인재를 선발하겠다는 취지다.업계에서는 SK하이닉스의 최근 채용 확대를 HBM4 시대를 대비한 설계 인재 확보 전략으로 해석하고 있다. HBM이 6세대 제품인 HBM4로 진화하면서 하단에서 칩을 제어하는 베이스다이(로직다이)의 중요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HBM4 이후 세대부터는 고객 맞춤형 기능과 로직 설계 난도가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기존 메모리 공정 경험을 넘어 시스템반도체 아키텍처와 로직 설계 역량을 갖춘 엔지니어 확보가 핵심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업계에서는 글로벌 기업들의 인재 확보 경쟁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간 인재 쟁탈전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글로벌 HBM 시장은 사실상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주도하고 있으며, 차세대 HBM 개발 경험과 양산 노하우를 갖춘 인력 역시 양사에 집중돼 있기 때문이다. 실제 이번에 공개된 신입·경력 채용 직무 상당수가 HBM 로직다이 개발에 필요한 SoC 설계와 IP 개발, 검증 등 시스템반도체 분야에 집중되면서 업계에서는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와 파운드리사업부를 중심으로 한 비메모리 설계 인력 확보전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최근 삼성전자 비메모리 사업은 상대적으로 실적 부진이 이어지면서 사업부 간 성과급 격차에 따른 내부 불만이 제기돼 왔다. 글로벌 기업들의 스카우트 공세와 국내 경쟁사의 채용 확대가 맞물리면서 핵심 인력 이동 가능성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해외 기업들이 한국 인재를 원한다고 해도 가장 먼저 확보하려는 대상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출신 엔지니어”라며 “HBM 경쟁력의 상당 부분이 사람에게 달린 만큼 양사 간 인재 확보 경쟁은 앞으로 더욱 격화될 것”이라고 말했다.해외 기업들의 인재 확보전도 가속화하고 있다. 엔비디아와 브로드컴, 마이크론 등은 수억원대 보상 패키지와 사외주식(RSU)을 제시하며 한국 인재 확보에 나서고 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도 직접 한국의 첨단 패키징 및 공정 엔지니어 채용을 독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TSMC와 일본 JASM 등은 한국 대학과 대학원을 중심으로 채용 활동을 강화하고 있으며, 중국 창신메모리(CXMT) 역시 한국 반도체 인력 확보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글로벌 기업들이 한국 엔지니어 확보에 공을 들이는 배경에는 세계 최고 수준의 양산 및 수율 안정화 경험이 있다. 설계 역량만으로는 첨단 반도체를 안정적으로 생산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서 D램과 낸드플래시는 물론 HBM 양산을 경험한 한국 엔지니어들은 글로벌 공급망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인재군으로 평가받고 있다.반도체 산업의 인력 부족 현상은 장기적으로 국가적 과제가 될 전망이다. 한국반도체산업협회는 2031년 국내 반도체 산업 인력 수요가 30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지만 신규 공급은 이에 크게 못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업계 관계자는 “단순한 보상 경쟁만으로는 우수 인재를 붙잡기 어려운 시대가 됐다”며 “우수 엔지니어들이 장기적으로 몰입할 수 있는 연구개발 환경과 성장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면 국가 전략 자산인 핵심 인재 유출이 가속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원문 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