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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학개미 잡으려다 변동성만 키웠다…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의 역습

신한지주시사저널2026.06.24 00:00
서학개미 잡으려다 변동성만 키웠다…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의 역습

[오유진 기자 ooh@sisajournal.com] 달러 유출 방지·환율 안정 노렸지만…금융당국 책임론 확산괴리율 경고 속출…"도입 막았어야" 자성론까지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의 변동성이 극심해지면서 상품 도입을 서두른 금융당국의 책임론이 확산하고 있다. ⓒ연합뉴스국내 증시가 지난 23일 '검은 화요일'을 맞은 가운데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가 25%가량 급락하면서 금융당국 책임론이 들끓고 있다. 금융당국이 서학개미(미국 주식에 투자하는 국내 개인투자자)의 해외 투자자금을 국내 증시로 끌어오겠다며 도입한 제도가 되레 시장 변동성을 키우는 기폭제가 됐다는 지적이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까지 공개적으로 우려를 표하면서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도입을 서둘렀던 정책 판단을 둘러싼 비판도 커지고 있다.2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코스피와 코스닥이 동반 급락한 가운데 가장 큰 충격을 받은 상품은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였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기초자산으로 삼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14종의 평균 하락률은 25.05%에 달했다. 삼성전자 단일종목 레버리지 7종은 전날 평균 24.6% 하락했으며, 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7종은 25.6% 내렸다.시장에서는 이날 증시 급락 과정에서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가 변동성을 증폭시켰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레버리지 ETF는 기초자산 가격이 하락하면 목표 배율을 유지하기 위해 실시간으로 보유 물량을 줄이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매도 물량이 쏟아지면서 주가 하락을 증폭시키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코스피 시가총액 상위 종목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레버리지 자금까지 집중되면서 낙폭이 시장 전반으로 확산됐다는 분석이다.노동길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날 기초자산이 12% 안팎 하락하면서 레버리지 상품 순자산가치(NAV)는 25% 내외 급락했고, 목표 레버리지 유지를 위한 익스포저 축소 압력이 낙폭을 더욱 키웠을 가능성이 높다"며 "거래대금 급증과 NAV 급락, 오후 낙폭 확대, 기관·투신 중심의 수급 악화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의 디레버리징 압력이 시장 변동성을 증폭했을 가능성을 뒷받침한다"고 분석했다.서학개미 잡겠다더니…환율 안정도 투자자 유입도 '글쎄'금융당국이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를 도입한 것은 지난달 27일이다. 서학개미들의 해외 주식투자 수요를 국내 증시로 유도해 달러 유출을 줄이고, 원-달러 환율을 안정시키겠다는 취지였다. 이미 홍콩 등 해외 시장에서 삼성전자·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이 활발히 거래되고 있는 만큼 규제 수준을 글로벌 시장과 맞춰야 한다는 명분도 내세웠다.그러나 결과적으로 금융당국의 기대와 달리 서학개미 유입 효과도, 환율 안정 효과도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 4~5월 미국 주식을 순매도했던 개인투자자들은 이달 들어 다시 순매수를 확대하면서 3개월 만에 매수 우위를 나타내고 있다. 원-달러 환율 역시 1540원대를 넘나들며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출시 이후 오히려 상승 압력을 받고 있다.반면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의 시장 영향력은 빠르게 확대됐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27일부터 이달 23일까지 거래된 삼성전자·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인버스 제외) 14종의 누적 거래대금은 약 172조6900원에 달했다. 같은 기간 전체 ETF 거래대금의 약 24% 수준으로, 시장 수급에 영향을 미칠 수준까지 몸집을 키웠다.레버리지 상품 특성상 높은 변동성을 노린 단기 매매가 몰리면서 시장 내 투기성 거래를 부추겼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22일 기준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의 일평균 매매 회전율은 122.5%에 달한다. 기존 국내 주식형 레버리지·인버스 ETF 평균 회전율(30.2%)의 4배 수준이다.찰리 맥엘리곳 노무라증권 애널리스트는 23일(현지시간) "한국은 인공지능(AI) 병목 거래의 진앙 중 하나로, 레버리지 ETF를 둘러싼 시장 구조적 요인들이 변동성을 더욱 키우고 있다"며 "이 같은 구조는 지구 반대편에서 허리케인을 일으키는 나비효과를 만들 수 있다"고 경고했다.문제는 금융당국도 이 같은 위험성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22일 기자간담회에서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에 대해 "어떻게든 드러누워서 도입을 막았어야 했는지 개인적으로 반성하고 후회한다"며 "투자자 중에는 중산층과 서민도 많은데 증시 변동성이 커지면 가계에 큰 충격이 될 수 있어 별도 안전장치를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제도 도입을 둘러싼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음을 금융당국 수장 스스로 인정한 셈이다.당국은 이날 뒤늦게 증권사 최고리스크관리책임자(CRO)를 소집하는 등 투자자 보호 장치 마련에 착수했다. 업계에서는 레버리지 투자에 필요한 기본예탁금을 상향하거나 투자자의 위험 인지 절차와 교육을 강화하는 방안 등이 검토되는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상품 출시 전부터 제기됐던 위험성 경고를 외면한 채 제도를 밀어붙인 뒤 사후 대책 마련에 나선 것 아니냐는 비판도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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