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851…뒤로 간 코스닥 30년

‘한국판 나스닥’을 표방하며 출범한 코스닥 시장이 다음 달 1일 개장 30주년을 맞는다. 그러나 시장 분위기는 무겁다. 1996년 7월 1일 1000(2004년 지수 개편 기준)에서 출발한 지수는 지난 26일 851.37로 마감했다. 문을 연 지 30년이 흘렀지만 오히려 출발선보다 후퇴했다. 시가총액도 약 478조7742억원으로 출범 초기(7조3000억원)에 비해 66배 덩치가 커지고, 상장 종목도 1822개로 5배 가까이 증가했다. 하지만 국내 증시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시총 기준 6%대에 불과하다. 코스닥 시장은 최근 상장지수펀드(ETF)에도 밀리는 처지다. 2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 ETF 시가총액은 지난 25일 기준 519조6781억원으로, 같은 날 코스닥 규모(499조3039억원)를 넘어섰다. 2002년 ETF 출시 이후 24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코스닥 시총은 하루 뒤인 26일 478조7742억원으로 더 쪼그라들었다. 코스닥 부진의 배경은 복합적이다. 우량 기업의 코스피 이전 상장, 누적된 부실 기업 문제 등이 일단 고질적인 한계로 꼽힌다. 단적인 예가 코스닥이 벤치마킹한 미국의 나스닥은 지금도 애플·마이크로소프트·엔비디아 같은 초우량 기업이 지수를 견인한다. 반면 코스닥은 시총 상위권에 있던 우량주들이 자금 조달 안정성과 기업 이미지 등을 이유로 코스피로 옮겨가는 ‘엑소더스’가 반복되고 있다. 특히 ‘좀비기업’으로 불리는 부실기업 퇴출이 늦어지고, 불투명한 지배구조가 또 다시 시장의 신뢰를 낮추는 악순환을 낳고 있다. 여기에 올해 역대급 코스피 랠리가 기름을 부었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중심의 인공지능(AI) 반도체 랠리가 코스닥 자금까지 빨아들이며 시장 양극화가 가속화하고 있다. 유안타증권에 따르면 올해 코스피 상장사의 당기순이익 컨센서스는 약 727조원, 이에 비해 코스닥은 10조원 수준에 그친다. 두 시장의 이익 체력이 70배 이상 벌어졌다. 개인투자자 이탈도 직격타가 됐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 26일까지 개인은 코스닥에서 9조8670억원을 순매도했다. 반면 코스피 개별주식은 93조7360억원을 순매수했다. ETF 시장은 500조원 규모로 성장하며 개인 자금의 대체 투자처로 자리 잡았다. 최근 삼성전자·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가 출시되고, 퇴직연금 자금의 ETF 유입도 맞물리며 코스닥의 자금 기반이 더욱 취약해졌다는 분석이다. 거시경제 환경도 코스닥에 불리하게 흘러가고 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와 한국은행의 금리 인상 가능성이 커지면서 바이오·소프트웨어 등 성장주가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재원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금리가 오르면 미래 이익의 현재 가치가 낮아지기 때문에 성장주 비중이 높은 코스닥 시장 동력이 약화된다”며 “수급·이익·금리 모두 코스피 우위 환경이 지속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김준영 iM증권 연구원도 “데이터센터 등 AI 설비 투자에 막대한 자금이 몰리면서 실질금리를 끌어올리고, 이는 다시 성장주에 부담으로 돌아오고 있다”고 말했다. 하반기 코스닥 반등 카드로는 정부의 정책 개선에 이목이 쏠린다. 금융위원회와 한국거래소는 다음 달부터 ▶상장폐지 시가총액 기준 강화 ▶주가 1000원 미만 ‘동전주’ 퇴출 ▶저PBR(주가순자산비율) 상장사 공개를 시행하고 ▶코스닥 승강제 등을 추진한다. 부실기업을 걸러내고 우량 성장기업을 분리해 시장의 신뢰를 높이려는 취지다. 국민성장펀드를 통한 투자도 하반기부터 본격 집행될 예정이다. 다만 송병준 벤처기업협회장은 승강제 등과 관련해 “벤처기업의 특성을 고려해 좀 더 유연하고 정교하게 설계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상연 신영증권 연구원은 “하반기 코스닥은 실적과 정책이 동시에 작용하는 국면이 될 것”이라며 “반도체 소부장(소재·부품·장비)의 이익 개선이 기대되는 가운데, 7월 이후 승강제 정책 구체화가 코스닥에 대한 관심을 키우는 촉매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삼전닉스’ 쏠림이 이어지는 한 정책만으로 추세적 반전을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김준영 연구원은 “코스닥의 봄은 주도주인 반도체의 피크아웃(정점 통과) 시점에 찾아올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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