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펜 만드는 모나미가 화장품을... 상폐 위기 이겨낼 수 있을까

실적 부진으로 위기를 겪고 있는 국내 대표 문구 기업 모나미가 화장품 공장을 24일 처음 공개했다. 학령 인구 감소와 이커머스의 성장으로 문구 사업 침체가 계속되는 가운데, 화장품 사업을 통해 돌파구를 마련하려는 것이다.화장품 ODM(제조자 개발 생산) 업체 모나미 코스메틱은 24일 오전 경기도 용인시 테크노밸리에 있는 화장품 생산 공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생산 라인을 공개했다. 이 회사는 2023년 모나미 화장품 사업부에서 물적 분할해 설립된, 모나미의 100% 자회사다. 당시 222억원을 들여 3100평 부지 위에 공장을 지었지만, 회사는 설립 이후 3년 연속 적자 상태다. 2023년 매출 3억원에 당기순손실 32억원, 작년엔 매출 39억원에 당기순손실 48억원을 기록했다. 올 1분기엔 매출이 작년 동기 대비 두 배 이상 늘어난 19억원을 기록했지만, 투자 규모에 비해 매출이 여전히 미미한 수준이다.모나미 코스메틱 박경현 대표 / 모나미 코스메틱 ◇위기의 모나미... 화장품이 돌파구 될까이날 모나미코스메틱 박경현 대표는 “모나미코스메틱은 모나미가 오랫동안 사업을 해 온 컬러, 그리고 화장품 용기 사출 분야에 장점을 갖고 있다”며 “대다수 ODM사와 달리 자체적으로 용기를 개발해 고객사에 제공하고 있다. 에뛰드 아이 브로우 제품 디자인에 모나미의 용기 기술을 적용한 것이 대표적”이라고 했다. 아이(눈), 립(입술), 베이스 메이크업, 선케어 등 화장품 제품의 연간 최대 생산량이 4500만개라고도 했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의 계열사 에뛰드, 미국 화장품 브랜드 ‘키스 뉴욕(Kiss New York)’ 등의 제품을 생산한다.또, 박 대표는 “현재 공장 가동률이 20% 수준인데, 국내외 기업들의 제품을 추가 생산하면서 올해 말까지 가동률을 50%까지 올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매출이 180억원 정도 나와야 손익분기점을 넘길 수 있을 것으로 본다. 흑자 전환 시기를 2028년 상반기 정도로 예상하고 있다”고 했다.모나미 코스메틱 용인 공장. 화장품 용기에 내용물을 채우는 '충진실'에서 직원이 작업하고 있다. / 모나미 코스메틱 모기업인 모나미가 처한 상황을 보면, 회사가 화장품 사업에 힘을 주는 이유가 명확해진다. 모나미는 고(故) 송삼석 명예회장이 1967년 설립한 국내 1위 문구 기업이다. 국내 최초 볼펜 ‘모나미 153’을 비롯해, 가성비 높은 볼펜 제품을 앞세워 ‘국민 볼펜 기업’으로 성장해 왔다. 그러나 최근 실적이 내리막이다. 모나미는 2023년(23억원) 영업이익이 적자 전환한 데 이어, 2024년 38억원, 지난해 59억원의 영업 손실을 기록하며 적자 폭이 3년 연속 확대됐다. 올해는 1분기(1~3월)에만 27억원의 영업 손실을 냈다.시가총액 규모가 줄면서 상장폐지 가능성도 거론된다. 코스피의 상장폐지 요건이 올 하반기부터 300억원, 2027년에는 500억원으로 강화되기 때문이다. 지난 23일 종가 기준 모나미의 시총은 약 221억원이다. 주가가 올 들어서만 39% 안팎 하락했다.새 먹거리로 주력하는 화장품 역시 시장 전망이 밝지는 않다. 국내 화장품 시장의 성장과 함께 이들의 제품을 대신 만드는 ODM 시장도 커지고 있지만, 최근 ODM 기업이 우후죽순 생기며 ‘옥석 가리기’가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작년 국내 화장품 제조 업체 숫자는 4158개로, 2024년 대비 6% 줄었다. 국내 생산량은 늘고 있는데 업체 숫자는 2023년(4567개) 정점을 찍고 2년 연속 줄어든 것이다. 한 화장품 업계 관계자는 “K뷰티의 인기에 따라 대형 화장품 ODM의 주문 물량이 포화 상태에 가까워지면서, 중소 ODM으로도 물량이 늘어나는 추세”라며 “다만 단가 인하 등 경쟁으로 수익성 확보가 관건이 되고 있다”고 했다.◇본업 경쟁력 강화도 병행돼야문구 기업의 위기는 필연적인 걸까. 국내 대표 문구 주자인 모나미가 위기를 겪는 동안, 제트스트림 볼펜 등을 생산하는 일본의 대표 문구 기업 미쓰비시연필(三菱鉛筆)의 상황은 달랐다. 미쓰비시연필은 글로벌 시장 공략과 프리미엄 라인업을 앞세워 최근에도 성장을 지속하고 있다. 코로나 사태가 터진 직후인 2021년 매출 619억엔, 영업이익 75억엔에서 작년 매출 898억엔, 영업이익 97억엔으로 성장했다. 4년 새 매출은 45%, 영업이익은 29% 늘어난 것이다. 다만 작년 영업이익은 기업 인수 비용 등 판관비가 늘면서 재작년 대비 20% 감소했다.미쓰비시연필의 성장 배경으로는 2024년 독일의 명품 필기구 브랜드 ‘라미(LAMY)’를 인수하는 등 프리미엄 필기구 라인을 강화하고, ‘포스카(POSCA)’ 마커 등을 앞세운 해외 사업 진출이 꼽힌다. 라미 만년필 제품을 포함한 사업 부문(기타 부문)의 작년 매출(135억엔)은 재작년 대비 28% 성장했다. 미쓰비시연필은 미국·아시아·유럽 등을 포함한 해외 매출이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작년 기준 57%에 달한다. 한 유통 업계 관계자는 “화장품 ODM 시장이 레드오션이 된 상황에서, 본업인 문구 사업에서 경쟁력 강화가 병행돼야 모나미의 체질 개선도 가능해질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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