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펜' 만들던 모나미, '색조 화장품'으로 뷰티 시장 승부수

60년 문구 노하우 접목…용기도 직접 제작2028년 흑자 목표…미국·태국·유럽 동시 공략그래픽=비즈워치'153 볼펜'으로 유명한 국내 대표 문구 기업 모나미가 색조 화장품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ODM(주문자설계생산) 시장에 승부수를 던졌다. 볼펜으로 다진 색조 기술과 용기 제조 노하우를 무기로 제형부터 용기까지 직접 개발하는 방식으로 시장을 파고든다는 전략이다. 아직 적자 상태지만 대규모 투자를 이어가며 2년 내에 흑자로 전환한다는 목표다.60년 컬러 자신감모나미코스메틱은 24일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테크노밸리에 위치한 용인공장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사업 현황과 향후 계획을 공개했다. 모나미코스메틱은 모나미가 2023년 화장품 시장 진출을 위해 설립한 색조 화장품 전문 OEM·ODM 제조사다. 모나미는 설립 이후 현재까지 150억원을 투입하며 이 사업에 공을 들이고 있다. 현재 립, 아이, 베이스, 선케어를 포함한 대부분의 색조 카테고리를 생산할 수 있는 체계를 갖췄다.문구 회사가 화장품을 만든다는 게 언뜻 생뚱맞아 보이지만 모나미 입장에서는 나름의 근거가 있다. 모나미는 60년 넘게 필기구를 만들며 색조 배합 노하우와 금형·사출 기술을 쌓아왔다. 이 색조 배합 노하우는 모나미가 기초 화장품 대신 '색조 화장품'에 집중하게 된 토대가 됐다. 여기에 정밀 금형·사출 기술을 활용해 용기까지 직접 개발한다는 점이 외부 용기업체에 의존하는 다른 OEM·ODM 사들과의 차별점이다.박경현 모나미코스메틱 대표는 "모나미가 오랫동안 걸어온 컬러와 사출에 대한 자신감을 화장품에 적용했을 때 가장 큰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판단했다"며 "지난해 2월 취임 후 시장 반응을 보면서 충분히 화장품 사업을 확장할 수 있겠다는 확신이 생겼다"고 말했다.박경현 모나미코스메틱 대표가 24일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테크노밸리에 위치한 용인공장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사업 현황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사진=정혜인 기자 hij@모나미코스메틱은 본격적으로 색조 화장품 OEM·ODM 사업을 확대하기 위해 지난 3년 여간 사업 기반을 구축해왔다. 지난해 2월 취임한 박 대표가 특히 집중한 것은 연구 조직 정비였다. 모나미코스메틱은 제형 트렌드 분석부터 신제품 기획, 마케팅 포인트 개발까지 전 과정을 담당하는 R&D센터를 꾸렸다. 성분 규제 검토와 원료 정보 관리를 전담하는 RA팀도 별도로 신설했다.박 대표는 "현재 매출 규모와 비교해 과하다 싶을 정도로 R&D에 투자해왔다"며 "모나미코스메틱의 진정한 경쟁력은 숫자가 아니라 우리가 어떻게 준비해 왔고 앞으로 어떤 시너지를 보여드릴 것인가에 중점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모나미코스메틱은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 시장 공략을 위한 인증 체계도 갖춰 나가고 있다. 현재 우수화장품 제조관리 기준인 CGMP를 비롯해 품질경영시스템(ISO 9001), 환경경영시스템(ISO 14001), 화장품 제조품질 국제표준(ISO 22716), 비건 인증(eve VEGAN)까지 5종을 확보했다. 오는 7월에는 이슬람권 시장 공략을 위한 인도네시아 할랄 인증 취득도 앞두고 있다.틈새를 파고들다모나미코스메틱은 후발주자지만 기존 OEM·ODM사들이 채우지 못한 '틈새'를 파고드는 방식으로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현재 K뷰티를 대표하는 대형 ODM사들은 대량 생산 위주로 운영되다 보니 소량 주문 대응이 쉽지 않다.반면, 모나미코스메틱은 용인공장 내에 소형 가마를 다양하게 배치하는 등 다품종 소량 생산에 최적화된 설비를 갖췄다. 최소 발주 수량은 5000개 수준이며 이미 개발해 둔 제형과 처방을 활용할 경우 15일 내 납품까지 가능하다.박 대표는 "메이저 ODM사 대비 가장 큰 경쟁력은 빠른 대응과 소량 다품종 생산"이라면서 "소비자가 원하는 제형을 누구보다 빠르게 출시하는 것이 모나미코스메틱의 강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모나미코스메틱 용인공장에서 삼각 아이브로우 제품이 자동화 설비를 통해 생산되고 있다. / 사진=정혜인 기자 hij@모나미를 통해 용기까지 직접 개발할 수 있다는 점도 모나미코스메틱만의 강점이다. 모나미코스메틱은 제형부터 용기까지 직접 개발해 제안하는 방식으로 고객사를 공략하고 있다. 이를 통해 고객사의 개발 단가를 낮추고 해외 용기 수급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일정 지연이나 품질 관리 리스크도 줄일 수 있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박 대표는 "다른 ODM사들은 한국이나 중국에서 용기를 소싱해 내용물과 합쳐 생산하는 구조지만 모나미코스메틱은 제형부터 용기까지 직접 설계해 납품하는 이른바 '턴키 비즈니스' 역량을 갖췄다"고 말했다. 현재 자체 개발한 용기를 적용한 품목은 약 10종 수준이지만 모나미코스메틱은 신규 개발 제품을 중심으로 이를 점차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모나미코스메틱이 용기 자체 개발 능력을 실제 수주로 연결한 대표 사례는 에뛰드의 '삼각 아이브로우'다. 원형 아이브로우 제품은 방향에 상관없이 조립이 가능하지만 삼각 형태의 아이브로우는 용기를 각도에 맞춰 정확히 끼워야 하는 특성상 자동화가 까다롭다. 모나미코스메틱은 약 6개월에 걸쳐 전용 자동 조립 설비를 자체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이와 함께 모나미코스메틱은 신생 제조사라는 핸디캡을 넘기 위해 품질관리 체계도 촘촘하게 갖췄다. 용인공장 내 분석실에는 유해물질 검출, 중금속 측정, 기능성 성분 분석이 가능한 분석 장비 5종을 보유하고 있다.김상범 모나미코스메틱 품질경영팀장은 "타사보다 업그레이드된 최상위 버전의 장비를 보유하고 있다"며 "품질과 안전성 검증을 외부 기관에 의뢰하지 않고 자체적으로 처리할 수 있어 빠른 대응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국내 넘어 해외로모나미코스메틱의 실적은 아직 미미한 수준이다. 매출은 2023년 약 3억원에서 2024년 약 20억원, 2025년 약 39억원으로 늘고 있지만 3년간 누적된 순손실만 약 124억원에 달한다. 그럼에도 모회사 모나미는 투자를 멈추지 않고 있다.모나미코스메틱 설립 이후 현재까지 유상증자로 투입한 투자금만 약 150억원에 달한다. 여기에 30억원의 직접 대여, 은행 차입에 대한 약 16억원 규모의 연대보증까지 더하면 모나미가 모나미코스메틱에 쏟아부은 자금은 200억원에 육박한다. 화장품 사업을 신성장동력으로 육성하겠다는 의지가 드러나는 대목이다.모회사의 투자에 힘입어 모나미코스메틱의 수주도 늘어나는 추세다. 모나미코스메틱은 현재 에뛰드, 듀이트리, 타이니탄, 스킨푸드, 힌스 등 국내 주요 화장품 브랜드에 제품을 납품하고 있다. 박 대표는 "현재 국내 주요 화장품 브랜드사들과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며 매월 신제품 출시를 준비해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24일 모나미코스메틱 용인공장에서 선스틱 제품이 생산되고 있다. / 사진=정혜인 기자 hij@모나미코스메틱은 해외에서도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 시작했다. 미국 시장에서는 '키스 뉴욕'과의 계약에 성공해 립 제품 12종과 리퀴드 아이라이너 2종을 이달 말 출시할 예정이다. 태국에서도 현지 대표 뷰티 브랜드 '메르츠카'에 베이스 쿠션 4종을 납품했고 '밀레'에는 마스카라를 공급했다. 또 지난달 유럽 최대 뷰티 전시회 '메이크업 파리'에 참가하면서 새로운 글로벌 브랜드와의 신규 프로젝트도 논의 중이다.국내외 수주가 늘면서 모나미코스메틱의 실적도 개선되고 있다. 모나미코스메틱의 올해 1분기 매출은 약 19억원을 기록했다. 올해 연매출은 지난해보다 2배 이상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모나미코스메틱은 현재 20% 수준인 공장 가동률도 연말까지 50%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모나미코스메틱은 매출 180억원을 기록할 경우 손익분기점(BEP)을 달성할 것으로 보고 있다. 흑자 전환 목표 시점은 2028년 상반기다. 박 대표는 "모나미코스메틱은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는 제조 경쟁력과 연구 개발 역량을 차근차근 준비해 온 화장품 전문 기업"이라며 "고객사와 함께 성장하며 글로벌 뷰티 제조사로 자리매김하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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