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전·닉스만 허용한 게 패착?... 미국과 다른 단일종목 레버리지 ET...

서학개미 유턴·환율 안정 효과 ‘기대 이하’같은 단일종목 ETF인데 미국과 다른 결과“두 종목 집중 구조가 변동성 키워” 금융당국이 해외로 빠져나간 투자 자금을 국내로 돌리기 위해 도입한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가 우리 증시뿐 아니라 미국 증시까지 흔드는 ‘변동성 기폭제’가 되고 있다.일각에선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를 도입한 결정 자체보다, 출시 가능한 기초자산을 지나치게 엄격하게 제한한 제도 설계에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에선 다양한 종목을 기초자산으로 한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가 상장돼 있지만, 국내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관련 상품만 출시할 수 있게 문턱을 높여 투자 수요가 두 종목에 쏠리는 부작용을 낳았다는 것이다.가뜩이나 두 종목이 반도체 슈퍼 사이클 영향으로 급등락하는 가운데 레버리지 ETF의 등장은 주가 급등락에 기름을 부었다. 당국이 마련한 안전장치가 결과적으로는 투자 수요를 두 종목에 집중시켜 시장 쏠림을 키우는 단초가 된 셈이다.29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국내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상장 이후 22거래일(5월 27일~6월 26일) 동안 국내 투자자의 홍콩 상장 SK하이닉스 2배 레버리지 ETF 매수결제액은 1억3561만달러로 올해 초 같은 기간(1월 2일~2월 2일)보다 422% 증가했다. 이 기간 삼성전자 2배 레버리지 ETF 매수결제액도 7307만달러로 194% 늘었다.최근 이들 주가가 급등락하면서 투자 자금이 모였다고 하지만, 해외 투자 수요를 국내 증시로 되돌리겠다는 정책 효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환율 안정 효과도 크지 않았다. 최근 원·달러 환율은 여전히 세계 금융위기 이후 최고인 1540원 수준에서 움직이고 있다.국내에선 삼성전자·SK하이닉스를 각각 추종하는 레버리지 ETF 거래는 급증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4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인버스 ETF 거래대금은 19조4000억원으로 상장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기대했던 효과는 나타나지 않고 되레 증시의 변동성을 키우는 원흉으로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가 지목되자 당국은 개인들의 투기적인 투자 행태를 문제 삼고 나섰다. 하지만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를 먼저 도입한 미국의 경우도 해당 상품은 개인의 투자 비중이 매우 높다.미국 자산운용사 디렉시온에 따르면 미국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거래량의 약 90%는 개인 투자자가 차지한다. 또 지난해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거래 규모는 미국 전체 증시 거래량의 약 8%에 달했다. 그럼에도 미국에선 해당 ETF가 시장 전체의 변동성을 키우는 현상은 나타나지 않았다.오히려 미국과 한국에서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가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달랐던 이유는 종목 수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박우열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에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는 수백 개가 상장돼 있다”며 “국내처럼 지수 영향력이 절대적인 종목 일부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경우는 드물다”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 대표 종목인 엔비디아도 S&P500 비중은 약 8% 수준인 반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코스피에서 차지하는 영향력이 훨씬 크다”고 말했다.조승빈 대신증권 연구원도 “미국은 시장 규모 자체가 커 개별 상품이 시장 전체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라며 “국내는 특정 종목 비중이 워낙 높아 같은 상품이라도 시장에 미치는 충격이 더 크게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당국은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도입 당시 시장 변동성과 투자자 보호를 이유로 기초자산을 엄격히 제한했다. 시가총액 10% 이상, 거래량 5% 이상, 적격투자등급, 파생상품 거래량 등 여러 요건을 모두 충족해야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가 출시될 수 있었다. 이 조건을 모두 충족하는 상장사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두 곳뿐이다.결국 문제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그 자체보다 일부 종목만으로 시장을 조성한 결정이 문제를 키웠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은 ‘레버리지 투자’ 수요가 다양한 종목으로 분산되는 반면 국내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두 종목에 자금이 집중되면서 ETF 리밸런싱이 지수 변동성으로 직결됐다는 설명이다. 일각에서는 우량주 중심으로 단일종목 ETF 대상을 점진적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특정 종목으로 집중되는 자금을 분산시키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박 연구원은 “미국도 우량주부터 시작해 점차 대상 종목을 확대했다”며 “최근 미국에서 현대차와 삼성전기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상품 출시 움직임이 나타나는 것처럼, 현대차나 삼성전기 등 거래량이 충분한 우량주 중심으로 점진적으로 넓혀가는 것은 자금 분산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다만 상품 확대만으로 현재의 변동성을 해소하기는 어렵다는 의견도 나온다.한 자산운용사 ETF 본부장은 “상품 수를 늘리면 일부 분산 효과는 있을 수 있지만 결국 투자자들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계속 선호한다면 쏠림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며 “근본적으로는 반도체에 집중된 국내 증시 구조와 투자 수요가 완화돼야 변동성도 줄어들 수 있다”고 말했다.NH투자증권은 최근 보고서에서 미국 ‘매그니피센트7(M7)’ 사례를 들어 특정 종목 쏠림은 밸류에이션보다 실적 모멘텀(상승 동력)이 유지되는 동안 지속되는 경향이 있다고 분석했다.하재석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에서도 매그니피센트7(M7) 쏠림 현상이 있었지만 실적 모멘텀이 이어지는 동안에는 자금 집중이 상당 기간 지속됐다”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실적 개선 기대가 큰 만큼 반도체와 관련 ETF로의 자금 쏠림도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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