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잘 나갔었는데…' 부동산 조각투자사 잇따른 사업 정리

국내 최초 부동산 조각투자 플랫폼카사코리아 마지막 자산 매각"부동산보다 IP 등 무형자산 주목해야"부동산 조각투자사들의 사업정리가 잇따르고 있다. 토큰증권(STO) 제도화가 늦어지고 있는 점이 가장 큰 이유지만, 부동산 등 단일한 자산을 활용한 조각투자 사업이 한계에 부딪혔다는 평가가 나온다. 제도와 시장 모두 비정형 자산의 토큰화로 무게 추가 옮겨가는 모습이다.부동산 조각투자 플랫폼 카사코리아는 상암235빌딩 매각절차가 개시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지난 18일부터 22일까지 해당 빌딩을 매수인에게 9억8000만원 이상의 금액으로 매각하는 것에 대한 투표가 진행된 결과 해당 안건은 가결됐다. 카사코리아는 최근 신규 공모를 중단하고 기존 투자자산을 순차적으로 매각 중이다. 올해 3월부터 4월 북촌 월하재와 그레이인바운더리빌딩을 이미 처분했다. 상암235 빌딩은 카사코리아가 소유한 마지막 잔여 자산이다. 카사코리아는 국내 최초 부동산 조각투자 플랫폼이다. 2023년 대신증권이 인수했지만, 손실을 감당하지 못했다. 대신증권은 지난해 계열사 대신프라퍼티를 통해 70억원의 카사코리아 유상증자에 참여했으며 올해 초에는 운영자금 명목 단기차입금 55억원도 만기가 다가오자 1년 연장했다. 그런데도 카사코리아는 올해 1분기 14억원의 적자(영업손실)를 기록했다. 2024년(58억원)과 지난해(61억원)에도 이어진 적자 행진이 지속된 것이다.같은 사업을 영위하는 펀블도 지난 5월 영업을 종료했다. 서비스 종료 후 기존 투자 자산에 정리 절차가 진행된다. 펀블의 지난해 기준 자산은 14억원, 당기순손실은 19억원이다. 말하자면 회사 전체를 팔아도 작년에 발생한 적자를 메우지 못하는 상태다. 루센트블록의 경우 시리즈B까지 누적 약 340억원의 투자를 받아 버티고 있지만, 재무적으로 어려움이 많다. 루센트블록의 지난해 자산 규모는 143억원이며 당기순손실은 61억원이다.부동산 조각투자사들이 어려움을 겪는 이유로 제도화가 늦어지고 있다는 점이 꼽힌다. 이들 회사 모두 혁신금융 서비스 지정을 받아 비금전신탁(부동산관리처분신탁) 수익증권을 활용해 영업했다. 이 수익증권을 전자등록 방식으로 발행하고 블록체인을 활용해 거래하는 구조다. 혁신금융 지정 기간이 끝난 후 이를 제도화한 수익증권 투자중개업이 신설됐지만, 인가가 늦어지고 있어 영업에 어려움이 있다. 인가받기 위해서는 펀드 투자중개업과 동일한 자기자본 10억원 요건을 갖춰야 하는 등 인가 절차 자체도 넘어야 할 '산'이 많다.부동산 조각투자 지분을 블록체인을 활용해 디지털 토큰 형태로 발행한 부동산 토큰증권만으로는 수익성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평가도 나온다. 부동산 토큰증권은 부동산 수익을 유동화한 점에서 리츠(REITs)와 비슷하지만, 경쟁에서 밀리고 있다. 상장 리츠에는 분리과세 특례(9.9%)가 적용되지만 토큰증권에는 배당소득세(15.4%)가 부과돼 같은 자산에서 같은 수익이 나도 세후 수익에서 리츠가 앞선다. 시장 크기도 밀린다. 국내 상장 리츠 시가총액은 8조원에 이르지만, 부동산 조각투자 주요 3개 사 누적 공모액은 1000억원에도 미치지 못한다. 또 개별 건물이나 특정 프로젝트, 단일 수익권을 구조화하기 때문에 공실이나 임대료, 자산가치가 하락할 경우 투자자에게 리스크가 전가될 수 있다.토큰증권 흐름 자체도 바뀌는 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단순히 부동산 하나의 자산을 활용하기보다 비정형 자산을 토큰증권화하는 시도가 늘고 있다. 특히 지식재산권(IP)은 특허 로열티가 계약에 근거해 수익이 발생하는 만큼 현금흐름 예측 가능성이 높다. 또 안정적인 특허 로열티 수익 구조를 갖춘 특허를 묶어서 증권화하면 수익 흐름이 안정화된 상품을 만들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실제로 금융위원회도 지난달 동일 종류의 기초자산을 일정 범위 내에서 묶어 조각투자 증권을 발행하는 방식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했다. 이에 발맞춰 토큰증권 플랫폼 '피스'를 운영하는 바이셀스탠다드는 인텔렉추얼디스커버리와 특허권 토큰증권 공동 상품화에 나섰다. 업계 관계자는 "단순 자산 쪼개기보다 투자자가 이해할 수 있는 현금흐름과 권리 구조를 누가 먼저 잘 설계하느냐가 중요하다"며 "기존 금융이 다루지 못한 자산에서 역량을 갖춘 사업자가 시장 주도권을 쥘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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