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료 명가서 제조 강자로…1년 새 주가 3배 어디? [K뷰티 숨은 거인...

엔에프씨최근 국내 주식 시장에서 매서운 상승세를 타며 투자자 눈길을 사로잡은 화장품 기업이 있다. 엔에프씨다. 1년 전 2000원대 초반에 머물던 주가는 최근 8500원 선을 훌쩍 넘기며 3배 이상 뛰었다.가파른 주가 상승 배경은 실적 반등이다. 엔에프씨는 2024년 71억원 영업손실을 냈지만 지난해 매출액 716억원, 영업이익 125억원을 달성하며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원료 위주 소재 전문기업에서 고부가가치 제조업자 개발생산(ODM) 기업으로 체질을 탈바꿈하며 성장을 이뤄낸 결과다. 최근 ODM 공장을 확충하면서 제조 비중을 급격히 늘렸다. (엔에프씨 제공)엔에프씨 어떤 회사원료 개발 회사서 K뷰티 파트너로엔에프씨는 2007년 아주대 화학과 선후배 사이인 유우영 엔에프씨 회장과 김학철 대표가 뜻을 모아 세운 회사다. 한국콜마와 코스맥스 제형 연구원 출신인 두 사람은 화장품 바탕 원료 국산화를 목표로 창업에 나섰다. 사명인 엔에프씨(NFC·Nature’s Friends Cosmetics)에는 피부에 순한 천연 유래 화장품 원료를 개발하자는 목표를 담았다. 해외 화학기업이 독차지하던 수입 원료 시장에서 피부에 좋은 성분을 직접 개발해 수출하겠다는 포부였다.2012년 법인 전환 이후 LG생활건강, 에스티로더 등 국내외 대형 브랜드에 소재를 공급하며 탄탄한 입지를 굳혔다. 2020년 상장 자금으로 인천 송도에 ODM 전용 제2공장을 지으며 완제품 시장에 본격 뛰어들었다. 2024년까지 소재와 완제품 매출 비중이 7 대 3 수준이었으나 지난해 완제품 부문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며 매출 비중을 70%로 뒤집었다. 세라마이드 소재로 차별화한 엔에프씨. (엔에프씨 제공)급성장 비결 무엇셀리맥스·닥터엘시아가 고객사엔에프씨가 단기간에 실적을 끌어올린 비결은 세 가지다.우선 원료 소재부터 제형 개발, 완제품 양산까지 이어지는 원스톱 수직 계열화 체계를 구축했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화장품 외주 생산 산업에서 고효능 원료를 자체 조달할 수 있는 능력은 대체 불가능한 무기로 작용한다. 엔에프씨는 다중층상지질(피부 지질과 유사하게 여러 겹의 층을 이뤄 유효 성분을 피부 깊숙이 전달하고 장벽을 보호하는 구조) 안정화 기술을 활용해 수용성 세라마이드(피부 장벽을 구성하는 핵심 지질 성분인 세라마이드를 물에 잘 녹도록 가공해 화장품 적용과 흡수율을 대폭 높인 원료) 같은 독자적인 효능 원료를 스킨케어 제품에 담아내는 역량이 남다르다.유럽, 북미, 중국, 일본 등 거점별 현지 유통망을 거쳐 세계 화장품 시장 최신 흐름을 파악하고 새로운 원료를 발 빠르게 확보하는 체계도 갖췄다. 여기에 소재 기업 특유의 구매력을 바탕으로 다양한 효능 원료를 고객사에 합리적인 단가로 제시하는 점도 장점 중 하나로 꼽힌다. 즉 ‘효능, 단가, 속도’ 측면에서 다른 경쟁사가 쉽게 모방하기 힘든 선순환 구조를 완성했다는 평가다.둘째, 제조 난도가 높은 특수 제형을 앞세워 틈새시장을 공략했다.완제품 시장 후발 주자인 엔에프씨는 경쟁사가 다루기 꺼리는 고체 형태 셔벗 타입 ‘밤(Balm)’ 제형에서 승부수를 띄웠다. 기존 밤 제형은 세정력이 우수하지만 오일 함량이 많아 안정도를 유지하기 까다롭다는 한계를 보였다. 안정화를 위해 점증제(화장품 점도를 높여 형태를 유지하게 만드는 첨가물)를 과도하게 쓰면 사용감이 무거워지고 물에 잘 씻기지 않는 부작용이 뒤따랐다.엔에프씨는 수년간 제형·공정 기술을 축적해 세정력과 씻김성을 모두 잡고 촉촉한 보습감까지 남기는 ‘온도 감응형 슬러시 밤’을 탄생시켰다. 까다로운 생산 공정을 극복하기 위해 충전 설비 역시 자체 제작해 특허를 확보하는 기술력을 선보였다.오현진 키움증권 애널리스트는 “클렌징 밤은 균일한 액상과 질감을 유지하는 노하우가 중요한데, 엔에프씨는 고온 유동층 다중 충진 기술을 보유해 생산성도 경쟁사 대비 높은 것으로 파악된다”고 진단했다.최근에는 위생 강점을 내세운 그라인딩(갈아 쓰는) 클렌징 밤과 튜브형 클렌징 밤 제형을 연이어 시장에 내놓으며 실적 성장을 이끌고 있다.마지막으로 K뷰티 인디 브랜드 약진에 발맞춘 기민한 조직 문화를 구축했다는 점도 강점이다.최근 K뷰티 인디 브랜드는 결점을 가리는 색조 화장품을 넘어 피부 자체를 개선하는 기초 화장품 혁신으로 글로벌 시장을 파고드는 상황이다. 엔에프씨는 조선미녀(구다이글로벌), 셀리맥스(앱솔브랩), 닥터엘시아(더퓨어랩), 이퀄베리(부스터스) 등 유망 인디 브랜드와 협업하며 아마존 등 글로벌 채널에서 히트 제품을 다수 배출해냈다.이런 배경에는 빠르고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위해 영업, 연구개발, 공급망 관리, 제조 부서가 모두 참여하는 실무 협의체를 상시 가동하는 체계가 있다. 고객사 복합 요구에 즉각 대응하고자 주요 사안에는 대표가 직접 참여해 결재 시간을 줄이는 방식을 채택했다. 소셜미디어(SNS)를 활용해 업무 담당자가 대표이사와 격의 없이 의견을 나누는 수평 조직 문화를 다지고 매월 타운홀 미팅을 열어 전사적인 비전을 공유하는 등 소통의 질을 높였다.김학철 엔에프씨 대표는 “소재를 잘 만드는 회사가 내놓는 외주 생산 제품은 다르다는 점을 시장에 알리고자 했다”며 “제품력에 자신 있었고 영업부터 생산에 이르는 일련의 과정을 직접 살피며 부족한 부분을 개선해나갔다”고 회상했다.약점은 없나기업가치 재평가·글로벌 규제 돌파해야엔에프씨가 넘어야 할 산도 적지 않다.가장 시급한 과제는 자본 시장에서 기업가치 재평가다.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썼음에도 엔에프씨 주가수익비율(PER)은 시가총액 약 980억원 기준 7.9배 수준에 머물러 있다. 통상 화장품 외주 생산 업종 대형주가 15~20배가량 PER을 적용받는 점을 고려하면 업종 평균 절반에도 못 미친다는 지적이 많다. 이는 2024년 미수금 충당금 반영으로 발생한 대규모 적자 이력 탓에 투자자 의구심이 완전히 가시지 않은 영향으로 풀이된다.회사는 시장 신뢰를 회복하고 주주 가치를 높이기 위해 지난해 8월 1대1 비율 무상증자를 단행하는 결단을 내렸다. 최근에는 김학철 대표가 직접 주요 자산운용사를 찾아 기업설명회(IR)를 진행하며 시장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면서 이런 우려를 불식시키려 노력 중이다.더불어 갈수록 깐깐해지는 해외 시장 규제 장벽 돌파도 핵심 과제로 꼽힌다. K뷰티 수출 다변화 흐름에 맞춰 엔에프씨 역시 북미 시장을 주력 공략 대상으로 삼는 중이다. 미국 화장품 규제 현대화법(MoCRA) 시행으로 화학물질 규제가 강화되고 글로벌 시장 전반에서 비건, 할랄 등 각종 인증 체계 요구가 빗발치는 추세다.엔에프씨는 글로벌 규제 강화를 단순한 진입 장벽이 아닌 ‘품질 기준점’으로 삼고 선제 대응에 나선다는 구상이다.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세계 규제 변화를 점검하고 제품 설계 초기 단계부터 이를 꼼꼼히 반영하는 체계를 구축하고 ‘이브 비건(EVE VEGAN)’ ‘무이 할랄(MUI HALAL)’ 인증을 획득하는 등 선제 대응에 적극적이라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김학철 대표는 “독보적인 기초 원료 소재 역량과 차별화된 완제품 제조 기술 시너지로 글로벌 핵심 뷰티 기업으로 도약할 것”이라고 밝혔다.[박수호 기자 park.suho@mk.co.kr][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52호(2026.03.25~03.31일자) 기사입니다][Copyright (c) 매경AX.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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