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사고도 하청 책임?…택배 불공정 특약에 '철퇴'

[이주희 디지털팀 기자 hee_423@naver.com] 공정위, 주요 택배사 5곳에 과징금 31억원쿠팡 과징금 7억6000만원…씨제이·롯데·한진도 6억원대지난달 29일 서울 서초구 쿠팡 물류센터에 배송용 가방이 야적되어 있다. ⓒ연합뉴스공정거래위원회가 하청업체에 안전사고 책임을 전가하고 택배기사들의 파업에 따른 손해도 배상하도록 한 국내 주요 택배사 5곳에 억대 과징금을 부과했다. 공정위는 영업점, 터미널 운영 사업자, 화물운송업자에 택배·배송 등의 용역을 위탁하면서 부당한 특약을 설정하고 계약 서면을 늑장 발급한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 씨제이대한통운, 롯데글로벌로지스, 한진, 로젠 등 5개 택배 사업자에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총 30억7800만원을 부과하기로 했다고 18일 밝혔다. 업체별로는 쿠팡이 7억5900만원, 씨제이 6억1200만원, 롯데 6억3300만원, 한진 6억9600만원, 로젠 3억7800만원이다. 이들이 택배 시장에서 차지하는 점유율은 90.5%에 달한다.공정위 조사 결과 5개 택배 사업자는 안전사고에 따른 민·형사상 책임을 영업점에 전가하거나 쟁의 행위로 인한 손해를 영업점 등이 배상하도록 하는 특약을 설정했다. 행정처분·고소에 따른 변호사 보수 등 비용과 고객의 개인 정보 분실·도난 유출 등에 대한 책임도 영업점에 떠넘겼다. 차량 사고가 발생할 때 민형사상 책임도 영업점이 모두 지도록 하고 영업점이 계약상 의무를 위반하면 소명 기회도 없이 즉시 계약을 해지하는 조항을 설정한 곳도 있었다. 김동명 공정위 신산업하도급조사과장은 "영업점에 부담이 전가되면 영업점은 그 배상 책임의 전부나 일부를 택배 기사에게 부담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공정위는 부당특약 혐의로만 과징금 총 24억7800만원을 부과했다. 업체별로는 쿠팡이 5억6700만원, 씨제이 5억400만원, 롯데 4억8300만원, 한진 5억4600만원, 로젠 3억7800만원이다. 부당특약을 적용받는 계약 건수와 수급 사업자 수가 상당하다는 점, 사업자의 규모를 고려할 때 파급효과가 크다는 점, 법 위반 기간이 3∼4년으로 장기간 이뤄졌다는 점을 고려했다. 이와 함께 공정위는 부당특약 관련 재발 방지 명령을 내리고, 90일 이내에 특약 조상을 수정하거나 삭제하라고 명령했다.5개 택배 사업자는 택배 물품의 집화·배송, 물류 터미널 운영 등을 영업점에 위탁하면서 계약서면 총 2055건을 용역 수행 시작일까지 발급하지 않았다. 롯데의 경우 최장 761일이 지나 발급한 사례도 있었다.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하도급법)에 따르면 원사업자는 수급사업자가 용역을 시작하기 전에 하도급 계약 내용을 기재한 서면을 발급하게 돼 있다. 택배 사업자들은 서면을 적시에 발급하지 않았지만 뒤늦게라도 발급했다고 주장했지만 공정위는 서면을 발급받지 못하거나 지연 발급받은 수급 사업자와 관련 계약 건수가 상당한 점, 사업자 대부분이 상위 대기업으로 불리는 상호출자 제한 기업 집단 소속 회사로서 파급 효과가 크다는 점에 비춰 위법성이 경미하지 않다고 봤다.이에 공정위는 로젠을 제외한 4개 택배 사업자에 총 6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기로 했다. 로젠의 경우 서면 발급이 늦은 사례가 14건에 불과하고, 평균 지연 일수도 11일로 상대적으로 짧아 과징금 처분을 면했다. 사업자별 과징금은 △쿠팡 1억9200만원 △씨제이 1억800만원 △롯데 1억5000만원 △한진 1억5000만원이다.이번 조사는 택배 분야의 불공정 하도급 거래 관행이 택배 종사자들의 탈진, 과로사 등을 초래한다는 비판이 잇따르자 지난해 8월 공정위, 고용노동부, 국토교통부가 합동으로 택배 사업자들의 작업 현장을 불시 점검하며 시작됐다. 지난 2023년 10월과 지난해 10월 쿠팡 하청업체 소속 택배기사와 쿠팡 영업점 소속 기사가 뇌출혈로 쓰러져 숨진 것을 두고 노조는 과로사로 숨졌다고 주장하고 있다.이번 조사에서 공정위는 주요 5개 택배업자와 택배 영업점 간의 계약서를 전수 조사했다. 공정위는 이번 조치로 영업점 등의 택배 종사자들이 겪어온 불합리한 관행을 개선하고, 업무 부담이 줄어들 것으로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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