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력 있는 기업이랬는데…급등 종목 5개 중 1개 상폐·정지

상승률 상위 20개 중 15개 기술주 테마‘좀비 기업’ AI·비트코인 테마로 부활도“기대감 아닌 가치 중심 판단 필요”2026년 국내 자본시장은 ‘기술주 광풍’ 한가운데 서 있다. 올해 1분기 국내 증시에서 상승률 상위 20개 종목 중 15개 종목이 인공지능(AI) 등 기술주 테마로 분류됐다. 기술이 시장을 뒤흔드는 주요 변수로 떠오른 것이다. 다만 이를 기술 격변기의 신호로 봐야 할지, 또 하나의 거품 전조로 봐야 할지를 두고 해석은 갈린다.지난 10여년간 시장에서 주목받은 종목이 모두 탄탄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것은 아니다. 이 기간 급등한 기술 종목 5개 중 1개는 상장폐지됐거나 거래가 정지된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국민일보는 2015년부터 올 1분기까지 약 11년간 테마성 기술 급등주를 분석했다. 분기별로 국내 증시에서 가장 많이 오른 상위 20개 종목을 꼽고, 이 중 기술주로 분류된 코스피·코스닥 종목 250개를 분석 대상으로 삼았다. 시장이 어떤 기술에 반응해 왔는지, 그 흐름이 앞으로 이어질 수 있는지 살펴보자는 취지다. 분석 결과 250개 종목 중 53개(21.2%)가 이미 상장폐지되거나 거래정지 상태에 들어간 것으로 확인됐다.역대 기술주의 생존 기간은 길지 않았다. 상장폐지된 종목은 급등 이후 평균 4년2개월 내에 정리됐다. 코스닥 상장사 네오이녹스엔모크스는 2015년 하반기 중국 면세점사업 진출과 반도체 유통사 에이디칩스 인수 추진 등으로 상한가를 기록했지만 본업과 무관한 무더기 신사업 진출 여파에 이듬해 1년도 채 지나지 않아 시장에서 퇴출됐다.업종별로 상장폐지되거나 거래정지된 종목을 보면 전기차와 2차전지 관련 기업이 가장 많았다. 금양, 에디슨EV, 이아이디 등이 대표적이다. 넥센테크 등 다수 종목도 같은 흐름 속에서 시장에서 퇴장당했다.기업 간판만 바꿔가며 테마를 갈아타는 ‘좀비기업’도 다수 확인됐다. 2016년 3분기 반도체 장비기업 솔브레인이엔지는 사명을 폭스브레인으로 변경하며 AI·소프트웨어 사업 확장에 따른 체질 개선을 선언했다. 알파고 충격으로 AI 기술에 대한 시장 관심이 급증하던 시기와 맞물리며 주가는 100% 넘게 급등했다. 이후 2018년 비트코인 열풍이 불자 회사는 다시 에이아이비트로 사명을 바꾸고 사업 전환을 꾀했지만 결국 2021년 상장폐지 됐다.이미 상장폐지된 종목 외 25개 기술주 기업은 거래가 정지된 상태다. 금양·자이글·테라사이언스 등은 이차전지 테마주로 묶여 한때 급등했지만 각각 무리한 사업 확장, 허위공시 논란 등에 휩싸이며 거래정지를 맞았다. 2023년 말 상온 초전도체 신사업을 추진한 씨씨에스는 같은 해 LK-99 초전도체 테마로 급등한 뒤 거래가 멈췄다.기술주 중에서 좀비기업이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배경에는 기술력보다 테마와 기대감이 먼저 작동하는 시장구조가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지현 SK경영경제연구소 부사장은 17일 “단기간 투자로 큰 몫을 챙기려는 사람들의 욕망은 투기로 연결된다”며 “새로운 기술이 실제 시장에서 가치를 얼마나 창출하는지를 기준으로 신중히 판단하고 투자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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