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쓰는 산업 지도...원전 인프라 뜨고 전력 다소비 제조 흔들

에너지 확보 능력이 기업·국가 경쟁력글로벌 에너지 수요 구조가 과거와 달라지고 있다.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와 전기차 확산으로 전력 소비가 빠르게 증가한다. 블룸버그NEF는 2035년까지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가 현재 대비 2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분석한다. 이제는 특정 발전원에 의존하던 기존 구조에서 벗어나 원유·가스전 개발과 함께 원자력, 재생에너지, 전력 인프라 투자가 동시에 확대되는 흐름이다.에너지 안보 패러다임은 이미 변화하는 중이다. 이번 이란 전쟁이 마무리되면 국제유가는 점차 안정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다만 이번 위기로 촉발된 에너지 안보에 대한 경각심은 이전보다 높은 수준에서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 이제 각국은 과거처럼 효율성이 아닌 자급력과 안정성을 최우선 가치로 삼는 방향으로 정책을 전환하는 데 박차를 가한다. 향후 에너지 확보 능력이 기업은 물론 국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변수라는 게 전문가 중론이다.변화하는 에너지 패러다임특정 지역 의존 낮춰야이번 에너지 쇼크 본질은 가격이 아니라 구조 변화다. 국제유가 등 단기 변수보다 에너지 조달 방식 자체가 바뀌고 있다는 점이 핵심이다. 그동안 글로벌 경제는 중동 원유와 액화천연가스(LNG)에 의존하는 구조였다. 하지만 지난 몇 년간 지정학적 리스크가 반복되며 이 같은 구조의 취약성이 드러났다. 이에 따라 각국은 특정 지역에 의존하지 않는 에너지원을 확보하려는 방향으로 정책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글로벌 투자 흐름도 과거와 달라졌다. 화석연료에서 전력 중심으로 투자 축이 이동하는 중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연간 글로벌 전력망 투자액이 현재 4000억달러에서 2030년 6000억달러까지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단기적으로는 탄소 배출 여부와 관계없이 전력을 생산할 수 있는 수단과 인프라 산업이 주목받는다. 장기적으로는 탄소 중립을 목표로 재생에너지·원자력 등 무탄소 전원 수요가 갈수록 높아질 전망이다.유재선 하나증권 애널리스트는 “코로나19 사태 당시 저금리 국면에서 재생에너지가 주목받았지만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후 시장 관심은 다시 화석연료로 돌아왔다”며 “최근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조기에 해소되지 않자, 화석연료와 재생에너지 중요성이 동시에 부각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이어 “단기적으로는 AI 시장 주도권 장악을 위해 국가별 가용한 모든 발전 자원을 활용하는 국면이 전개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위) 원전은 24시간 안정적인 전력 생산이 가능한 발전원으로서 주목받는다. 사진은 새울 3·4호기 원전 건설 전경. (연합뉴스) (아래) 단기간에 전력을 생산할 수 있는 태양광 발전은 전 세계적인 전력 수요 급증을 해결할 대안으로 떠오른다. 사진은 전라남도 고흥군에 설치된 태양광 패널. (매경DB)[수혜 산업] 원전·LNG·전력다시 주목받는 재생에너지원전은 대표적인 기저(基底) 전력원으로 재평가받는다. 항상 일정한 수준의 전력 공급이 가능하다. 태양광과 풍력 등 재생에너지는 불규칙성(간헐성)이 크기 때문에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 어렵다. 하지만 원전은 24시간 전력 생산이 가능한 무탄소 발전원이다. 특히 AI 데이터센터 확산으로 전력 수요가 급증하며, 안정적인 전력 공급 능력이 핵심 경쟁력으로 떠올랐다.글로벌 원전 시장 규모도 최근 빠르게 확대되는 추세다. 세계원자력협회(WNA)에 따르면 전 세계 원전 시장 규모는 2035년 1653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현재 세계 각지에서 건설 중이거나 건설이 예정된 원전은 약 150기가량이다. 여기에 각국 정부가 신설을 검토 중인 원전은 344기에 육박한다. 미국과 유럽뿐 아니라 중동까지 신규 도입이 확대되는 흐름이다.대형 원전과 함께 소형모듈원전(SMR)에 대한 관심 역시 커지고 있다. SMR은 데이터센터나 산업단지에 분산형 전원으로 활용될 수 있어 적용 범위가 비교적 넓다. 삼정KPMG에 따르면 글로벌 SMR 시장 규모는 2040년 약 3000억달러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설계·기자재·건설을 포함한 원전 설계·조달·시공(EPC) 가치사슬(밸류체인) 전반이 구조적 성장 국면에 진입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전력 인프라는 이번 사이클에서 가장 확실한 수혜로 꼽힌다. 발전원 확대보다 더 중요한 요소는 전기를 전달할 수 있는 송배전망이다. 그러나 전 세계적으로 노후화된 전력망이 많다. 특히 유럽에서는 전력망 약 40%가 40년 이상 된 노후 시설이다. 수급도 빠듯하다. 변압기와 초고압 케이블 등 주요 장비는 공급 부족으로 납기가 2~3년까지 늘어난 사례도 나타난다. 유재선 애널리스트는 “전력 인프라는 수요 대비 공급 확대가 제한적이라 구조적 성장이 가능한 분야”라며 “중국과 직접적인 경쟁이 많지 않고, 공급 탄력성이 낮다는 점이 특징”이라고 말했다.재생에너지 성격이 변화하고 있다는 점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과거에는 탄소 감축이 핵심 목표였다. 그러나 최근에는 재생에너지가 에너지 안보 수단으로 인식된다. 특히 태양광과 풍력 발전 기대감이 크다. 태양광은 짧은 건설 기간을 기반으로 전력 수요 증가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대안으로 꼽힌다. 여기에 에너지저장장치(ESS)가 결합되며 태양광이 24시간 발전할 수 있는 전력원으로 전환되는 추세다. 초기에는 ESS가 선택적 설비로 도입됐지만, 최근에는 태양광 시스템의 보완적 요소를 넘어 필수 구성 요소로 자리 잡았다. 해상풍력은 기가와트(GW)급 프로젝트를 통해 대규모 전력 공급을 담당한다.LNG 중요성 또한 커진다. 재생에너지 확대 국면에서 LNG는 전력 수급을 보완하는 역할을 기대할 수 있다. 태양광과 풍력의 간헐성을 보완하는 동시에 빠른 출력 조절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활용도가 높다. 영국 에너지 기업 쉘은 2040년까지 전 세계 LNG 수요가 2025년 대비 최대 68%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현재 우리나라에서 가장 절실한 이슈는 에너지 자립”이라며 “에너지 자립은 연료 없는 전력원, 즉 재생에너지 확보로 직결된다”고 말했다. 이어 “국내 태양광·풍력 전력 비중은 2024년 기준 6%대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19%) 대비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며 “수입 에너지원을 대체하기 위해 태양광과 풍력 설치량을 대폭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피해 산업] 전통·유틸리티에너지 가격 상승에 제조원가 부담전력 의존도가 높은 산업일수록 에너지 가격 변동성에 따른 비용 부담이 크다.가장 직접적인 타격을 받는 분야는 전력 다소비 제조업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제조업 원가에서 에너지 비용이 차지하는 비중은 평균 5~10% 수준이지만, 철강과 화학 등 일부 업종은 20%를 넘는다. 에너지 가격 상승은 곧바로 제조원가 상승으로 이어진다.반도체 산업도 예외는 아니다. 미세공정으로 갈수록 전력 소모가 많아진다. 일부 공장은 전력 비용이 제조원가의 10% 이상을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력 비용 상승이 장기화할 경우 투자 부담이 확대되며 수익성이 악화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수출 중심 산업은 글로벌 경쟁사와 가격 경쟁이 불가피하다. 에너지 비용 상승분을 제품 가격에 반영하기 쉽지 않은 구조다.탄소 규제도 부담을 키운다. 유럽연합(EU)은 올해부터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를 본격 시행한다. 이에 따라 철강·알루미늄·시멘트 등 주요 품목에 대해 탄소 배출량에 따른 추가 비용이 부과된다. 즉, 탄소 비용이 실질 원가로 전환되는 셈이다. 이는 단순한 비용 증가를 넘어 글로벌 시장에서 가격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전통 유틸리티 산업 역시 복합적인 압박에 직면했다. 송배전망 투자 확대와 설비 증설로 자본 지출은 늘어나지만, 요금 규제로 수익성은 제한되는 구조다. 국내 전력요금은 여전히 원가 대비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어 비용 상승을 가격에 반영하기 어렵다. 유재선 애널리스트는 “전력 다소비 산업과 전통 유틸리티 사업자는 원가 상승 부담이 커질 수 있다”며 “탄소세 등 규제가 강화되는 환경이 조성되면 탄소 다배출 업종은 갈수록 불리해질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수혜주는 어디태양광 OCI·연료전지 두산퓨얼셀 눈길에너지 대란 속 투자자들은 수혜주 찾기에 분주하다. 산업 구조가 재편되는 국면에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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