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Next]전쟁보다 무서운 폭염?…식품사 원가부담 5년來 '최고...
![[Why&Next]전쟁보다 무서운 폭염?…식품사 원가부담 5년來 '최고...](https://imgnews.pstatic.net/image/277/2026/06/29/0005782413_001_20260629095819276.jpg?type=w800)
코코아·커피·설탕 줄줄이 공급 차질 작년 주요 식품기업 평균 원가율 74%고환율까지 겹쳐 매입 부담 확대지난해 국내 주요 식품기업들의 원가 부담이 최근 5년 새 가장 컸던 것으로 나타났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국제 곡물 가격이 급등했던 시기보다도 원가율이 더 높았다. 코코아와 커피 등 기후에 민감한 농산물 가격이 오른 데다가 고환율까지 겹치면서 원재료 매입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다.2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CJ제일제당·농심·오뚜기·오리온·롯데웰푸드·대상·동서식품 등 주요 식품·식음료 기업 12곳의 지난해 평균 원가율은 74.0%로, 최근 5년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19일 인천 연수구의 한 대형마트에 초콜릿 함유 제품들이 진열되어 있다. 사진=조용준 기자 jun21@이들 기업의 평균 원가율은 2021년 70.3%에서 2022년 73.2%, 2023년 73.3%로 높아졌다. 당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밀과 옥수수, 대두, 팜유 가격이 급등하면서 식품업계 전반이 원가 압박을 받았다. 하지만 이후 국제 곡물 가격이 안정되면서 평균 원가율은 2024년 71.3%까지 내려간 바 있다. 지난해 원가율은 우크라이나 전쟁 직후인 2022~2023년보다도 높은 수치다. 매출 100원을 올리면 74원이 제조원가로 들어갔다는 뜻이다. 올해 1분기 평균 원가율도 73.8%를 기록하며 높은 수준을 이어갔다.커피와 코코아 사용 비중이 높은 업체일수록 원가율 상승폭이 컸다. 동서식품의 원가율은 2021년 60.9%에서 지난해 71.4%로 10.5%포인트 상승했다. 같은 기간 롯데칠성은 58.2%에서 66.5%로 8.3%포인트, 롯데웰푸드는 65.8%에서 72.8%로 7.0%포인트 높아졌다. 코코아·커피·설탕까지, 기후에 흔들린 시장식품업계에서는 최근 원재료 가격 상승을 '기후플레이션(Climateflation)'의 영향으로 보고 있다. '기후플레이션'은 기후변화로 농산물 생산이 줄면서 식품 가격이 오르는 현상이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와 세계기상기구(WMO)가 올해 공동 발간한 보고서도 폭염을 세계 농업이 직면한 가장 큰 위험 가운데 하나로 꼽았다. 기온이 1도 오르면 옥수수 생산량은 평균 7.5%, 밀은 6.0% 감소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폭염과 가뭄이 함께 발생한 지역에서는 작물 수확량이 30% 넘게 줄었다. 지난해 코코아와 커피값은 고공행진했다. 국제 코코아 가격은 2023년 t당 3000달러 안팎에서 움직였지만 지난해 한때 1만2000달러를 넘어섰다. 세계 생산량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코트디부아르와 가나에서 폭염과 가뭄, 병충해가 겹치면서 생산량이 크게 줄어든 영향이다. 현재는 t당 4600달러 안팎으로 내려왔지만 여전히 평년보다 높은 수준이다.국제 아라비카 커피 가격은 2018~2020년 파운드당 1달러 안팎에서 움직였지만 2021년 브라질 가뭄과 서리 등에 따른 공급망 차질을 계기로 상승하기 시작했다. 이후 브라질과 베트남에서 이상고온과 가뭄이 이어지면서 생산이 줄었고, 지난해에는 파운드당 4.20달러까지 올라 1977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최근에도 2.70달러를 웃도는 가격이 이어지고 있다.기후 영향은 설탕으로도 번지고 있다. 세계 2위 설탕 수출국인 인도는 엘니뇨 영향으로 몬순 강수량이 감소하면서 사탕수수 생산량 전망치를 3095만t에서 2790만t으로 낮췄다. 정부는 이번 시즌 80만t을 수출한 뒤 추가 수출을 중단했다. 설탕 수출 1위 브라질과 3위 태국도 작황 부진이 예상되면서 국제 설탕 공급은 당분간 불안정할 것으로 보인다.환율 상승도 요인이다. 식품기업은 주요 원재료 대부분을 해외에서 들여온다. 국제 가격이 그대로여도 환율이 오르면 원화 기준 매입 비용은 늘어난다. 지난해 원·달러 환율은 장중 1480원까지 올랐고, 올해는 한때 1540원을 넘어서며 강달러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원가 부담은 제품 가격에 반영됐다. 지난해 말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식품업계에서는 커피와 초콜릿, 라면 등 중심으로 가격 인상이 잇따랐다. 동서식품은 2024년 11월 평균 8.9%, 지난해 5월 평균 7.7% 가격을 인상했다. 롯데웰푸드의 초코빼빼로(54g)는 1700원에서 2000원으로 17.6%, 크런키(34g)는 1200원에서 1700원으로 41.7% 뛰었다. 원산지 바꾸고 공급망 넓히고, 식품업계 전략최근 식품기업들은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서 공급망 안정화를 최우선 과제로 제시했다. 과거에는 환율과 국제 분쟁이 원가를 흔드는 변수였다면 이제는 폭염과 가뭄, 홍수가 원재료 조달을 좌우하고 있다. 전쟁은 특정 지역에 머물지만 폭염은 주요 생산지를 동시에 덮친다. 식품업계가 기후를 주요 리스크로 꼽는 이유다.식품기업들은 원산지 다변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롯데웰푸드는 기후변화가 심해지는 상황(RCP 8.5)을 적용하면 원재료와 물류비 부담이 2030년 393억원, 2050년 659억원 늘어날 것으로 추산했다. 회사는 가나 중심이던 코코아 조달 체계를 코트디부아르·에콰도르 등으로 확대했고, 내년부터는 파푸아뉴기니산도 도입할 계획이다. 롯데웰푸드 관계자는 "코코아 주산지인 서아프리카 지역의 이상기후와 병해로 국제 코코아 가격이 지난해 한때 t당 1만2000달러를 넘어서며 평년보다 4~6배까지 뛰었다"며 "현재는 다소 내려왔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고 말했다.CJ제일제당도 기후 영향을 많이 받는 원재료는 재고를 미리 확보하는 등 대응에 나섰다. 회사 관계자는 "평균기온 상승에 따른 고온 피해는 앞으로도 커질 가능성이 있다"며 "엘니뇨와 라니냐 영향을 크게 받는 산지에서 생산되는 원재료는 재고 확보와 계약 전략을 탄력적으로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기후 위기의 영향은 수산업에도 나타나고 있다. 동원산업은 해수온 상승과 해류 변화로 참치 이동 경로가 달라지고 있다고 언급했다. 회사 관계자는 "수십 년간 축적한 조업 데이터만으로는 과거 수준의 어획량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조업 거리가 멀어지면서 유류비와 물류비 부담도 꾸준히 늘고 있다"고 말했다. 회사는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어군 탐지와 해상 드론 도입을 늘리는 한편 지속가능한 어업 인증(MSC)도 확대하고 있다.임정빈 서울대 농업·자원경제학부 교수는 "최근 기후 위기로 자연재해와 농업재해가 잦아지면서 생산량 감소와 품질 저하가 동시에 나타나 가격 상승 압력이 더욱 커지고 있다"며 "우크라이나 전쟁이 곡물 공급망을 흔들었다면 이제는 폭염과 가뭄이 식량 생산 자체를 위협하는 시대가 됐다"고 말했다. 이어 "장기적으로는 국내 생산 기반을 유지하고 식량 공급 능력을 높이는 정책도 함께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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