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볼펜 대신 립스틱...상폐위기 모나미의 K뷰티 승부수
![[르포]볼펜 대신 립스틱...상폐위기 모나미의 K뷰티 승부수](https://imgnews.pstatic.net/image/277/2026/06/24/0005780965_001_20260624163618142.jpg?type=w800)
222억원 들인 화장품 공장 첫 공개가동률 20%·3년 연속 적자…2028년 흑자전환 목표서울 강남구 양재역에서 차로 약 1시간여 남짓. 경기도 용인테크노밸리에 위치한 모나미코스메틱 공장에 들어서자 립 틴트와 아이브로우, 선스틱이 자동화 설비를 따라 쉴 새 없이 이동하고 있었다. 하얀 방진복을 입은 공장 직원들은 용기 틀에 맞춰 제품을 옮겨담고, 화장품 뚜껑을 닫느라 분주하게 손이 오가는 가운데 생산라인 한편에는 국내외 고객사에 납품될 화장품 용기들이 쌓여 있었다.국민 볼펜 '153'으로 유명한 문구기업 모나미가 화장품 회사로 변신했다.24일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테크노밸리에 위치한 모나미코스메틱 공장에서 생산라인에서 선스틱 제품이 만들어지고 있는 모습. 권재희 기자24일 찾은 모나미코스메틱은 모나미가 미래 먹거리로 낙점한 화장품 사업의 전진기지다. 모나미코스메틱은 2023년 모나미 화장품 사업부를 물적분할해 설립한 모나미의 100% 자회사다. 2022년 완공된 이 공장은 222억원을 들여 연면적 약 3100평 규모로 제조·충전·포장·물류 기능을 한 곳에 집약했다. 연간 생산능력은 4500만 케파(CAPA)에 달한다. 립과 아이 메이크업은 물론 쿠션과 파운데이션, 선케어 제품까지 생산할 수 있다.하지만 화려한 생산시설과 달리 사업 성적표는 아직 초라하다. 모나미코스메틱은 올해 1분기 매출 19억원, 순손실 16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와 비교해서는 매출이 두 배 이상 늘었지만 아직 미미한 수준이다.박경현 모나미코스메틱 대표는 "현재 공장 가동률은 약 25% 수준"이라며 "국내외 고객사 확보를 통해 올해 말에는 50% 수준까지 끌어올리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이어 연 매출 180억원 수준은 넘어야 손익분기점(BEP)에 도달할 것으로 보고 있으며 흑자 전환 시점은 2028년 상반기를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24일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테크노밸리에 위치한 모나미코스메틱 공장에서 박경현 대표가 인삿말을 하고 있다. 권재희 기자모나미가 적자를 감수하면서까지 화장품 사업에 베팅하는 이유는 본업인 문구사업 부진 속 상장폐지 위기까지 겹치면서다. 모나미는 고(故) 송삼석 명예회장이 1967년 설립한 국내 문구 1위 기업이다. 하지만 최근 실적은 내리막이다. 모나미의 연결 기준 매출액은 2022년 1495억원에서 지난해 1310억원으로 3년 연속 감소했다. 영업이익은 2022년 62억원에서 2023년 -23억원으로 적자전환한 뒤 지난해에는 -59억원까지 적자폭이 확대됐다. 올 1분기에는 매출액 328억원에 영업적자 27억원을 기록했다.주가도 추락하고 있다. 올해 초 1900원대였던 주가는 24일 기준 1200원선까지 밀렸다. 시가총액은 24일 기준 229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문제는 코스피 상장 유지 기준 강화로 상장폐지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한국거래소는 오는 7월부터 시가총액 300억원 미만 기업에 대한 관리 기준을 강화할 예정이다. 현재 시총 기준으로는 거래소가 제시한 새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모나미로서는 기업가치를 끌어올릴 새로운 성장동력이 절실한 셈이다.모나미가 화장품을 선택한 것도 이런 배경과 무관하지 않다. 학령인구 감소와 디지털화로 문구산업 성장성이 둔화되는 반면, K뷰티는 전 세계적으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실제로 한국 화장품 수출은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지난해 화장품 수출액은 114억달러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미국과 일본, 동남아시아를 중심으로 K뷰티 수요가 급증하면서 한국콜마와 코스맥스 등 화장품 ODM 기업들도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모나미는 이 시장에서 대형 ODM 업체와 정면승부하기보다는 틈새시장을 공략한다는 전략이다. 박 대표는 "대형 ODM 업체들은 대규모 물량 위주로 운영되지만 우리는 소량 다품종 생산과 빠른 개발 대응에 강점이 있다"고 설명했다.24일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테크노밸리에 위치한 모나미코스메틱 공장에서 아이브로우 제품이 만들어지고 있는 모습. 권재희 기자특히 모나미는 문구 사업에서 축적한 사출 기술을 차별화 요소로 내세운다. 화장품 내용물뿐 아니라 용기까지 자체 개발·생산하는 턴키 방식의 ODM 사업을 확대하겠다는 구상이다. 실제 에뛰드의 '삼각 글로우 틴트'는 용기 디자인과 생산까지 함께 수행한 대표 사례다. 회사 측에 따르면 약 180만개 규모 물량을 공급했다.해외 시장 공략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현재 매출 비중은 국내 60%, 해외 40% 수준이다. 미국과 동남아시아를 중심으로 고객사를 확보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유럽 뷰티 전시회인 '메이크업 인 파리(MakeUp in Paris)'에 참가해 글로벌 브랜드들과 협업 가능성을 타진했다.다만 넘어야 할 산은 여전히 높다. 현재 생산능력 대비 가동률은 낮고 수익성도 확보하지 못했다. 공장 투자와 연구개발 비용이 지속적으로 투입되고 있는 만큼 단기간 내 실적 개선을 장담하기 어렵다.특히 올해부터 본격화된 3세 경영 체제에도 적지 않은 부담이다. 모나미는 지난 3월 정기주주총회를 통해 송하경 회장이 명예회장으로 물러나고 송하윤 부회장 겸 대표이사를 선임하며 세대교체를 마무리했다. 새 경영진 입장에서는 침체된 문구사업을 넘어 새로운 성장동력을 입증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용인 공장을 가득 채운 화장품 생산라인이 '국민 볼펜 기업'의 두 번째 성장신화를 쓸 수 있을지 시장의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박 대표는 "후발 주자인 만큼 매출 규모에 비해 과할 정도로 연구개발(R&D)에 투자했고, 생산 설비 역시 1.2위 업체와 비교해도 뒤지지 않을 정도로 갖췄다"며 "투자로 인한 적자가 지속되고 있지만 이미 성장 기반은 마련됐고 본격적인 도약을 위한 준비가 완료됐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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