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종민의 딥테크]엔비디아 우수 고객을 넘어 계산 주권국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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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슨 황 방한 열기 뒤에 가려진 플랫폼 종속과 계산 주권엔비디아 협력은 필요하지만 AI 인프라 전략은 단일 의존은 지양해야미 정부도 다양한 포트폴리오 구성해 중, 미국 제제에도 오픈소스 AI·반도체 독자 개발로 성과2025년 하반기에 이어 2026년 상반기에도 방한한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를 향한 열기를 보며 묘한 아이러니를 느낀다. 우리는 국민의 혈세를 포함해 천문학적인 비용을 지불하고 물건을 사는 고객이면서도, 판매자가 구원자라도 되는 양 열광적으로 환호했다. 정부는 물론 삼성, SK, 현대차, LG, 네이버 등 주요 대기업들도 앞다투어 엔비디아에 줄을 섰다. 물건을 파는 기업보다, 막대한 돈을 내고 사는 나라가 도리어 더 환호하는 기이한 풍경이다.젠슨 황을 향한 환호에는 그럴 만한 이유도 있다. 한국은 엔비디아 그래픽처리장치(GPU)에 사용되는 인공지능(AI)의 핵심 부품인 고대역폭메모리(HBM)에서 세계적 경쟁력을 입증했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가 상승은 대한민국 기업의 세계적 경쟁력을 다시 확인하게 했다.그러나 환호의 이면을 냉정하게 봐야 한다. 엔비디아와의 협력은 필요하다. 문제는 우리가 엔비디아의 전략적 파트너가 될 것인지, 아니면 우수 고객으로만 남을 것인지다.GPU를 대량으로 들여온다는 것은 반도체만 사는 일이 아니다. 서버 구조, 통신망, 소프트웨어, 개발자 생태계까지 함께 받아들이는 일이다. 그에 걸맞은 전략이 없다면 오히려 종속을 걱정해야 할 수도 있다.HBM 성과에 취해서도 안 된다. HBM은 AI 시대의 병목을 뚫는 귀중한 자산이다. 그러나 메모리를 공급한다고 AI 산업 전체를 통제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만든 HBM이 들어간 GPU가 돌아가도, 그 위에서 작동하는 AI 모델의 스위치를 다른 나라가 쥐고 있다면 한국의 AI 주권은 취약하다.최근 미국 정부가 앤스로픽의 최신 모델인 '페이블'(Fable) 5와 '미토스'(Mythos) 5에 대해 외국 국적자의 접근을 제한한 사건은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심지어 한국 기업의 문제로 통제가 시작됐다는 설까지 흘러나왔다. AI 병목의 핵심을 해결해 주는 HBM을 공급하는 국가에도 예외는 없었다.이웃 중국의 움직임은 다른 방향에서 우리를 압박한다. 중국은 최근 슈퍼컴퓨터 순위에서 자국 기술 기반으로 만들어진 '라인샤인'(LineShine)으로 단번에 미국을 제쳤다. 미국의 제재 속에서도 독자 계산 경로를 만들고 있다는 점은 가볍게 볼 수 없다. 오히려 중국은 이제 미국과의 경쟁에서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을 내비쳤다. 중국 오픈소스 AI 모델의 약진도 매섭다. 중국은 AI 모델을 공개하고 '속도전'을 벌이고 있다. 이 과정에서 미국의 모델을 활용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 결과중국 오픈소스 AI 모델 'GLM'은 사용자들 사이에서는 미국의 대표적 코딩용 AI 모델인 '클로드'를 거의 따라잡았다는 평을 받을 정도다. 반면 우리는 엔비디아 GPU를 활용해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을 정공법으로 학습한다는 정책에 갇혀 있다. AI 업계에서는 정공법에 대한 우려가 터져 나온다. 선도 기업들은 다양한 학습 방식과 대형 모델·경량 모델을 섞어 달리고 있다. 한국도 처음부터 모든 것을 새로 만들겠다는 태도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불과 2~3년 전 우리는 챗GPT 모멘텀이 발생한 후에도 외산 GPU 확보 대신 국산 AI 반도체, 즉 NPU 육성을 외쳤다. 방향은 틀리지 않았다. 문제는 당장 필요한 GPU 확보와 장기적으로 키워야 할 국산 반도체 생태계를 함께 다루지 못했던 데 있다.이 대목에서 미국의 국가 슈퍼컴퓨터 전략도 참고할 만하다. 미국은 AI 관련 핵심 인프라를 엔비디아 하나로만 채우지 않는다. 목적에 따라 AMD, 인텔, 엔비디아 기반 시스템을 나눠 쓴다. 이른바 계산 포트폴리오 전략이다. 기업들도 탈엔비디아를 외친다. 한국도 엔비디아에만 목을 매서는 안 된다. AMD GPU, 국산 NPU, 개방형 소프트웨어 생태계를 함께 키워야 한다.공공 GPU 사용권 배분도 다시 봐야 한다. 학계 중심의 계산 자원 지원이 필요한 측면도 있다. 그러나 현장 기업인들은 "정작 모델을 제품화하고 매출로 검증해야 할 기업은 GPU를 구하지 못한다"고 탄식한다. 국가 AI 인프라의 성패는 칩을 몇 개 확보했느냐가 아니라, 그것이 실제 서비스를 만들어 낼 주체에게 얼마나 제때 도달하느냐에 달려 있다.환호만으로는 전략이 되지 않는다. '소버린 AI'를 넘어 '계산 주권국'이 될 수 있느냐는 질문에 우리가 답할 시간이 많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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