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그룹 오너 2세 승계 향한 공정위 사정 칼날

[허인회 기자 underdog@sisajournal.com] 회장 차녀 회사에 알짜 부지 넘기고 저리 대출…부당 지원액 182억원계열사 동원한 2세 승계 작업 제동…부활하는 기획단 첫 타깃 되나재계 서열 36위 SM그룹이 총수 일가 2세들을 위한 전방위적인 부당 지원 및 사익 편취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의 강도 높은 제재 심판대에 올랐다. 핵심 계열사들을 동원해 우오현 회장 자녀들의 개인 회사에 알짜 개발 사업을 몰아주고, 헐값 이자로 자금을 빌려준 사실이 적발되면서다. 공정위가 총수 일가에 대한 검찰 고발까지 예고한 가운데, 재계 일각에서는 사정 칼날이 SM그룹의 경영권 승계에까지 향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서울 서대문구에 위치한 SM그룹 본사 모습 ⓒ시사저널 최준필헐값 대출·내부거래로 2세 배 불려최근 공정위는 SM그룹 6개 계열사(SMAMC투자대부·삼환기업·SM상선·SM하이플러스·에이치엔이앤씨·삼라마이다스)가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위원회에 회부됐다고 밝혔다. 혐의의 핵심은 총수 2세 회사에 대한 부당 이익 제공이다. 공정위는 SM그룹의 의견진술 절차 등을 거쳐 연내 전원회의에서 최종 판단을 내릴 예정이다. SM그룹에 부과될 과징금 규모는 500억원 수준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공정위가 최근 SM그룹 측에 발송한 심사보고서(검찰의 공소장 격)에 따르면, SMAMC투자대부와 삼환기업은 2022년 12월, 이미 분양 성공이 담보된 충남 천안 성정동 아파트 개발 사업 부지를 에이치엔이앤씨(HN E&C)에 넘기는 방식으로 사업 기회를 제공했다. 에이치엔이앤씨는 우 회장의 차녀 우지영씨가 지분 100%를 소유한 개인 회사다. 우씨의 개인 회사는 이 사업 하나로 분양 매출 1283억원, 분양 이익 365억원이라는 막대한 부를 축적했다.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SM상선과 SM하이플러스는 에이치엔이앤씨가 개발 사업을 추진할 수 있도록 정상 금리보다 20~30% 낮은 헐값 이자로 자금을 댔다. SM상선은 또 다른 가족 회사인 삼라마이다스에도 저리 대출을 실행했다. 삼라마이다스는 우 회장과 그의 장남인 우기원 경영지원본부장이 지분 100%를 나눠 가진 그룹의 실질적 지주사다.공정위는 이런 방식으로 2세 회사들에 흘러 들어간 부당 지원 금액만 에이치엔이앤씨 17억5000만원, 삼라마이다스 164억원 등 총 182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했다.업계에선 이번에 적발된 단일 아파트 개발 건과 자금 대여가 SM그룹 2세 승계 작업의 전부겠느냐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우 회장은 1988년 삼라건설을 창업한 이래 진덕산업, 티케이케미칼, 대한해운, C&우방 등 굵직한 부실 기업들을 잇달아 인수합병(M&A)하며 그룹의 몸집을 불려왔다. 건설을 모태로 해운, 제조, 레저까지 사업을 확장하며 54개의 계열사를 거느린 17조원 규모의 거대 기업 집단으로 성장했다.이처럼 복잡하게 얽힌 계열사들의 사업 구조 속에서, 2세들의 지배력 확대를 위한 '조용한 부의 이전'이 단 한 차례의 일탈로 끝났을 가능성은 작다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특히 그룹 계열사들이 시행과 시공, 자금 조달을 넘나들며 내부 거래를 활발히 할 수 있는 건설업의 특성상, 아직 당국의 레이더망에 걸리지 않은 '제2, 3의 개발 사업 쪼개기'나 장부 이면에 가려진 불투명한 내부 자금 거래가 더 존재할 수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상황이다.2024년 2월 우오현 SM그룹 회장이 서울 여의도 FKI타워에서 열린 한국경제인협회 제63회 정기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엄격해진 당국 잣대…승계 정당성 시험대에공정위는 이번 사안에 대해 단순한 시정명령과 과징금 부과를 넘어, 관련 법인은 물론 사익 편취를 지시하거나 관여한 총수 일가 '개인'에 대한 검찰 고발 의견까지 심사보고서에 담았다.공정위는 주병기 위원장 취임 이후 대기업 집단의 부당 내부거래에 엄격한 잣대를 적용하고 있다. 주 위원장은 올해 초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사익편취와 기업집단 내 내부거래를 통한 부당 지원이 여전히 만연하고 있다"며 "중대한 법 위반을 저지른 총수 일가 등에 대해서는 예외 없이 고발이 이뤄지도록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우 회장과 총수 일가에 대한 검찰 고발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는 이유다.공정위의 칼날이 여기서 그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대기업 저승사자'로 불리던 공정위 조사국이 '중점조사기획단'이란 이름으로 오는 10월 부활하기 때문이다. 조사국은 대기업 전담 조사조직이었지만 업계 반발 등으로 2005년 폐지된 바 있다.신설 배경에 대해 주 위원장은 "대기업집단 내에서 발생하는 중대 법 위반 행위들, 가령 사익편취나 부당지원, 부당한 방식의 경영 세습은 글로벌 기술경쟁 상황에서 적절한 환경 같지 않다"며 "구조적 문제에 대처하기 위해 난이도 높은 중대 사건들에 고도의 전문성을 가진 조직이 지속적으로 감시해야 할 필요성이 여전히 크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2년 한시 조직이라는 점에서 성과를 내기 위해 다양한 기획 조사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재계에선 이번 공정위 조사가 SM그룹의 특정 계열사를 제재하는 선에서 그칠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번 조사가 향후 중점조사기획단을 동원해 그룹 전반에 만연해 있을지 모를 편법 증여나 '꼬리표 없는 자금 지원' 의혹 등 추가적인 범법 행위를 캐내는 단초가 될 수 있어서다. 자칫 SM그룹이 검찰과 공정위 등 사정당국의 잇단 조사로 인해 사법 리스크에 빠질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SM그룹 측은 "공정위 절차에 성실히 협조하겠다"면서도 "소명이 필요한 사실관계에 대해서는 정당한 반론권 형태로 적극 소명해 나가겠다"며 방어전을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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