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광모 리더십 8년]① HBM 없는 LG, 'AI 수혜주' 반전 꾀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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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광모 회장 체제 8년을 맞이한 LG의 현재와 미래를 진단합니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올해 3월 열린 사장단 회의에서 사장단에게 속도감 있는 AX 추진을 당부했다. /사진 제공=LG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이달 29일 취임 8주년을 맞았다. 2018년 총수에 오른 이후 LG는 스마트폰 사업 철수, 전장·배터리·OLED·B2B 사업 강화 등을 거치며 사업 포트폴리오를 재정비해왔다. 지난 8년이 비주력 사업을 덜어내고 성장축을 다시 세운 시간이었다면 향후 과제는 달라졌다. LG가 AI 시대에 단순한 기술 사용자를 넘어 산업 인프라 공급자로 자리매김할 수 있느냐가 핵심이다.반도체 밖으로 넓어지는 AI 경쟁…기회 찾는 LGAI 산업의 1차 수혜 구도는 뚜렷하다. 엔비디아가 설계한 그래픽처리장치(GPU)가 대규모로 공급되고 여기에 탑재되는 고대역폭메모리(HBM)를 공급하는 메모리 기업들이 먼저 실적 개선과 기업가치 재평가를 받고 있다.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가 대표적이다. 엔비디아 AI 가속기 수요가 늘수록 HBM 수요가 증가하고 이는 메모리 기업의 매출과 이익으로 비교적 직접 연결된다.LG그룹은 이 구도에서 직접적인 수혜 기업으로 분류되기 어렵다. 그룹 내에 HBM을 직접 공급하는 사업이 없기 때문이다. AI 반도체 밸류체인만 놓고 보면 LG는 공급자보다 수요자에 가깝다. GPU 확보, 데이터센터 구축, 전력비, 감가상각 부담이 선행되는 만큼 AI는 단기적으로 매출보다 비용 요인으로 먼저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다만 AI 경쟁의 범위가 반도체에서 데이터센터와 산업 현장으로 확대되면서 LG가 들어설 수 있는 영역도 커지고 있다. AI 경쟁력은 GPU 성능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고성능 서버를 안정적으로 운용하기 위한 냉각, 전력저장, 센서, 구동계, 디스플레이, 제조 운영 역량의 중요성도 함께 커지고 있다. AI가 공장, 차량, 로봇, 데이터센터에 적용될수록 이를 뒷받침하는 산업 인프라가 또 다른 경쟁축으로 부상하는 구조다.LG그룹의 기회도 이 지점에서 발생한다. LG전자는 데이터센터 냉각, 로봇, 스마트팩토리 관련 역량을 갖추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ESS와 전력저장, LG이노텍은 카메라모듈과 센서, LG디스플레이는 차량용·IT용 OLED, LG화학은 첨단소재를 각각 담당한다. 개별 계열사만 놓고 보면 AI 반도체 밸류체인의 직접 수혜 기업으로 분류되기 어렵지만 그룹 전체로 보면 데이터센터 인프라와 전력저장, 로봇, 모빌리티, 제조 자동화로 이어지는 산업 기반을 보유하고 있다.관건은 계열사별 역량을 하나의 사업모델로 연결하는 일이다. 구 회장도 AI를 단순한 업무 효율화 수단으로 보지 않고 있다. 그는 AI에 따른 산업 구조 변화를 전기와 인터넷의 도입에 견주며 "AI는 단순히 효율성과 생산성을 개선시키는 도구가 아닐 것"이라며 "새로운 시대를 준비하기 위한 근본적인 변화를 요구하고 있으며 이 변화를 어떻게 이해하고 대응하느냐에 따라 기업의 미래가 결정될 것"이라고 강조했다.이 발언은 LG그룹의 현재 사업 구조와 맞물린다. LG가 AI를 사내 업무 자동화나 제품 기능 개선에 활용하는 수준에 머문다면 AI 투자는 비용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반면 데이터센터 냉각, 전력저장, 로봇, 스마트팩토리 등 AI 운용에 필요한 산업 인프라를 외부 고객에게 제공한다면 AI는 새로운 매출 기반이 된다. LG가 AI 시대에 단순한 기술 사용자를 넘어 인프라 공급자로 평가받을 수 있는지는 이 지점에서 갈린다는 평가다.AI 전환의 속도전…엑사원 과제는 '산업 적용'구 회장이 강조한 또 다른 축은 속도다. 그는 "가장 중요한 것은 속도"라며 "완벽한 계획보다 빠른 실행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사업의 임팩트가 있는 곳에서 작은 것이라도 빠르게 실행해 성과를 축적하고 확산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AI 전환을 선언적 전략이나 중장기 연구과제에 머물게 하지 않고 실제 사업 현장에서 검증 가능한 성과로 연결하겠다는 의미다.구광모 LG그룹 회장(왼쪽)과 젠슨 황 엔비디아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오른쪽)가 이달 8일 서울 여의도 트윈타워에서 회동을 마치고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 제공=LG이 같은 실행 기조는 LG가 자체 AI 모델 역량을 축적해온 흐름과도 맞물린다. LG AI연구원은 초거대 AI 모델 '엑사원(EXAONE)'을 고도화하며 제조·소재·부품·전장·에너지 분야에 적용 가능한 산업 AI 기반을 다져왔다. 이는 LG가 AI를 외부 기술로 도입하는 수준을 넘어, 그룹 내부의 산업 데이터와 결합할 수 있는 자체 기술 축을 확보해왔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엑사원의 무게중심은 범용 AI 모델 경쟁보다 산업 적용에 있다. LG전자의 데이터센터 냉각과 스마트팩토리, LG에너지솔루션의 ESS, LG이노텍의 센서와 카메라모듈, LG디스플레이의 차량용·IT용 OLED, LG화학의 첨단소재 역량에 AI 모델을 결합하면 단순 장비 공급을 넘어 예측 관리, 운영 최적화, 현장 자동화까지 사업 범위를 넓힐 수 있다. 구 회장이 강조한 빠른 실행도 결국 이 같은 산업 적용 사례를 얼마나 빨리 만들고 확산하느냐로 귀결된다.엑사원은 LG의 AI 인프라 전략을 서비스 사업으로 확장하는 기술 기반으로 작용한다. HBM처럼 엔비디아 AI 가속기에 직접 탑재되는 부품은 아니지만 LG가 보유한 산업 인프라를 AI 기반 솔루션으로 고도화하는 수단이 된다. LG의 차별화 지점은 자체 AI 모델과 계열사 산업 역량을 결합해 고객사의 생산성, 운영 효율, 설비 안정성을 높이는 데 있다.재계 관계자는 "LG는 HBM처럼 AI 반도체 수요를 직접 흡수하는 구조는 아니지만 AI가 산업 현장으로 확산될수록 필요한 운영 역량을 고루 갖고 있다"며 "엑사원이 이 역량과 결합하면 LG의 AI 전략은 단순한 내부 효율화가 아니라 산업 인프라 서비스로 확장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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