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름 깊어지는 철강업계…‘K-스틸법’ 보완 요구 커진다 [흔들리는 ....

포스코 연산 250만톤 규모 전기로 준공탈탄소 전환 노력에 전기요금 부담 증가산업용 전기요금 75.8%↑·원가 경쟁력은↓철근 감산 지지부진…“중소업체 유인책 필요”광양제철소가 고철을 수집해 재활용하고 있다. [포스코 제공][헤럴드경제=권제인 기자] 국내 철강산업에 침체의 그림자가 이어지면서 최근 시행에 들어간 ‘K-스틸법(철강산업 경쟁력 강화 및 탄소중립 전환을 위한 특별법안)’에 대한 보완 요구가 커지고 있다. 글로벌 공급과잉과 수요 부진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철강업계의 탈탄소 전환까지 본격화되면서 전기요금 부담 완화가 시급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23일 업계에 따르면 포스코는 최근 광양제철소에 연산 250만톤 규모 전기로를 준공하고 본격 가동에 들어갔다. 이번에 준공된 전기로는 단일 설비 기준 국내 최대 규모로, 고로 대비 탄소를 최대 75% 감축할 것으로 예상된다.전기로 전환은 철강업계의 탈탄소 전환을 위한 첫걸음으로 꼽힌다. 철광석과 석탄(코크스)을 고로에 투입해 쇳물을 생산해 전로에서 정련하는 고로-전로 방식은 고품질 철강의 대량 생산이 가능하지만, 탄소배출량이 높다. 전기로는 스크랩(고철)을 재활용해 탄소를 크게 줄일 수 있다.17일 광양제철소에서 열린 전기로 준공식에서 정인화(왼쪽부터) 광양시장, 김태균 전남도의장, 권향엽 국회의원, 김민석 국무총리, 장인화 포스코그룹 회장, 김성호 포스코노동조합 위원장, 이희근 포스코 사장, 박성현 광양시장 당선인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포스코 제공]특히, 포스코는 2030년까지 수소환원제철(HyREX) 상용 기술 확보를 통해 탄소 발생을 더욱 줄일 계획이다. 수소환원제철이란 철강석으로부터 철을 생산할 때 석탄 대신 수소를 활용해, 이산화탄소를 거의 발생시키지 않는 친환경 기술이다. 수소환원제철에서도 전로 대신 전기용융로(ESF)가 사용된다.문제는 전력비다. 전기로는 고로보다 탄소배출은 적지만 전력 사용량이 많기 때문이다. 포스코는 그동안 전체 전력 소비량의 약 85%를 자가발전으로 충당해 왔지만, 고로 중심 생산 체제에서 저탄소 생산 체제로 전환하면서 전기로 설비 확대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외부 전력 조달 비중도 점차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실제 전기로 중심 생산 체계를 구축해 온 철강 업체들은 전기요금 상승에 직격탄을 맞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에 따르면 지난 2022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간 산업용 전기요금의 평균 단가는 75.8% 상승했다. 이에 전기로만 운영하는 동국제강의 지난해 전력비는 2960억원으로, 영업이익의 594억원의 5배를 사용했다. 지난해 동국제강의 가동률은 74.9%로, 생산량을 늘릴 경우 비용 부담이 더욱 커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현대제철 인천공장 전기로 [현대제철 제공]이에 따라 철강업계에서는 전기요금 부담을 완화할 수 있는 별도 지원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K-스틸법에는 저탄소철강 인증제도와 특구 지정, 사업재편 지원, 공정거래법 특례 등이 담겼지만 산업용 전기요금 지원 방안은 포함되지 않았다.일각에선 분산에너지법(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에 맞춰 지역별 전기요금을 차등화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분산에너지법은 국가 균형 발전 등을 위해 송전·배전 비용 등을 고려해 전기요금을 달리 정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 철강의 경쟁자는 중국으로, 중국 사업자들이 낮은 원가를 무기로 삼고 있다”며 “사업장들이 지역 곳곳에 퍼져있는 만큼 지역별 전기요금 차등제도 철강 산업에 크게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동국제강 코일철근 제품 [동국제강 제공]구조조정 문제도 숙제로 남아 있다. 정부는 지난해 발표한 철강산업 고도화 방안과 K-스틸법을 통해 공급과잉 해소와 사업재편을 지원하겠다고 밝혔지만, 실제 성과는 제한적이라는 평가다. 업계에서는 철근 업종을 중심으로 한 구조조정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정부가 방향성으로 제시한 자발적 사업재편에 대해선 현실적으로 추진이 어렵다고 보고 있다.국내 철근 생산은 현대제철과 동국제강이 절반, 그외 중소 업체들이 절반을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소업체들의 경우 철근이 생산량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데다, 지역경제와 고용이 걸려 있어 감산이나 설비 폐쇄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에 지난 1월 현대제철이 인천공장 철근 설비 폐쇄에 나섰지만 이후 산업 구조조정 움직임은 보이지 않고 있다.업계에서는 K-스틸법이 저탄소 전환과 사업재편을 위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했다는 점에 의미를 부여하면서도, 법 적용 기한이 2028년 말까지로 제한된 만큼 실질적인 성과를 내려면 전기요금 부담 완화와 구조조정 지원 등 보다 현실적인 보완책이 뒤따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업계 관계자는 “각 기업들이 사업장 가동률을 줄이며 개별적으로 불황에 대응하고 있고, 중소업체들은 버티기에 들어간 상황”이라며 “중소업체들에게 구조조정에 대한 유인을 제공하지 않는 이상 철강 산업 구조조정은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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