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0조 호남 반도체 발표...이재용·최태원 발언 행간에 숨겨진 것은?

두 회장 모두 ‘언제’부터 투자한다 말 안 해이재명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29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프로젝트 국민보고회에서 손을 맞잡고 있다. 2026.6.29 ⓒ 뉴스1 허경 기자 29일 청와대에서 열린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 프로젝트 국민 보고회’에서 이른바 ‘호남 반도체’ 투자와 관련해, 재계에선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현장 발언을 두고 “최대한 조심스럽게 말하려는 기색이 역력했다”는 반응이 많았다. 특히 이 지역 투자를 ‘언제’ 하겠다는 얘기를 두 총수들 아무도 하지 않았다는 점에 관심이 집중됐다.우선 이재용 회장의 경우 이날 “기흥, 화성, 평택에 이어 용인 국가산단의 투자 일정이 많이 빨라졌고 새로운 단지를 준비해야 할 시점도 앞당겨졌다”며 “여러 지역 중 전력·용수·인력 확보 그리고 여러 인프라 등 많은 인센티브 지원이 기대되는 광주를 후보지로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재계에선 이를 두고 ‘인센티브 지원’이 대폭 있어야 한다는 게 전제로 깔려있고, 광주로 장소를 확정적으로 말하지 않고 ‘후보지’라고 거론했다는 것이다. 이 회장이 “HBM 팹(공장)은 기존의 반도체 후공정 팹과 함께 천안, 온양 등 충청권에 집중 투자하겠다” “삼성그룹 내부용 AI 데이터센터와 함께 로봇 관련 투자는 경북 구미에 집중하겠다”라고 하는 등 기존 생산 설비를 두고 있는 다른 지역 투자는 구체적으로 언급한 것과는 차이를 보인다.최태원 회장도 마찬가지다. 그는 “AI 데이터센터 프로젝트에 약 1000조원, 반도체 공급 확장 프로젝트에 약 1100조원을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중 반도체 생산량 확대와 관련해서는 이 회장처럼 전제를 깔았다. 그는 “참고로 용인 클러스터 조성에 저희가 9년이 걸렸다. 또한 반도체 공장은 대규모 부지와 전력과 용수와 인력이 필요하다”고 말한 뒤, “그래서 SK하이닉스는 제반 요건을 충족하는 곳에 공장을 건설할 것이고, 이러한 조건을 만족할 것으로 기대되는 서남권에 약 400조원을 투자해서 새로운 클러스터를 조성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일종의 3단 논법을 쓰면서, 역시 부지, 전력, 용수, 인력이란 조건을 제시한 셈이다. 그리고 그는 광주란 단어를 직접 언급하지도 않았다. 결국 두 회장 모두 언제 투자를 시작할지에 대한 언급은 없이, 전제 조건이 갖춰져야 한다는 점을 은연중에 강조한 셈이란 해석이 나온다.재계 관계자는 “아무리 정부 의지에 부응하는 것이 중요하고, 지역 균형 개발도 필요하지만 10~15년 뒤 일어날 일을 예상해 미리 투자 발표를 하는 게 기업 입장에서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이날 두 회장이 준비한 발표는 수뇌부와 실무진이 긴 시간 동안 고심에 고심을 거듭하며 단어 하나하나를 고른 것이 틀림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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