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스턴다이내믹스 몸값 뛰었는데…'2021년 가격표'로 사는 현대차그룹

현대차 보스턴다이나믹스가 개발한 차세대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 / 사진 제공=현대차현대차그룹이 미국 로봇기업 보스턴다이내믹스(BD)의 잔여 지분 인수를 추진한다. 거래가 마무리되면 현대차그룹은 보스턴다이내믹스 지분 100%를 확보하게 된다. 이번 거래가 주목받는 이유는 이 지분을 사들이는 가격 조건이다. 현대차그룹이 2021년 인수 당시 체결한 옵션 계약 덕분에 현재 시장에서 거론되는 평가가치보다 크게 낮은 가격에 마지막 지분을 확보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30조 몸값에도 5000억 인수…옵션 계약의 힘2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현대자동차, 기아, 현대모비스, 현대글로비스 등 현대차그룹 주요 계열사는 조만간 각각 이사회를 열고 소프트뱅크가 보유한 보스턴다이내믹스 잔여 지분 9.65%를 인수하는 안건을 의결할 예정이다. 총 인수 금액은 3억2500만달러, 한화 5000억원 수준으로 알려졌다.현대차그룹은 이미 보스턴다이내믹스 지분 90% 이상을 보유하고 있다. 이번 거래는 일본 소프트뱅크가 보유한 잔여 지분을 현대차그룹이 넘겨받는 구조다. 거래가 완료되면 보스턴다이내믹스는 현대차그룹의 완전 자회사 체제로 들어가게 된다.이번 거래가 한층 주목받는 이유는 인수 가격과 시장 추정가 사이의 격차 때문이다. 최근 로봇과 피지컬 AI 시장에 대한 기대가 커지면서 보스턴다이내믹스의 기업가치는 30조원 수준까지 거론되고 있다. 이를 단순 적용하면 소프트뱅크가 보유한 9.65% 지분 가치는 약 2조9000억원에 달한다. 반면 현대차그룹의 실제 인수 추진 금액은 약 5000억원이다. 시장 추정가 기준으로 보면 2조4000억원가량 낮은 가격에 잔여 지분을 확보하는 셈이다.이 같은 가격 차이는 2021년 인수 당시 체결된 풋·콜옵션 조항에서 비롯된다. 현대차그룹은 2021년 소프트뱅크로부터 보스턴다이내믹스 지분 80%를 인수하면서 소프트뱅크가 보유하게 된 잔여 지분에 대해 향후 일정 조건에서 사고팔 수 있는 옵션 조항을 설정했다. 거래가 마무리되면 2021년 인수 당시 설정한 옵션 조항은 현대차그룹의 가격 방어 장치로 작동한다. 보스턴다이내믹스의 현재 평가가치가 크게 높아졌더라도 잔여 지분의 거래 가격은 당시 계약에 담긴 조건과 산식에 따라 결정된다. 현대차그룹이 현재 시세를 기준으로 가격을 새로 협상하는 것이 아니라 과거 계약 기준으로 마지막 지분을 확보하는 구조다.밸류 부담에도 옵션 계약 효과 '유효'보스턴다이내믹스의 30조원 밸류에이션은 아직 확정된 숫자는 아니다. 비상장사인 보스턴다이내믹스의 기업가치는 실제 시장 거래가격이 아니라 향후 나스닥 상장 가능성과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 성장 기대를 반영한 추정치다. 공모 과정에서 평가액이 조정되거나 로봇 업종 투자심리가 꺾일 경우 현재 거론되는 몸값도 낮아질 수 있다. 여기에 보스턴다이내믹스가 아직 흑자 전환 전이라는 점은 밸류에이션 부담으로 남아 있다.실적 측면에서도 부담은 남아 있다. 보스턴다이내믹스는 4족 보행 로봇 '스팟', 물류 로봇 '스트레치',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 등을 통해 기술력과 브랜드 인지도를 확보했지만 아직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갖춘 단계는 아니다. 2025년 매출은 1501억원이고 순손실은 5284억원으로 집계됐다. 매출보다 손실이 3배 이상 많다. 매출보다 손실이 훨씬 큰 구조인 만큼 30조원 안팎의 기업가치가 공격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피지컬 AI와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 전반의 과열 논란도 변수다. 엔비디아, 테슬라, 피규어AI 등 글로벌 기업들이 동시에 시장에 뛰어들면서 투자자 기대치는 빠르게 높아졌지만 상당수 기업은 아직 본격적인 양산과 수익화 이전 단계에 있다. 기술력과 성장성에 대한 기대가 높은 만큼, 상장 시장 분위기와 수익화 속도에 따라 기업가치 변동성도 커질 수밖에 없다.그럼에도 현대차그룹이 확보하는 가격 우위는 적지 않다. 보스턴다이내믹스의 기업가치를 시장에서 거론되는 30조원이 아닌 절반 수준인 15조원으로 낮춰 잡더라도 소프트뱅크가 보유한 9.65% 지분 가치는 약 1조4500억원이다. 현대차그룹의 인수 추진 금액인 약 5000억원과 비교하면 여전히 1조원 안팎의 가격 차이가 남는다. 완전 지배 체제에 따른 전략적 의미도 크다. 현대차그룹이 보스턴다이내믹스 지분 100%를 확보하면 향후 상장 시점, 공모 구조, 투자 유치, 기술 사업화 방향을 보다 주도적으로 결정할 수 있다. 특히 보스턴다이내믹스가 나스닥 상장을 추진할 경우 현대차그룹은 구주 매출 여부, 상장 후 지분율 관리, 그룹 계열사와의 사업 결합 전략을 외부 주주와의 이해관계 조율 없이 설계할 수 있게 된다.현대차그룹 관계자는 "보스턴다이내믹스는 그룹의 로보틱스 전략에서 핵심적인 기술 자산"이라며 "보스턴다이내믹스와 관련해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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