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금, 5년 만에 月 최대 순매도…코스피 수급 흔들

6월 2.3조 ‘팔자’…역대 다섯번째리밸런싱 유예 종료에 비중 조절버팀목 역할서 시장 공급자 전환펀더멘털 견조하지만 변동성 우려“강제 매도 완화가 진입 신호”24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 종가가 표시돼있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267.18포인트(3.26%) 오른 8471.02로 장을 마감했다. 연합뉴스국내 증시의 ‘앵커’ 역할을 하는 연기금이 최근 유가증권시장에서 대규모 매도에 나서면서 시장의 수급 구조에도 균열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인공지능(AI) 수요와 반도체 호실적 전망 등 중장기 투자 환경은 여전히 견조하다는 평가가 우세하지만 연기금의 대규모 자금 이탈 우려로 당분간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는 경계감이 커지고 있다.2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전일 급락에 따른 반발 매수세가 유입되면서 전장 대비 267.18포인트(3.26%) 오른 8471.02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연기금은 유가증권시장에서 132억 원어치 사들이며 7거래일 만에 매수 우위로 돌아섰지만 이달 누적 순매도액은 2조 3053억 원에 달했다. 아직 6월 거래가 모두 끝나지 않았으나 역대 월간 순매도 기준 다섯 번째로 2021년 4월(2조 9211억 원) 이후 최대 규모다. 특히 이달 19일에는 하루에만 5267억 원어치를 내다팔며 2021년 9월 2일(1조 483억 원) 이후 최대 일일 순매도 규모를 기록했다. 종목별로는 최근 7거래일 동안 삼성전자를 2035억 원, SK하이닉스를 1769억 원어치 팔아치운 것을 비롯해 SK스퀘어(1489억 원), 현대차(966억 원) 등 시가총액 상위 종목을 대거 처분했다.글로벌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는 최근 보고서에서 국내 증시 랠리가 외국인이나 기관보다 개인 투자자 중심으로 전개되면서 시장의 매수 기반이 점차 취약해졌다고 진단했다. 특히 연기금이 국내 주식 비중 조절에 나서면서 기존 ‘앵커 투자자’로서의 역할이 ‘시장 공급자’로 전환되고 있다는 평가다. 골드만삭스는 “연기금 수요는 통상 안정적인 국내 수급 기반으로 인식되지만 실제 포트폴리오 비중이 목표치를 크게 웃돌 경우 동일한 투자자가 ‘수동적 지지’에서 ‘기계적 공급’으로 전환될 수 있다”며 “이미 집중도가 높고 기술적으로 과열된 시장에서는 이 같은 변화가 더욱 중요해진다”고 분석했다.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리밸런싱 유예 조치가 이달 말 종료되는 점도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당초 국민연금은 ‘2026년 기금운용계획’에서 국내 주식 목표 비중을 14.4%로 설정했으나 올해 초 14.9%로 상향하고 6월 말까지 리밸런싱을 한시적으로 유예했다. 이후에도 국내 증시가 급등하자 지난달 국내 주식 목표 비중을 20.8%로 높이고 전략적 자산배분(SAA) 허용 범위도 3%에서 6%로 확대했다. 이에 따라 국내 주식 비중은 최대 28.8%까지 보유할 수 있게 됐지만 코스피가 2분기에만 약 80% 급등하면서 향후 비중 조정에 따른 추가 매도 물량 출회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 외에 다른 연기금·공제회들도 대부분 국내 주식 한도를 상회하고 있어 일부 차익 실현이 불가피한 상황이다.변준호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기관의 매도세는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매도 가능성에 대한 선제적 움직임의 일환일 수 있다”며 “국민연금 매도 물량 자체가 시장에 미치는 충격은 제한적일 수 있지만 국내 기관의 매도 압력이 외국인 매도와 동시에 나타날 경우 시장 변동성이 크게 확대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이에 대해 연기금의 자금 이탈이 증시 변동성 확대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노동길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민연금 리밸런싱은 당일 하락의 직접적인 매도 주체라기보다 향후 국내 주식 비중 조정 가능성에 대한 경계가 대형주 차익실현을 앞당긴 배경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이러한 연기금발 수급 불안에도 한국 증시의 중장기 펀더멘털에 대해서는 여전히 긍정적인 시각이 유지되고 있다. 메모리 업황과 AI 투자 수요, 기업 실적 전망 등이 양호하다는 판단에서다. 골드만삭스는 “코스피의 펀더멘털은 여전히 훼손되지 않았지만 수급 모멘텀에 더 취약해진 것은 사실”이라며 “매력적인 진입 시점은 단순히 주가가 크게 하락해 가격이 저렴해보일 때가 아니라 강제 매도가 완화하고 대형주가 안정되면서 시장이 지속 가능한 매수 기반을 다시 구축하는 시점”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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