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 반도체, 호남 이전 아냐 … 제2 클러스터 짓는 것"

김용범 靑실장 관훈토론지방 반도체인프라 강조金 "수도권에 더 지으려 해도 땅도, 전력도, 용수도 부족해"호남 반도체 몰아주기 지적엔"제조업 벨트 몰린 영남권은 피지컬AI 중심으로 키울 것"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이 24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김호영 기자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이 24일 호남 신규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계획에 대해 "용인에 짓기로 한 것을 짓지 않고 지방으로 가는 차원은 절대 아니다"며 "AI(인공지능) 시대에 반도체 수요가 폭발하고 있는 상황에 따라 새로운 클러스터를 만드는 것"이라고 밝혔다. 정치권 일각에서 현 정부 지지도가 높은 호남권에 지난 2월 현대자동차의 약 9조원 투자 발표에 이어 삼성전자·SK하이닉스 투자까지 가져간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는 데 대한 반박으로 풀이된다. 정부는 지역균형발전 전략인 '5극3특' 정책에 따라 호남권엔 반도체 클러스터를 조성하고, 영남권엔 피지컬 AI 단지를 세운다는 밑그림을 그린 것으로 알려졌다.김 실장은 이날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진행된 관훈클럽 토론회에 참석해 "수도권에 (반도체 공장을) 더 지으려 해도 땅도, 전력도, 용수도 없다. 그렇다고 해외로 가야 하는 것은 아니지 않나"라며 지역 신규 클러스터 조성의 불가피성을 강조했다. 왜 호남이냐는 점에는 "산업의 특성에 맞는 최적의 입지를 찾은 것"이라고 말했다. 김 실장은 기존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서도 신규 공장 등이 건설되고 있는 점을 언급하며 "용인에 (공사 중인 공장을) 다 지은 뒤 다음 용지에 짓기 시작하면 너무 늦기 때문에 (먼저 조성 사업을 시작하는 것)"라며 "팹(반도체 공장) 하나를 짓는 데 7~8년 걸리기 때문에 그에 따라 전력과 용수 계획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용인에 다 짓고 나서 (신규 클러스터 조성을) 시작해 (수요 대응이) 7~8년간 단절되면 어떻게 하겠는가"라고 말했다.재계에선 정부의 요청을 받아온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고심 끝에 호남권 투자를 결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의 경우 앞서 성과급 지급 규모를 두고 노사가 충돌한 상황에서 사실상 정부의 적극적인 중재 역할 덕분에 막판 파업을 피한 점도 이번 투자 결정에 일부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당초 재계에서는 인프라스트럭처와 인력 확보 부담이 상대적으로 덜한 패키징(후공정) 공장을 중심으로 투자안이 성사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했다. 그러나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9일 최태원 SK 회장을 독대한 데 이어 25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도 회동하기로 하면서 전공정 공장인 팹 건설 쪽으로 가닥이 잡힌 것으로 알려졌다. 최첨단 반도체 팹 1기를 짓는 데 평균 60조원 안팎이 소요되는 점을 고려하면, 호남 지역에 대한 두 그룹의 합산 투자 규모는 400조원을 상회할 전망이다.'호남에 연이은 대규모 투자가 지역 갈등의 단초가 되는 것 아니냐'란 지적에 김 실장은 "동남권(영남)은 제조업 벨트 대부분이 몰려 있어 동남권이 피지컬 AI 중심이 될 것"이라며 영남권 첨단산업 클러스터 조성 계획도 추진 중이라는 점을 시사했다. 그러면서 "지역별로 투자를 다 의미 있게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김 실장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제때 메모리 생산 능력을 갖추고 지원해줘야 지금 시작된 AI 혁명에 차질이 없게 된다"며 신규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과 관련한 대대적인 규제 완화와 정부 지원 패키지를 제공해 속도전 자세로 임하겠다는 점도 강조했다.그는 이어 "평택, 용인, 이천, 청주 등에 우리나라 반도체의 주요 팹들이 위치해 있는데 삼성도 용인에 새로 크게 짓고, 하이닉스도 용인 쪽에 거대 팹을 네 개 짓기로 했다. 삼성도 6개 정도를 연차별로 발표했다"며 "그런데 삼성과 하이닉스의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어서 2044년, 2048년까지 예고된 수도권 클러스터를 2034~2035년까지 당겨서 완성해야 한다"고 말했다.정부 내부적으로는 반도체 분야에서 중국의 거센 추격을 따돌리기 위해선 공격적인 반도체 생산시설 증설에 나서야 한다는 위기감이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이 여전히 D램·고대역폭메모리(HBM) 강자이지만 중국 업체들의 증설로 중국 내 D램 공급이 자급 수준에 이르면서 한국 메모리 반도체 수출과 단가에 위협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김 실장은 글로벌 반도체 수요 급증으로 인한 초호황 국면에 따른 초과 세수 활용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AI 시대에 걸맞은 초과 세수 활용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며 "AI는 국가를 더욱 부유하게 만들 수 있지만 모든 국민이 그 혜택을 동일하게 누린다는 보장은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호황의 성격, 지금 우리가 경험하고 있는 반도체 AI 슈퍼 사이클은 단순한 경기 순환인가 아니면 대한민국의 잠재 성장 경로의 기울기를 높이는 구조적 전환의 시작인가"라고 반문하며 "만약 산업구조 재편의 시작이라면 우리의 대응도 달라져야 한다"고 말했다. [오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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