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소현의 방송통신문] JTBC 사태가 남긴 질문…방송 규제는 누구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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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파산 대기표’ 뽑았는데…정책은 여전히 대기실에초등학교 시절 학교가 학부모에게 보내던 ‘가정통신문’처럼, ‘강소현의 방송통신문’은 방송통신 시장을 둘러싼 정책 흐름을 전합니다. 겉으로 드러난 발표보다 그 이면의 정책 방향과 업계 기류에 주목하며, 지금의 논의가 시장에 어떤 변화로 이어질지 짚어봅니다. <편집자주>[디지털데일리 강소현 기자] JTBC 등 중앙그룹 계열사 5곳의 회생 신청으로 방송·콘텐츠 업계에 충격이 확산되고 있다. SLL중앙의 티빙 지분 매각 가능성이 거론되는 것은 물론 제작비 정산이 지연된 외주 제작사들의 연쇄 부실 우려도 커지고 있다.일각에선 채권 동결 여파가 FIFA 월드컵 중계권 계약 이행에까지 미칠 경우, 대표팀의 32강 경기 중계에도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최근 김종철 방미통위 위원장이 그간의 운영 성과를 밝히며 남은 안건들도 “늦었지만 빠르게” 처리하겠다고 의지를 다졌으나, 업계가 냉담함 이유도 여기에 있다.방송 규제·진흥 기관을 표방했음에도 지난 6개월간 통과된 98건의 안건들 대부분이 ‘공공성’과 ‘규제’에 무게를 두고 있어서만은 아니다. 국내 방송 시장의 구조적 붕괴가 이미 시작된 가운데, 뒤늦게 통과된 진흥책들이 10여년 전 논의됐던 규제 완화 수준에도 못 미쳤기 때문이다.◆ 국내 유일 OTT 행사에 중국 OTT만…무너지는 콘텐츠 유통망최근 부산에서 열린 국내 유일 '코리아국제스트리밍페스티벌' 현장에 설치된 유일한 OTT 부스. [사진=강소현 기자]방송시장에 위기가 거론된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다만 업계가 최근 체감하는 위기는 과거와 성격이 다르다. 2023년 방송사업 매출이 10년 만에 처음 감소한 이후 광고시장 위축이 본격화되면서 산업 기반 자체가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가장 먼저 플랫폼이 무너지고 있다. 최근 3년간 케이블TV 업계의 부채비율이 빠르게 높아진 가운데 1위 사업자인 LG헬로비전 조차 지난해부턴 수익성이 낮은 사업 정리에 나선 상황이다.그나마 투자 여력이 있는 통신사를 모기업으로 둔 인터넷TV(IPTV) 사업자들의 상황도 다르진 않다. IPTV를 운영하는 통신3사가 장기적으로 콘텐츠 사업을 축소하는 추세기 때문이다.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시장도 다르지 않다. 왓챠는 기업회생 절차에 들어갔고 티빙·웨이브 합병은 답보 상태다. 최근 부산에서 열린 국내 유일 '코리아국제스트리밍페스티벌' 현장에선 토종 OTT를 찾아볼 수 조차 없었다.플랫폼의 투자 여력이 줄어들면서 예견됐던 대로 콘텐츠 업계도 직격탄을 맞았다. 업계를 대표하던 채널과 제작사들이 잇따라 매물로 거론되고 있는 상황이다.업계 전문가는 “미디어 산업 기반이 약화될 경우 콘텐츠 생태계 역시 지속 가능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우려가 학계에서 꾸준히 제기돼 왔다”며 “그럼에도 관련 제도 개선은 오랫동안 지지부진했고, 결국 현재 국내 미디어 사업자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도 이러한 구조적 문제의 결과로 볼 수 있다”고 꼬집었다.◆ "TV 안 보는데 프라임타임 규제?"…누굴 위한 규제인가이 같은 업계 상황을 감안하면 방미통위가 최근 취임 6개월 성과로 내세운 '홈쇼핑 상생·활력 제고 방안'과 '방송광고 규제 개선안'은 현실과 괴리가 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실제 '방송광고 규제 개선안'만 해도 5기 방통위(위원장 한상혁) 시절 논의됐던 안을 사실상 그대로 가져온 수준이다. 당장 중간광고 허용 기준 완화는 '방송광고 네거티브 규제 체계 전환'이라는 이름으로 이미 수년 전 마련됐던 사안인 것이다.문제는 그 사이 시장이 완전히 바뀌었다는 것이다. 시청 행태는 모바일 중심으로 재편됐고 OTT 광고요금제가 등장하면서 광고의 무게중심 역시 TV에서 디지털로 이동했다.시청자 역시 변했다. 더 이상 방송사가 짜놓은 편성표 안에서 콘텐츠를 소비하지 않는다. 광고가 불편하면 영상을 끄고 다른 플랫폼으로 이동하는 시대가 됐지만, 정부는 여전히 프라임 시간대 이용자 보호를 이유로 광고를 규제하고 있는 실정이다.방송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광고가 길어도 시청자가 그대로 볼 수밖에 없었지만 지금은 다르다. 광고가 불편하면 영상을 끄거나 다른 플랫폼으로 이동하기 때문에 사업자들 역시 시청자 반응을 의식할 수밖에 없다”며 “시장이 이미 스스로 조정하고 있는 영역까지 정부가 과거 기준으로 규제하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특히 최근 한 치킨 브랜드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게재한 불륜 소재 숏폼 광고가 논란 끝에 삭제된 사례는 이 같은 변화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정부 규제가 아니라 이용자들의 반응만으로 광고가 시장에서 퇴출된 것이다.치킨 프랜차이즈 페리카나가 최근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제작한 광고 영상이 부적절한 설정으로 논란을 빚자 공식적으로 사과문을 발표했다 프라이드치킨 부부 사이에서 양념치킨 아기가 태어난다는 설정과 불륜을 암시하는 장면이 포함되면서 선을 넘었다는 비판이 쏟아진데 따른 것이다.tvN 예능프로그램 ‘삼시세끼’에서 환상의 콤비를 자랑했던 차승원과 유해진을 모델로 발탁한 SK텔레콤의 LTE 광고. 이 광고는 ‘삼시세끼’의 프로그램 포맷을 그대로 차용, 대중에 친근감과 흥미를 유발한 광고로 호평받았지만 이 광고는 곧 tvN 외 다른 방송채널에선 볼 수 없게 됐다. 광고에 드라마나 예능프로그램의 장면을 삽입하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광고 기법 중 하나임에도 불구, 프로그램과 광고가 구분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정부의 규제를 받았기 때문이다.◆ 막힌 투자길이 무리수 키웠다…“JTBC 사태, 규제가 남긴 청구서”업계와 학계에선 이번 JTBC 사태 역시 시대에 뒤처진 방송 규제의 결과라고 보고 있다. 무리한 중계권 투자와 경영진의 판단에 대한 책임은 피하기 어렵지만, 결국 변화한 시장을 따라가지 못한 규제 체계가 위기를 키웠다는 분석이다특히 종편 등 보도 기능을 가진 방송사에 대한 외부 투자 제한과 소유·겸영 규제는 투자 유치의 걸림돌로 지적된다. 현행 방송법에 따라 자산 10조원 이상 기업집단은 종편·보도PP 지분을 30% 이상 보유할 수 없고, 외국인의 종편 지분 소유도 20% 이하로 제한된다.미디어 업계 관계자는 "단순히 보도 기능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투자 유치가 어려워지면서 방송산업 자체의 투자 매력도가 떨어지고 있다"며 "결국 장기 성장 자본보다 단기 수익을 노리는 자본만 접근하기 쉬운 구조가 됐다"고 말했다.JTBC의 무리한 스튜디오 체제 전환 역시 이러한 환경과 무관하지 않았다는 분석이다. 적자가 누적되는 상황에서 제작 기능을 분리해 외부 투자를 유치하는 것이 사실상 유일한 선택지였지만, 조직 개편 과정에서도 승인 절차가 반복되면서 추가적인 비용 부담이 발생했다는 설명이다.JTBC가 흥행작을 잇달아 배출하며 콘텐츠 투자에 적극적이었던 사업자라는 점에는 업계의 이견이 없다. 결국 이번 사태는 개별 기업의 경영 실패를 넘어, 콘텐츠 투자와 혁신에 나선 사업자조차 생존을 장담하기 어려운 국내 방송시장의 현실을 보여준다는 평가가 나온다. 일각에선 이번 사태를 계기로 콘텐츠 투자에 적극 나설수록 리스크만 커진다는 분위기도 감지된다.2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는 최근 '미디어발전위원회'(가칭) 구성을 위한 후보자 추천 절차에 착수했다. 방송 재원 구조 개편과 중장기 발전 전략을 논의하기 위한 취지지만 업계의 기대는 크지 않다.당장 윤석열 정부도 미디어 정책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을 미디어·콘텐츠산업융합발전위원회(융발위)를 출범시켰지만, 총선 이후 레임덕과 함께 사실상 활동이 중단됐기 때문이다.융발위가 마련한 '미디어·콘텐츠 산업융합 발전방안' 역시 계류 상태에 머물러 있다. 또다시 논의와 검토만 반복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적지 않은 이유다.업계에선 이 같은 답보 상태가 방송산업 위기의 심각성을 정책 당국이 제대로 체감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단면이라는 지적이 나온다.한 업계 관계자는 "정책은 돌이켜보면 '그때 통과됐더라면 좋았을 것'이라는 순간은 있어도 '그때 통과돼서 다행이었다'는 순간은 좀처럼 떠오르지 않는다"고 말했다.JTBC 사태가 남긴 질문 역시 결국 하나다. 급변한 시장 환경 속에서 현재의 방송 규제가 누구를 위해, 무엇을 지키기 위해 존재하는지 다시 물어야 할 때다. 더 이상 논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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