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0조 쏟아붓는데…전력·용수 구체적 대책은 불확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총 800조원을 투자하기로 한 서남권 반도체 생산 거점이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선결 과제가 적지 않다. 반도체 업계와 전문가들은 핵심 인프라인 전력과 용수 공급 대책은 물론, 인재 유인을 위한 정부의 ‘통 큰 지원’이 성패를 가를 것이라고 보고 있다. 정부와 기업은 전력과 용수 부족으로 포화 상태에 직면한 수도권에서 벗어나 서남권을 ‘제2의 반도체 생산기지’로 명명했다. 이를 위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각각 팹(FAB) 2기씩 총 4기를 구축하기 위해 총 800조원을 투입한다. 동시에 기존 수도권 산단은 ‘속도전’으로 조기 완공을 추진한다. 용인 반도체 공장 건설 일정이 7~12년 당겨질 예정이다. 박재근(한양대 융합전자공학부 석좌교수) 반도체디스플레이기술학회장은 “첫 번째 숙제는 용인 팹이 차질 없이 가동되는 것”이라며 “이를 통해 기업들이 재투자를 이어가는 것인데, 이 타이밍을 놓치면 이후 호남 투자 계획도 도미노처럼 흔들릴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도체 공장의 필수 조건인 ‘24시간 끊김 없는 안정적 전력과 용수’ 확보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이 제기된다. 정부는 이날 호남권 반도체 단지에 전력 6.3GW(기가와트)와 하루 65만t의 용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1.4GW급 신규 원전 4~5기 설비 용량에 해당하는 규모다. 호남이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가 풍부하다는 점은 긍정적이지만, 기후에 따라 발전량이 들쑥날쑥한 ‘간헐성’을 극복해야 하는 문제가 있다. 박주헌 동덕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전력망 안정을 위해 에너지저장장치(ESS)를 확충해 극복하겠다는 계획이지만, ESS가 얼마나 필요하고 비용이 얼마나 드는지 구체적 추산이 전혀 없다”고 짚었다. 반도체 공정 필수 요소인 ‘초순수(超純水)’를 만들기 까다롭다는 점도 아킬레스건이다. 전공정 팹은 1기당 하루에 약 20만t의 용수가 필요해 4기가 가동되려면 80만t이 필요하다. 하지만 섬진강과 영산강은 한강이나 낙동강과 비교해 절대 수량 자체가 적고, 영산강은 수질마저 주요 5대 강 중 최하위 수준이다. 정부는 약 1조3000억원 이상이 드는 초순수 정수 시설 구축을 지원하는 방향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재들이 떠나지 않고 정주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과제도 남아 있다. 일본 정부는 2023년 구마모토에 대만 TSMC 공장을 지을 당시 대만 인재들을 위해 국제학교 확장 이전 일정을 공장 완공 시점에 맞춰 앞당겼고, 대만어 수업도 개설했다. 김용석 가천대 반도체대학 석좌교수는 “전력과 물은 돈으로 해결되지만, 진짜 문제는 인재”라며 “인재들이 지역에 계속 머물게 하려면 교육 환경은 물론 문화·예술 등 인프라까지 정교하게 갖춰야 한다”고 했다. 이날 전영현 삼성전자 반도체(DS)부문장 겸 부회장은 “신속한 원스톱 행정 지원과 국가 책임의 인프라 조성이 절실하다”고 건의했다. 한국규제학회장을 지낸 이민창 조선대 행정복지학부 교수는 “부동산, 세제 등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어 하나씩 추진하다간 타이밍을 놓친다”며 “정부 부처가 모든 역량을 쏟아부어 해당 지역에 ‘전면적 규제유예(샌드박스)’를 과감하게 적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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